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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업체들 “우리가 잘 나간다구요? 천만의 말씀”

생산능력·납품단가 정해져 매출 제자리

원자재 부족에 주문 폭주로 업무는 마비

‘시장질서 교란한다’ 따가운 시선만 쏟아져

헤럴드경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창고형 대형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지난 4일 점별로 1인당 마스크 구매 수량을 30개로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연합뉴스]

‘방역용 마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해 수요가 폭증,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표정은 화색(和色) 보다 사색(死色)에 가깝다. 매출이 수요만큼 따라주지 않는 데다, 가격 폭등이나 매점매석 등의 문제로 인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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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마스크가 진열됐던 대형마트 매대가 텅 빈 모습.[연합뉴스]

방역용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대형 악재를 뚫고 매출이 급상승했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에 대해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매출액 제자리 ▷문의 폭주에 따른 업무 마비 ▷유통 과정에서의 불만 가중이란 ‘3중고’를 호소했다. 마스크 수요는 급등했다 해도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댈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는 탓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 마스크 제조업체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근무시간 제한을 풀었다 해도 생산능력이 정해져 있어 생산물량은 크게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업체 관계자는 “3대의 기계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정해져 있다. 현재의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하도급을 준다거나 설비를 더 늘리는 식의 조치는 어렵다. 나오는 물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으로 마스크를 제조하는 B업체도 “추가 생산계획에 대해 협력사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생산물량을 한 번 늘리면 한동안 그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며 “영업망 확충 등 다른 업무와도 손이 맞아야 생산량을 늘리는데, 지금의 수요 폭증은 일시적일 수 있어 고심 중”이라 했다.


생산여력 뿐 아니라 마스크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도 최근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무리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원부자재도 연간 생산계획에 맞춰 발주를 해놓은 상태다. 갑자기 주문량을 늘리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가격인상도 마스크 업체에는 수익 상승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연 단위로 단가계약을 해놓기 때문에 수요가 늘었다고 가격을 올려받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마스크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C업체는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으로 생산해서 납품하는 건 연간단가가 정해져 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생산업체들이 버는 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A업체도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찰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올려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업체들은 오히려 배송지연 문의가 폭주하면서 업무마비라는 고충을 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마스크 업계에서는 겨울이 ‘성수기’로 꼽힌다. 중국에서 난방을 가동하면서 대기 중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이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돼 전형적인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많아짐)’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 신생 업체들에도 겨울은 추가 입점 등 납품처 확대의 기회다.


최근에는 수급·배송 지연 등과 관련해 ‘문의’를 넘은 ‘항의’에 응대하느라 영업 확대는 꿈도 못꾼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B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터진 이후에도 신규 입점 제안보다 배송 지연에 관한 항의만 받고 있다”고 했다. 재난 상황에서 마스크값을 올리거나 사재기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일 등은 마스크 제조업체가 아닌, 중간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다. 그럼에도 세간의 오해로 마스크 제조업체에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면서 업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C업체는 “최근 문제가 되는 폭리는 중간 유통업자(셀러)로 인한 것인데, 마스크 업체들이 현 상황을 악용해 웃돈을 받는 얌체족으로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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