한대오름 단풍길
단풍의 저 붉디붉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이 누가 있겠는가. 숲에 가을이 내려앉았고 난 말 없이 그 숲을 거닌다. |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가슴이 설렌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나는 숲으로 갈 것이다.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걸어도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 숲길에서 침묵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한대오름 초입은 이미 단풍의 광풍이 지나간 듯하다. 낙엽을 떨구고 메마른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가을이 깊어질 때로 깊어졌음을 얘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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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오름 숲길
괴테는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이렇게 말하였다.
“숲에서 혼자 그렇게 걸었다.
아무것도 찾지 않으면서
그것이 내 의도였다.…”
제주 섬에는 숲길이 많다. 숲길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숲길을 점령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찾는 이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 길은 새소리, 바람결에 나뭇잎 떨구는 소리만 들릴 조용하다. 숲길을 걸으며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는 생각, 그 생각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그동안 숨겨 왔던 침묵의 숲이다. 알려져 있지 않아 호젓한 숲길, 지금 이 순간 그 숲을 얘기하는 이 글조차 숲의 평화를 깨뜨릴 것만 같아 조심스러워진다. 한대오름으로 가는 오소록한 숲길에서 제주 가을의 떨림을 느낀다.
나만의 숲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나는 곳, 그러나 그 숲은 누군가만의 안식처가 되기에는 너무나 깊고 넓다. 오름을 오르는 이들은 이 숲길을 한대오름으로 가는 길이라고 얘기한다. 그 길 끝에 한대오름이 있어서 편의상 그리 불릴 뿐이다. 사려니숲길이 그 길 끝에 사려니오름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는 것처럼. 사려니숲길에 비한다면 완전 무명의 숲길이다.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보니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입구를 찾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시에서 1139번 도로(일명 1100도로)를 타고 1100고지 휴게소에서 영실방향으로 가다 영실입구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보이는 조그만 임도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임도를 타고 100m 정도 들어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입구부터 4km 정도 숲길 산책로가 이어진다. 계속 나아가면 돌오름으로 갈 수도 있고 표고버섯재배지를 끼고돌면 한대오름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어딘가를 가야만 한다는 구속감을 스스로에게 줄 필요는 없다. 자신 안에 제주의 가을을 충분히 채웠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돌아 나오면 된다. 길은 걷는 이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
1. 머지않아 찾아오게 될 겨울을 위해 낙엽을 떨어 뜨린다. 그 낙엽들이 형형색색 아름답게 대지를 채운다. 2. 꽃향유의 매혹적인 자줏빛은 서둘러 벌과 나비를 꾀기 위한 화려한 치장이다. 3. 송이 흙길이 이어진다. 시멘트길과 흙길이 혼재하는 숲길은 홀로 걷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4. 숲을 만나는 날 아침의 두근거림, 그 숲길을 내가 걷고 있다. 아치형으로 휘어진 숲길의 한 편은 내가 걸어온 길이고 다른 편은 앞으로 걸어갈 길이다. 두 길은 모두 다 아름답다. 나의 어제의 하루가 소중하였으며 내일 나의 길 또한 이처럼 아름다우리라. |
이 길은 알음알음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꼽힌다. 제주는 단풍이 그다지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라도 이 숲길에 들어서면 그 생각을 단번에 씻어내게 되리라. 한라산국립공원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곳에 위치하여 산의 정취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숲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단풍은 점점 화려하고 짙어진다. 울창한 단풍림에 가늘게 비쳐든 햇살 조각이 나뭇잎의 노랗고 붉은 색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길은 걸음으로써 갈 수 있고 숲길은 눈을 감을 때 더 가까이 느껴진다. 벗이 있건 없건 즐거이 걷는다.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숲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을빛에 찬란하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이 바람결에 떨리며 그 떨림이 조용한 숲을 깨우는 새소리와 함께 다가온다. 숲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울긋불긋 치장한 나뭇잎은 가을이 쇠락의 계절이 아님을 얘기한다. 마지막 힘을 다하여 화려하게 꽃을 피운 들풀들이 벌과 나비를 꾀고 있다. 생존의 목소리가 조용한 숲에 메아리친다. 가을의 이방인은 숲길을 걷고 숲을 바라볼 뿐이다. 생각조차 내려놓고 자유롭게 걷는 이 숲에서 참 자유를 느낀다.
숲에서는 자유로웠다. 누군가 곁에 없어도 그 순간만은 나는 숲의 구성원이 되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그러나 물밀 듯 밀려드는 외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또다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한대오름 / 제주시에서 1139번 도로 이용 영실입구 조금 못 미쳐 오른쪽 임도입구에서 시작되는 4km 정도의 숲길이다. 송이흙길과 시멘트 길이 혼재하며 제주도에서 단풍이 아름다운 숲길로 유명하다.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이 주로 애용하는 길로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호젓하게 가을 숲의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숲길이 시작되는 입구에 주차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협소하다.
에디터 / 황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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