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간경화·간암 투병, 만약 늦었다면..母도 같은 병으로 작고"
'TV는 사랑을 싣고'
'TV는 사랑을 싣고' 캡처 |
김정태가 동료 배우 주명철, 신범식을 만났다.
28일 방송된 KBS2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게스트로 배우 김정태가 출연했다.
김정태는 한 영화관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간암 투병 사실로 많은 걱정을 안겼던 김정태는 "촬영을 하고 있는데 몸이 안 좋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했는데 늦었으면 안 좋은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다. 지금은 좋은 상태다"라고 고백했다.
김정태는 영화 '해적 디스코 왕되다'에서 단역 3인방으로 활동했던 주명철, 신범식 배우를 떠올렸다. 김정태는 "어깨1이 주명철, 어깨2가 신범식이었고 나는 오른팔 역할이었다. 신범식은 아우라가 크고 주명철은 강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마음은 굉장히 여리다"라고 밝혔다.
김정태는 찾고 싶은 이유에 대해 "생사의 갈림길에 한 번 다녀오니 세상이 좀 바뀌어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연기를 좋아서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빚 갚는 수단으로만 생각을 했다. 큰 딜레마였다. 그러다 보니 힘들고 어려웠지만 동료들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 그립더라. 그래서 유독 이 사람들을 찾고 싶은가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그들이 현장에 보이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정태는 "1980년대 초 운전기사가 있었다. 아버님이 주류 유통업을 하셨다"라고 털어놓으며 부유했던 어린 시절을 밝히면서도 "그 뒤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았다. 천 원이 아까울 정도였다. 17,000원으로 일주일을 생활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느 날 어머니가 카드를 주셨다. 확인해보니 딱 3만 원이 있더라. 수수료를 빼면 3만 원도 안 됐다. 그 모습을 어머니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더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라고 전했다.
20여 년 전 단역 3인방이 묵었던 여관과 비슷한 곳을 찾은 김정태는 "세 명이 잘 때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긴 사람이 침대에서 자고 지면 바닥에서 잤다. 침대는 주로 범식이 형이 썼다. 가위바위보를 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몸이 너무 아파 여관 하루를 연장한 적이 있었다. 도저히 숙박비를 낼 방법이 없더라. 그래서 새벽에 도망 나왔다"라고 밝히며 "하루 더 잔다고 하고 값도 못 치르고 야반도주를 했는데 그때 하루 재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정태는 "어느 날 회비를 모아 공금을 마련했다. 뜬금없이 초코 빵을 사자고 하더라. 공평하게 나눠 먹어야 하니까 '아침 먹고 같이 나눠 먹자'라고 했다. 다음날 먹을 생각에 편안하게 자려고 하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불을 켰는데 범식이 형 입에 반 이상이 들어가 있었다, 제가 손을 넣어 다시 빼냈다. 과자가 결국 아스러졌다"라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TV는 사랑을 싣고' 캡처 |
이어 김정태는 "32세 때 촬영을 위해 살을 찌우다 두 번째 간 경화가 발병했다"라고 밝히며 "영화 '개똥' 촬영 당시 밀양과 부산을 오가면서 치료와 촬영을 병행했다. 말하면 잘릴까 봐 말하지는 않았다. 무대인사에 어머니가 오셨는데 너무 많이 우시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2008년도에 어머니가 나와 같은 병으로 돌아가셨다. 너무 늦게 발견해서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셨는데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답했다.
김정태는 "간암 발병 후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도저히 연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간암 초기였는데 종양이 뒤에 있어서 수술이 어려웠다. 수술 시간이 두 배 더 걸렸다고 하더라"고 털어놓으며 "며칠 전에도 검사를 했는데 주치의한테 칭찬을 받았다"라고 말해 안도감을 자아냈다.
신범식을 찾은 제작진은 "지금 만나게 되면 김정태가 괜히 신경 쓰일 거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명철 역시 문자메시지로 '방송 출연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답해 김정태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정태는 "주명철이 배우와 많이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어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19년 전 추억들로 채워진 골목 계단을 찾았고 김정태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계단을 올랐다. 신범식과 주명철은 환하게 웃으며 김정태에게 다가왔다. 신범식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살이 많이 빠졌다"라고 밝히며 "몸이 안 좋아서 진짜 안 나오려고 했었다. 내 몸 상태를 보니까 살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더라. 그때 고생했던 모습이 힘들지만 너무 행복했다. 셋이 워낙 호흡이 잘 맞았다"라고 회상했다.
주명철은 "개인적으로 작품을 하고 있으면 기분 좋게 만날 거 같은데 작품을 안 한 지 워낙 오래돼서 출연을 못한다고 말했다"라고 털어놓으며 "마음에 계속 걸리더라. 몸 상태도 궁금했다. 찾는다고 하는데 안 나가면 서운해할 것 같아서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20년 전의 동작과 표정을 똑같이 취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이후 다 같이 삼겹살 집을 찾아 추억에 빠졌다.
[헤럴드POP=김은혜 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