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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가로수길을 걷는 사람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매장 윈도우를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큰 거리에 즐비한 매장들도 물론 매력있지만, 좁다란 골목길에서 가로수길의 진가는 드러난다. 골목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의류매장들. 그리고 가로수길 어느 골목길에 우뚝 서있던 붉은 달라홀스가 있는 푸른색 건물은 그 길과 이질감이 드는 동시에 몹시 어울렸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단순함의 미학

2012년 로가닉, 2013년 스칸디맘, 그리고 2014년 놈코어까지. 매년 말 발간되고 있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시리즈에서는 몇 년 전부터 비슷한 경향의 키워드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의 10대 소비 트렌드 중 ‘놈코어Normcore’는 normal과 hardcore의 합성어로, 그는 앞으로 사람들은 ‘럭셔리’를 비단 비싸고 화려한 치장뿐만 아니라, 평범하고 단순함 속에서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와 함께 올해 상반기에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 지인들과의 소박한 삶을 중시하는 ‘킨포크’ 열풍도 불었다.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 이후 어느 정도의 풍요로운 삶을 이룩하게 되었고, 그것을 즐기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시대상과 맞물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북유럽 스타일은 더 이상의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가로수길에서 만난 북유럽

가로수길에서 느껴지는 한적한 분위기 때문인지 가로수길 골목에서 만난 푸른색 건물, 스웨덴 디저트 카페 FIKA는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입구 문에 붙여진 스웨덴 전통의상을 입은 남녀캐릭터의 즐거운 인사와 함께 매장에 들어섰다.

 

FIKA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지어진 건물로, 방문객에게는 3층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랩을 제외하고 출입 가능하다. 또한, 각 층은 영업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방문했을 때의 시각은 오후 1시였기에 지하와 1층의 출입만이 가능했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문을 열자마자 계단을 마주쳤다. 지하에는 스웨덴 디자인 샵 ’TASK’, 1층에는 카페 ’FIKA’가 위치해 있다. 지하 테이블에 다양한 북유럽 제품들을 보는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지하로 이끌렸다. 지하는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첫 번째로 마주하는 공간은 쇼룸의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중앙에 놓인 큰 테이블 위에 다양한 북유럽 식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탁자 주변에는 ‘ROSSI’의 패턴 포장지들과 수공예 인테리어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별나고 독창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간결성과 실용성 그리고 그 위에 약간의 재미를 더할 뿐. 하지만 그 세가지 이외에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특징이 있다. 북유럽 사람들의 자유롭고 따뜻한 마음씨. 그 감성은 그 물건에 녹아 들어 사용하는 사람에게 까지 전해진다. 가령 달라홀스가 프린트된 머그컵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집 선반 위에만 두고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다. 그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물을 담을 수 있는 ‘컵’이 아닌 북유럽 사람들의 감성일 수 있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두 번째 공간은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북바인더스 디자인’의 제품들로 다양한 브랜드들과 카테고리가 눈을 즐겁게 했다. 노트, 앨범, 다이어리 등의 매우 간결한 디자인들을 보고 있으니 제품 본연의 가치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트에 사용자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서비스였다. 사용하는 물건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물건에 이름을 새김으로서 내 것이라는 ‘확실한 소유물 인식’에 의한 애정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주로 일반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문구들이었지만 곳곳에 생소한 물건들도 보였다. 중세시대에만 썼을 법해 보이는 편지봉투를 봉할 때 사용하는 ‘실링왁스’ 스웨덴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걱정인형, 스웨덴, 핀란드 가수의 CD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은 누군가의 보물상자를 몰래 열어보는 것처럼 비밀스럽고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지하 매장의 구경을 마치고 1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스웨디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 ‘FIKA’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커피타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매장 내에는 흥겨운 팝송이 흐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어서 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매장 한 쪽 벽에는 앱솔루트 보드카, 스웨덴에서 직수입한 커피, FIKA 머그컵, 종이와 펜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벽에는 귀여운 북유럽 지도 일러스트레이션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각 나라별 유명한 상징들을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바이킹, 스웨덴의 달라홀스, 핀란드의 무민 등 생각보다 북유럽 문화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고, 멀게만 여겼던 북유럽 국가들이 한 순간에 친숙하게 느껴졌다.

 

판매하는 메뉴도 여느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것과 약간 달랐다. 스웨덴 사람들이 즐겨먹는 스웨덴 전통 디저트 ‘셈라’와 ‘뷸라’를 비롯해 스웨덴 전통 잼이 들어간 샌드위치, 스웨디시 스무디, 에이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각종 견과류가 들어간 샐러드와 샌드위치의 조합은 보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웨디시 디저트 카페 FIKA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웨디시 음악이 흘러나왔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앉아 창밖에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FIKA에서 바라보는 창 밖 풍경은 느긋했고, 사람들은 평온해 보였다. 몇 년 전 런던을 가기 위해 경유했던 핀란드 공항의 공기도 잠깐 생각이 났다. 지나치게 감상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훨씬 저렴하고 맛있는 카페보다 FIKA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곳에서 그저 한 끼니를 때우거나 목을 축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더욱 즐기고 싶다면 FIKA에 들려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 당신은 문에 붙은 스웨덴 전통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을 보는 순간 스웨덴의 매력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에디터 서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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