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부터 이발, 서신검열까지.. 교도소 담장 안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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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할까
경기 안양교도소 내부 수용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어떨까요. 이들에게도 똑 같은 기본권, 인권이 보장되는 게 맞을까요.
‘희대의 탈옥수’로 불리는 무기수 신창원(53)씨의 화장실 폐쇄회로(CC)TV 논란을 계기로 교도소 담장 안의 인권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화장실까지 CCTV로… “장기간 감시는 너무해”
탈옥 2년 6개월여만에 붙잡힌 신창원이 전남 순천경찰서에 압송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신씨가 희대의 탈옥수로 불리는 까닭은 복역 중 탈옥해 무려 2년 6개월 간이나 도주한 끝에 붙잡혔기 때문이었습니다. 강도치사죄로 1990년부터 무기수였던 그는 1997년 탈옥했다가 다시 붙잡힌 뒤 20년 넘게 특별 계호를 받고 있었는데요. 독방에 홀로 가두고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모습까지 감시 당했습니다.
교도소가 이런 방법을 택한 까닭은 신씨가 과거 탈옥 외에도 2011년 자살 기도까지 했기 때문인데요. 논란이 된 건 지난해 5월 신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입니다. 그는 진정서에서 “1997년 도주, 2011년 자살기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이후 현재까지 징벌 없이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지요.
이에 교도소 측은 앞서 “장기수형 생활로 인한 정서적 불안으로 언제든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고요. 하지만 인권위는 2월 교도소의 조치에 대해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며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결국 광주교도소는 최근 이 권고를 받아들여 신씨가 수감된 독거실의 CCTV를 철거했습니다. (관련기사: 법무부, 신창원 감시 CCTV 제거…인권위 권고 수용)
CCTV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히려 필요성이 강조된 적도 있습니다. 앞서 2004년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이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그리고 2009년 연쇄살인범 정남규가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제기된 문제인데요. CCTV가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거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용자를 감시하고 계호할 교도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머리 자르고 싶지 않으면?
게티이미지뱅크 |
실제 지난해 7월 국내 한 교도소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수감 중이던 A씨는 직업상 머리를 자르는 것이 곤란하다며 “머리를 자르고 싶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교도관이 ‘머리를 자르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잘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교도소 측은 “다른 수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위생상 이발을 권유했으며 당사자가 큰 반발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기본권 침해라고 봤습니다. 머리 모양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자기결정권이라는 해석인데요.
교정 시설 내 수감자의 두발 문제는 이들의 위생 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과거에도 지적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전남의 한 교도소에서도 교도관이 수용자의 이발을 강요해 인권침해 행위로 판단된 적이 있다고 해요. 인권위는 이에 “교도관들이 수용자의 위생관리를 지도할 의무가 있지만 강제로 이발을 시킬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찜통 감방 수용은 행복추구권 침해?
안양 교도소 의 내부 수용시설. 한국일보 자료사진 |
한 여름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는 좁은 방에 성인 여러 명이 갇혀 있기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전국 어느 교도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여름 풍경인데요. 2016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수용자 두 명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폭염은 사람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정하는 자연 재난인데요.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지난해 인권위에 ‘폭염 수용’ 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바 있어요.
수감자들의 진정도 끊이지 않는데요. 2015년에는 강원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우모(45)씨가 “옆 수용실(감방)이 비었는데도 고의로 3명을 수용하고, 더운 날에 웃옷을 벗지 못하게 한 채 무더위를 견디도록 하는 것은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우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교도소 측은 “진정인이 수용돼 있었던 수용거실은 6.48㎡로 3명을 수용해도 큰 무리가 없고, 수용된 닷새 동안 1인당 1개의 부채를 지급했으며, 수용실의 수용질서 확립을 위해서 관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는데요. 인권위는 “법을 위반해 죗값을 치르는 수용자라고 해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재발 방지 조처를 만들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해당 교도소에는 1명만 수용된 방이나 빈방이 있었던 점, 그리고 6.48㎡에 불과한 해당 수용실에 3명을 수용하면 1인당 수용 공간이 2.16㎡에 불과해 2.58㎡당 1명을 수용하도록 한 법무부 예규에 어긋난다는 점도 고려됐죠.
무엇보다 인권위는 “한여름 좁은 공간에 5일간 3명을 수용한 것은 고문방지협약이 금지하는 비인도적, 굴욕적 처우이며,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찜통’ 교도소 2평 방안에 3명… “죗값 치르는 중이라도 인권침해”)
서신 검열은 해도 되나
좁은 감방 안에 초과 수용된 수감자들의 처지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내용입니다. 헌재는 2017년 과밀수용에 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며 위헌이라고 봤는데요. 헌재의 결정에도 교정시설 내 과밀수용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교정시설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밖에 서신 검열, 다시 말해 수용자가 쓴 편지를 검열하는 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인권위는 수용자가 쓴 편지를 검열해 발송을 하지 않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는데요. 당시 교정시설은 해당 수용자가 상습적으로 인권위에 진정한 이력이 있고, 편지를 받는 이가 언론사인 점 등을 감안해 검열했다고 해요. 또 “서신 내용은 명백한 거짓으로 교도관들의 행위는 정당했다”고도 주장했고요. 하지만 인권위는 이에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발 방지책을 권고했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