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음악만의 시간 스트라디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적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LP레코드 세대는 아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주구장창 돌려 듣던 와중에 작고 가벼운 ‘MP3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신문물’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두근거리며 구입했던 나의 첫 MP3 플레이어는 ‘아이리버’의 제품이었다.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 출시되어 한창 인기를 끌던 2000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국내의 60%, 세계의 20%를 장악했을 정도로 아이리버의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를 대체할 휴대폰의 기술적 성장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시장이 변화하면서 아이리버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때 아이리버가 새롭게 찾아낸 돌파구는 ‘고급화’ 전략이었다. ‘아스텔앤컨(Astell&Kern)’이라는 이름을 지닌 고가의 고음질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고해상도 음원 플레이어를 지향하는 동시에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단순한 전자기기를 넘어 ‘그 이상의 고급 오디오’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아이리버는 자사 브랜드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아이리버의 다음 행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구나 고음질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진 문화공간, 그곳이 바로 ‘스트라디움(STRADEUM)’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아스텔앤컨 제품들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지만, 입장료는 1만원에 불과하다. ‘좋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름의 의미 그대로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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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없는 인생은 건조한 사막의 여정과도 같다.”
‘스트라디움’의 검고 단단한 외관은 묵직하고 중후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내부에 들어서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편안하다는 느낌이 풍겨 나왔다. 편리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고, 개인 및 그룹 단위로 다양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공간이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있으니 어디부터 관람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과정 역시도 즐거웠다.
오드리 햅번의 ‘Moon river’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1층의 사운드 갤러리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몸을 맡기고’, 세계로 여행하는’ 등 15가지의 테마별로 엄선된 곡을 선보인 이전 전시가 끝나고 마침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 첫 날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고대,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부터 오늘날의 음악까지 뮤직 큐레이터가 엄선한 연도별 추천곡들이 선곡되어 있었다. 대략 10년을 기준으로 묶인 시대별 음악을 비교하고 연결하며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시대별 음악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헤드폰에 이르러서야 눈에 들어온 글귀들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수 세기 동안 우리를 사로잡아 온 음악에 대한 예찬과 애정들이 흰 벽 위에 가득했다.
“사랑은 음악을 표현할 수 없지만 음악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들으려고만 한다면 이 땅에는 음악이 가득 차 있다.”
지하 1층은 사운드 알코브(Sound Alcove)와 뮤직룸으로 이뤄져있다. 사운드 알코브는 ‘방 안의 작은 방(알코브)’처럼 개별적인 음악 감상이 가능하며 조용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혼자 앉기에는 약간 넓고, 둘이 앉기에는 약간 좁은 사이즈’로 혼자서 편하게 듣거나 연인들이 다정하게 앉아서 들을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고 한다.
각 알코브마다 장착되어 있는 아스텔엔컨 고음질 포터블 플레이어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주제별로 선곡되어 있다. 이 중 가운데 테이블에 있는 4대의 기기만이 유일하게 고음질의 음원사이트로 접속하여 듣고 싶은 음악을 별도로 검색해서 들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미리 선곡된 음악만을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에는 이 세상 온갖 노래의 고음질 음원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본인이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선곡리스트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느껴지는 반가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음악들을 새롭게 접하고 보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폭 넓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른편에 위치한 두 개의 뮤직룸에서는 각각 팝/월드뮤직 장르와 클래식/재즈 장르의 음악이 연이어 재생되고 있었다. 스트라디움의 뮤직 큐레이터와 장르별 전문가들이 선곡한 약 4TB 용량의 고음질 음원을 최고 사양의 스피커로 들을 수 있는데, 평범한 귀를 소유한 나에게는 과한 호강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감정이 들린다면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
녹음 스튜디오이자 라이브 홀인 2, 3층에서는 스트라디움에서 독자적으로 기획하는 유료 공연이나 녹음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상시 진행되는 무료 음악 해설/감상 프로그램이 이제 막 끝난 참이었다. 텅 빈 스튜디오에는 ‘We are the world’가 공간 가득 울리고 있었다. 홀로 공연장 한 켠에 앉아 노래를 감상했다. ‘우리는 하나의 세계’라고 힘껏 노래하는 소리를 가슴 벅차게 듣고 있자니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삶과 공존하며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음악’이라는 존재가 새삼 감탄스럽게 느껴졌다. 누구든 이 순간 이 공간에 있다면 음악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감상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움직임을 단순히 상업적인 관점에서의 인과관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손실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원음에 가장 가까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음악의 힘을 믿고 음악을 사랑해온 사람들이 항상 꿈꾸던 무엇이다. 그러한 욕구가 단순히 개인의 영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 형태로 구축되고, 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된 일련의 과정. 여기에는 ‘음악을 고음질로 섬세히 음미한다’는 행위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추구하는 문화가 대중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까닭도 있지 않을까?
“말만으로는 할 수 없는 그 순간에 음악은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
4층의 루프탑 라운지에도 여전히 아스텔앤컨 스피커는 공간 한 곳에 자리해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한가로운 평일 오후에 재즈 음악이 느긋하게 흘러나오고 전면 유리창으로 빛이 흠뻑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다.
스트라디움의 입장료에는 루프탑 라운지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 한 잔이 포함되어 있다. 고음질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음료 한 잔까지 더하여 단돈 1만원이라는 점은 스트라디움이 위치한 한남동 일대의 특수성을 고려할 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최근 영화관의 주말 1인 관람료가 1만원을 훌쩍 넘어가니 이 정도면 합리적인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꼽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여유롭게 야외테라스에서 볕을 쬐며 아이스라떼 한 잔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저 멀리 야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본입장료 : 10,000원 (4층 루프탑 카페 음료 포함) / STRADEUM Curation 이용가능
Live & Talk : 각 프로그램 별 티켓 구입 (기본 입장료에 해당하는 모든 사항 포함)
할인 안내 : T Membership VIP회원 기본 입장권 연간 6회 무료 제공 (본인에 한함), T Membership 기본 입장료 20% 할인 (본인에 한함)
운영시간 : 화-토요일 AM 11 – PM 9 (매표 마감 PM 8), 일요일 AM 11 – PM 7 (매표 마감 PM 6),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에디터.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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