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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이집트 탐방기②] 스핑크스 틀렸다, 수호신 호루스가 맞다 [함영훈의 멋·맛·쉼]

[新이집트 탐방기②]

수천년 ‘지평선의 호루스(호르엠아케르)’로 불려


이집트 최고神을 외세가 ‘괴물 Sphinks’로 왜곡


자연석에 사람 머리(지혜), 사자(용맹) 조각


피라미드 거느리며 동쪽 햇살 온몸으로 받아


생명의 땅 이집트 백성들의 희망, 믿음의 상징


피라미드는 멀리서는 경외심, 가까이선 정겨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953년 공화국으로 출범하기 까지 6000년 이어진 것으로 고증되는 이집트 왕조는 호루스의 신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 이전의 신들의 이야기가 소설 같은 것이라면, 호루스 신 이후는 당대의 여러 권력이동(왕위 계승), 문화변동, 생활경제 등 ‘팩트’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호루스는 이전 이집트 9신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신들 간의 갈등을 매듭지어 현세를 밝게해주는 국왕신이다. ‘역사’로 분류되는 이집트 6000년 역사 중 이 나라의 리더들이 늘 표방했다. “호루스의 이름으로!” 문명을 만들고 태평성대를 도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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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600여년 전부터 세워진 대형 피라미드 지역에 최근 2300년 사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지평선에 있는 호루스(호르 엠 아케르)’를 괴물(Sphinks)로 둔갑시킨 사건이었다.


카이로 근교 기자(Giza)의 피라미드 투톱, 쿠푸왕 및 그 아들 카프레왕 능 앞에 우뚝 서 있는 호루스의 상징물을 이방인들이 가장 악질적인 괴물납치범 ‘스핑크스’로 반전 격하시킨 것이다. 또 사나운 묘지기로 평가절하했다. 안타깝게도 이 비속적 호칭 ‘스핑크스’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도 있다.


왜곡의 비속어 ‘안압지’가 사라지고 ‘동굴월지’가 범용화되었듯, 이집트인들도 스핑크스 이름 바꾸기에 나서야할 것 같다. 뜻있는 이집트 사학자와 여행가들이 ‘호르 엠 아케르’를 외래관광객들에게 알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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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 엠 아케르’와 피라미드는 신종 코로나 무풍(無風)지대인 이집트의 대표 유산이다. 인근 메리어트 메나하우스 카이로 호텔은 다른 가게 손님이라도 피라미드 구경을 편하게 하라고 짐을 공짜로 맡아준다. 이 호텔 건너편엔 올 10월 완공될 고고학박물관 신관이 우람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시내 고가차도를 달릴 때 공사중인 건물 위로, 가옥과 야자수들 사이로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사라지곤했다. 4500년전 사막위에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세운 이 거대 유적에서 경외심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다가갈수록 위엄 보다는 잘 정비된 우리 고향집 뒤 돌산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잘 쌓아놓은 큰 돌 계단 위에 걸터앉아 재잘거리는 사람이 많다. 커다란 정방형의 바위 위에 앉아 아무리 셀카를 찍어봐야, 그 경외스럽던 피라미드는 없다.


멀리서 혹은 창공에서 내려보면 “4500년전에 이게 가능하기나 한가”라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무덤 가까이에 와서는 지구촌 여행자들이 놀이터로 여기는 2020년 이 풍경을 아마 쿠푸왕도 즐기고 있을 것 같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가까워지는 당신이랄까. 놀라움을 잊고 즐거움을 채우는 곳. ‘만져보는 피라미드’의 현실적 느낌이었다.


쿠푸왕 피라미드에서 남동쪽으로 300m, 카프레왕 것에서 정동향 400m 지점에 있는 ‘호르 엠 아케르’ 역시 좋은 놀이터이다. 지구촌 여행자들은 앵글맞추기를 통해, 높이 20m이고 몸길이 70m인 이 석상과 뽀뽀도 하고, 안경 씌우기도 하며, 호루스의 분신이자 태양신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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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라미드에서 남서쪽으로 1㎞가량 가면, 6개 피라미드를 한눈에 볼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를 만난다. 잔망한 즐거움은 여기서도 계속된다. 쿠푸 할아버지-카프레 아버지능 그룹과 멘카우라 손자능-대비-왕비능 그룹 간 간격이 벌어지자 그 사이에서 여행자들은 온갖 몸 개인기를 펼친다.


6개 피라미드군을 둘러보는데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여러 피라미드가 겹쳐서 나오도록 하려면 왕비능 뒤에서 촬영해야 한다. 편리한 탐방을 위해 1만2000원 수준으로 흥정 잘 해서 낙타를 타면, 몸 지지대가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실 첫 피라미드는 쿠푸왕 3대의 피라미드 보다 100년 가량 앞선 시점, 기자에서 20㎞ 남동쪽 사카라에 세워진 계단식이다. 중앙집권 체제를 완비한 조세르 왕이 기원전 2650년 무렵 네모난 집채 모양의 마스터바 묘지를 여섯 단에 걸쳐서 쌓은 모양새로 지었다. 이 피라미드 경내에는 ‘나는 아직 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왕이 직접 쾌속 달리기 등을 벌이는 '세드축제' 운동장도 마련돼 있다. 숱한 이집트 신전 부조엔 왕이 다리를 쩍 벌린 모습이 있는데, 이는 강건함을 과시하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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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서와 사전은 자연석을 있는 위치 그대로 조각한 ‘호르 엠 아케르’가 최초 피라미드인 조세르왕의 계단식 피라미드와 비슷한 시기에 완성됐다고 기록한다. 서쪽 웰다잉의 땅 입구에 서서, 정동방을 바라보는 사람얼굴(지혜)-사자의 몸(용맹) 석상은 동쪽 웰빙의 땅에 사는 백성들에겐 희망이다. 그는 나라의 대표 신으로서 60기에 이르는 왕족과 귀족 피라미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테베(룩소르)의 돌산에 살면서 “아침 네 다리, 낮 두 다리, 밤 세 다리”라는 스핑크스 수수께끼를 낸뒤 틀리면 잡아먹었다는 얘기, 이집트 신화를 온갖 외설로 가득 채운 것, 맑기만한 나일강을 그리스인들이 ‘탁하게 흐른다’는 뜻으로 ‘닐루스(Nilus)’라 표현해 강이름의 어원이 된 점 등도 외세의 이집트 문명 평가절하, 왜곡의 산물로 추정된다.


높이 147m였다가 풍화작용으로 137m가 된 대피라미드 네 밑변의 합은 1년 일수와 같은 365인치이고, 높이는 지구-태양 간 거리의 10억분의 1인데, 양력을 사용한 이집트인들이 이것까지 미리 계산했다면, 대단하다.


카프레 피라미드의 남쪽 연장선은 동쪽에 있는 ‘호르 엠 아케르’(스핑크스) 옆면과 일치한다. 이 피라미드는 호루스 상징 석상을 피해 이례적으로 북쪽에 입구를 만들었다. 낮이 가장 긴 하지에는 ‘호르 엠 아케르’를 지난 태양이 ‘빅2’ 피라미드 사이 정중앙을 통과하며 진다.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명칭은 나홀로 사막 위에 우뚝 서 있던 기간이 꽤 길었음을 내포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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