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치받는 애국주의 광풍에 '中 아미'도 뿔났다
"BTS 관련 제품 중국으로 운송 중단" 선언
中 택배업체 도발... '노이즈 마케팅' 지적도
"우상보다 조국" vs "소비자 무시" 여론 양분
해관 "사실무근"... 習 "항미원조 정신 고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탄소년단(BTS)을 트집잡는 중국의 횡포가 애먼 택배 논란으로 번졌다. 몇몇 업체가 애국주의 열풍에 편승해 BTS 관련 제품 운송을 거부하자 "조국 앞에 우상은 없다"며 일부 동조 여론이 일고 있다. 반면 중국 내 BTS 팬들은 "왜 소비자를 무시하느냐"고 반발한다. 일각에서 당국 개입설도 불거졌지만 중국 해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업계 5위 택배회사의 도발… '노이즈 마케팅'인가<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택배업체 윈다 한국지사가 불을 지폈다.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BTS 택배 배송을 잠시 중단했다"고 선언하면서다. 윈다는 산둥성 칭다오에 본사를 둔 중국 5위 택배회사로 주로 한국과의 물류를 맡고 있다. 연 매출 344억위안(약 5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35억위안(약 5,970억원) 규모다.
위엔퉁과 중퉁 등 5위권 내 다른 택배회사도 가세했다. 위엔퉁 측은 "해관에서 새 제도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라며 "BTS 관련 제품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 것으로 신랑커지 등 중국 매체들이 20일 전했다.
이와 달리 시장점유율이 30%에 육박하는 업계 1위 순펑은 고객센터를 통해 "아직 택배 운송에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BTS 때리기'는 일부 업체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해관은 "택배회사에 BTS 관련 운송 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인지도와 고객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윈다 측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택배시장은 출혈 경쟁이 일상화했고 업체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윈다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2.8%나 줄어든 반면 순펑은 같은 기간 47.8%가 증가했다.
일부 네티즌, BTS '광팬' 저격... 아미는 택배업체 성토<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윈다는 배송 중단 사유에 대해 "원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7일 BTS는 한미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양국(한미)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당시 희생된 중국 군인들을 모욕했다"며 BTS를 향한 중국인들의 반감을 부추겼다.
윈다의 이번 행태를 놓고 중국 온라인 공간은 둘로 쪼개졌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명예를 지켰다", "BTS는 두 개의 얼굴로 팬심에 상처를 냈다", "더 이상 조국을 욕보이지 말라"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과거 중국에서 활동한 한국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광팬을 근절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어이 없다", "일개 업체의 만행이다", "윈다는 무슨 권리로 택배 내용물을 뒤져보나"라며 반발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다른 택배업체를 이용하면 그만"이라고 조롱했다.
시진핑 "항미원조전쟁은 역사적 승리"… 애국심 자극<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의 중국 공식 명칭)은 역사적 승리"라고 치켜세우며 BTS를 표적 삼아 달아오른 애국주의에 불을 지폈다.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70주년 전시회에 참석해 "70년 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항미원조와 국가보위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면서 "인민군의 위대한 승리를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에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한 7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정치국원 등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해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 정부는 한국전쟁 참전일인 25일에 공식 기념식을 열 예정이며 이 자리에는 북한 측 인사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