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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1주택자들의 고민…“수십년 살아온 강남 떠나야 하나”

30억이상 초고가주택 공시가 30%↑

고령 세액공제 받아도 현금 여력 없어

아리팍84㎡ 내후년 종부세 1500만원

“세금못내 쫓겨나게 생겼다” 분노 폭발

서울집값 일제히 올라 옮겨도 실익없어

종부세 기준 9억원→15억원 상향 필요



헤럴드경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는 지난해 대비 2배가 넘는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은퇴자 등 소득이 없는 이들의 세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헤럴드경제DB]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60㎡(전용면적)을 한 채 소유한 70대 A씨는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다. 신반포 한신1차 때부터 살았던 원주민이고, 현재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다. A씨는 연령별 세액공제를 받아 작년에는 종부세 40만여원을 냈고 올해는 70만여원을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과 내후년에 더 오를 것을 우려해 집을 팔고 흑석동이나 마포 중 한 곳으로 이사를 생각 중이다.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23일 국세청 홈택스와 금융결제원 인터넷지로를 통해 올해 종부세 고지 내용을 확인한 집주인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세금밖에 안 물어본다”면서 “연세 있는 분들은 1주택자임에도 매도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작년 종부세가 281만7480원에서 올해 494만82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내년 예상액은 928만8630원, 내후년에는 1474만6080원으로 예상된다. 이 아파트 112㎡는 지난해 572만원 수준에서 올해 976만원대로 크게 상승했다. 내년은 1731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1주택자 장기보유 또는 고령자 공제를 받지 않은 것을 가정한 금액이다.


은퇴한 1주택자이면서 아직 연령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더 분노하는 분위기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50대 후반이고 조기은퇴해 월 소득이 없는 34평(85㎡) 소유자는 올해 종부세가 500만원 가까이 나오고 재산세까지 합치면 1000만원을 내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며 “자식에게 용돈을 받기도 어려워 모아둔 예금을 깨서 (종부세를) 납부해야 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강남구 대표 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보유자는 작년에 종부세로 402만4920원을 냈지만, 올해는 300만원 가까이 오른 694만4340원을 내야 한다. 내년에는 1237만2570원, 내후년에는 2133만4095원까지 오른다. 이는 올해 공시가격이 대폭 올랐고,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해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작년보다 5%포인트 오른 9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이지만 서울 강남권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공시가격은 30%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 카페에는 ‘노동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세금 못내 쫓겨나게 생겼다’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1주택자들은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한 시민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월급은 하나도 안오르는데 세금은 너무 오르니 내후년에는 집을 팔아야할 지경이라 울고 싶다”며 “가진 건 집 한 채 뿐인데 아들 둘 결혼 어떻게 시키나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도 “상승장 직전인 올해 초반에 잠실 5개 단지 중 하나를 영끌해 매수했다”면서 “그런데 세무상담을 받아보니 2022년부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가 1000만원을 훌쩍 넘더라”고 사연을 소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산세가 많이 나오고 있어 팔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았다”며 “이제 은퇴했거나 고령자인 1주택자 중에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을 차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부세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종부세 기준인 9억원을 그대로 두는 것은 정부가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본래 서민 등 보통사람들 주택지였던 마포에서도 이제 종부세 해당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소한 종부세 기준을 15억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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