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쇄신·혁신없인 미래없다”…오른팔도 쳐내는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 [연합] |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칼을 뺐다. 지난 6월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를 이례적으로 인재개발원으로 보낸 데 이어 이번엔 그의 ‘오른팔’이었던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도 쳐냈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형제의 난, 신 회장의 구속 등 롯데그룹에 닥친 여러 시련 속에서도 자기 사람은 챙겼던 신 회장이 최측근인 황 부회장까지 내친 것은 그만큼 조직 쇄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신동빈 오른팔’ 황각규 등 전략라인 전면 교체
지난 13일 열린 롯데지주 정기이사회는 사실 주력 사업부문의 실적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갑작스러운 임원 인사가 발표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특히 신 회장의 오른팔로, 그룹 2인자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했던 황 부회장이 2분기 계열사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용퇴했다. 롯데 관계자가 “그룹 비정기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라고 밝힐 만큼 상징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황 부회장은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 근무 당시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국내로 처음 들어온 신 회장과 인연을 시작한, 신 회장의 30년지기다.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M&A) 등 롯데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적인 사안들을 챙기며 ‘글로벌 롯데’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2017년에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지주의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의 양축인 쇼핑과 화학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황 부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실제로 올 2분기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5% 감소한 14억원, 롯데케미칼은 90% 급감한 329억원에 불과했다.
황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중장기 전략을 구상해왔던 윤종민 경영전략실장도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나가는 등 그룹 전략 담당 브레인들이 모두 교체됐다. 윤 실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황 부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됐으나 이번 인사에서 인재개발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지주의 이번 인사가 전면적인 세대교체라고 회자되는 것도 황-윤 라인이 전격 퇴진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 고강도 인사쇄신…“살아남을 길 찾아야”
신 회장이 어느 때보다 고강도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은 전략 라인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나 포스트 코로나 대책 등 효과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사장단 회의에서 “경제가 내년 말까지 코로나 이전의 70%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경영진에게 혁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어 신 회장이 대로(大怒)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그룹의 경영 쇄신을 주도할 후임으로 선택한 사람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다. 이 대표는 강한 실행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며,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출신이지만, 지난 2015년부터는 하이마트를 진두지휘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1% 증가한 693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가장 신속하게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와 함께 그룹의 전략을 책임질 경영혁신실장(전 경영전략실)으로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 전무가 발탁됐다. 그 역시 그룹 내에서 전략과 기획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전무가 이끌 경영혁신실도 산하 4개 부서(유통·식품·화학·관광)에서 2개 부서로 축소되고,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전략라인 교체로 일부 계열사에 대한 임원인사도 함께 진행됐다. 김현수64)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렌탈 대표로, 류제돈(60) 롯데지주 비서팀장은 롯데물산 대표로 선임됐다. 전영민(53) 롯데인재개발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