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술
어떤이는 여행의 제일가는 즐거움을 그 지역의 술을 맛보는 것으로 꼽기도 한다. 술에는 한 지역의 문화와 특징이 진하게 배어있어 술을 마신다는 것은 한 고장을 마시는 것과도 같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의 술을 마셔보자. 당신에게 제주는 어떤 맛으로 기억될까. 제주를 듬뿍 담고 있는 제주의 술 제주를 마시자.
제주의 전통주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1. 하루 종일 아궁이 앞에 앉아 매운 연기를 마시며 고소리(소줏고리)에 오메기술을 증류시켜야 귀한 고소리술이 완성되었다. 2. 좁쌀로 동그랗게 빚은 오메기떡으로 오메기술을 만들었다. 떡으로 술을 만드는 것은 다른 지역의 전통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3. 삶아낸 오메기떡은 찰기가 더해져 으깨기 쉽지 않아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4. 술을 만들기 위해 오메기떡을 만들고 있는 강경순 전수조교. |
제주에 왔다면 우선 전통주를 맛봐야 한다. 제주의 수많은 전통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다. 오메기는 좁쌀을 일컫는 제주어로 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했던 제주도에서 좁쌀은 쌀 대신 밥을 짓고 술은 빚는 주재료가 되었다.
쌀이 흔해진 지금까지도 다행히 오메기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제주무형문화재 오메기술 기능보유자 김을정 할머니 덕분인데 현재에는 둘째딸 강경순 전수조교가 그 뒤를 이어 오메기술을 알리고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메기술은 주재료가 쌀이 아닌 좁쌀이라는 점과 떡으로 술을 빚는다는 점이 타지역의 술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다. 오메기로 떡을 만들어 물에 삶은 뒤 다시 으깨고 누룩과 섞어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 탁주인 상태 그대로 마시거나 건더기는 가라앉혀 청주로 마시기도 한다.
끓어 오른 오메기술이 고소리 윗부분에 찬물과 만나 한 방울 한 방울 맑은 술이 되어 떨어진다. |
또 오메기술을 제주어로 고소리라고 부르는 소줏고리에 증류시켜 고소리술로 만들기도 한다. 고소리술은 하루 종일 불앞에 앉아 증류시켜도 만들어지는 양이 극히 적었다. 매운 연기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술은 한 방울씩 눈물처럼 떨어졌다. 눈물 한 방울에 고소리술 한 방울이라 하여 눈물의 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메기술이 시큼털털하면서도 자꾸 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진 술이라면 고소리술은 첫맛은 45도라는 높은 도수 때문에 독하게 느껴지지만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하며 여운이 길게 남는, 우리나라 3대 명주로 꼽히는 맛을 자랑한다.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 맛보고 싶다면 성읍민속마을에서 강경순 전수 조교를 찾자. 제주의 전통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성읍민속마을에선 오메기술이 한층 더 맛있게 느껴진다.
성읍무형문화재전수관으로 가면 오메기술, 고소리술 관련 전시와 그 외 제주 무형문화재에 관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물 맛, 한라산소주와 허벅술
1. 한라산 소주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한라산 소주의 현순국 부사장 2. 한라산 소주 오리지널보다 도수를 낮춰 순한 맛으로 나온 한라산 올래는 부드러운 소주를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3. 허벅술의 바탕이 되는 원액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오랜 숙성 탓인지 그윽한 향기가 감돌았다. 4. 허벅술이 만들어지는 공장 전경. 전통방식을 현대적인 설비에 적용시켜 허벅술을 만들고 있다, 5. 제주의 청정 천연화산암반수로 만들어 맑은 물맛을 자랑하는 (주)한라산의 술들. |
누가 뭐래도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술은 소주다. 캬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주 한잔에 뜨끈한 안주면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 추위가 가신다. 제주에 왔다면 당연히 한라산 소주를 맛봐야 한다. 한라산 예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도민과 관광객들의 한라산 소주 사랑이 대단하다. 한라산 소주는 1950년 판매를 시작해 명칭은 바뀌었지만 4대째 이어져오는 제주 소주 역사의 산 증인으로 한라산 소주와 한라산 올래 2종류의 소주를 내놓고 있다.
한라산 소주가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측은 그 이유를 물맛에서 찾았다. 물은 소주의 80%를 차지해 물맛이 소주의 맛을 크게 좌우한다고 한다. 그래서 증류수를 쓰는 소주보다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암반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한라산 소주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라산 소주의 공장은 물맛이 좋다는 제주에서도 가장 물맛이 좋다는 한림 옹포리에 자리하고 있다. 좀 더 이유를 찾자면 밭벼를 사용해서 소주 특유의 향이 잘 살아있다는 것, 여기에 한라산 소주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탈취하고 여과시켜 깔끔한 맛으로 만드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술에 여행의 설렘과 제주의 분위기까지 더하면 술맛은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에서 소주를 주문하려고 하면 ‘하얀 것? 파란 것? 노지 것? 시원한 것?’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질문이 쏟아져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얀 것은 한라산 소주를, 파란 것은 한라산 올래를, 노지 것은 냉장고에 넣지 않아 미지근한 소주를 의미한다. 제주에서는 소주하면 으레 한라산 소주를 말하기 때문에 상표보다는 색깔로 구분해서 생긴, 제주에서 한라산 소주의 입지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라산 소주의 직원들은 어떤 술을 마실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깔끔하고 뒤끝이 없는 한라산 하얀 것, 노지 것을 선호한다고 하니 한라산 소주에 입문하려는 초보자들은 참고해도 좋겠다.
제스피
Jespi는 Jeju와 Spirit의 합성어로 제주의 정신을 담은 맥주라는 의미이다. 제스피는 제주도 맥주보리와 홉, 효모와 제주 천연암반수로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스피 매장에선 필스너, 페일에일, 스트롱에일, 골든에일과 흑맥주인 스타우트가 마련되어 있어 가볍고 깔끔, 상쾌한 맛부터 묵직하고 진한 맛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한라산 올래
20%인 한라산 소주에 비해 18.5%로 낮은 도수를 가지고 있는 한라산 올래는 오랜 기간 한라산물 순한 소주로 불렸지만 2014년 이름을 바꾸었다. ‘올래’는 집을 드나드는 골목이란 의미의 제주어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과 힐링을 의미해 제주 도민과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부드럽고 깨끗한 맛으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한라산 소주의 정신이 엿보인다.
혼디주
혼디는 제주어로 함께, 같이라는 의미로 제주의 화산암반수와 감귤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도수 12도의 감귤발효주인 혼디주가 1월에 출시된다. 혼디주와 함께 한라봉 원료를 더하고 드라이한 맛을 살린 알코올도수가 무려 50도나 되는 증류주 혼디주 프리미엄도 출시된다. 제주의 감귤과 한라봉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술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제주막걸리
감귤, 한라봉, 우도땅콩막걸리까지 제주도의 특산물을 활용한 막걸리도 많지만 의외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제주막걸리이다. 핑크색 라벨덕분에 핑크막걸리, 핑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생유산균이라 가지고 돌아갈 수도 없어 관광객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착실하게 마실 정도라고 한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맛있는 안주와 제주막걸리를 곁들인 사진을 SNS에 올려야 진정한 제주여행 인증이라는 마니아들도 생기고 있는 중이다.
제주샘주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제주샘주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덕분에 제주의 전통주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전통방식처럼 손으로 일일이 만들진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정성으로 술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천연화산암반수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효 후 여과 과정을 거쳐 더욱 맑은 술로 만들어 좀 더 세련된 맛이다.
허벅술
허벅이란 주둥이가 좁은 물병으로 제주에서 물을 긷는데 썼던 항아리이다. 이 허벅모양을 본 딴 병에 엄선된 쌀보리와 현미를 전통 발효공법으로 저온 발효 후 장기간 숙성시킨 술을 담았다. 제주의 화산암반수와 천연 유채꿀을 넣어 브랜디와 같은 향긋한 향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에선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다른 술에서는 생생하게 생동하는 제주의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막걸리와 감귤을 활용한 와인, 백년초, 복분자 등 제주의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술이 출시되고 있다. 이 중 당기는 술 하나를 찍어 겨울 밤, 제주에서 맛있는 안주에 술 한잔은 어떨까.
에디터 / 이지은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협조 / 강경순 오메기술 전수조교 010-6640-1559
한라산소주 고객센터 064-796-6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