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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김여정, 천방지축 여동생에서 北 권력 핵심 굳히나

똑똑, 뉴구세요?

수행원서 북한의 ‘입’으로 보폭 넓혀

‘김정은 사망설’ 나오자 후계자 지목도

한국일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하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발표한 개인 명의의 대남 담화 내용입니다. 한국 내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인데요, 그는 3월에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바보스럽다” “겁먹은 개”라고 높은 수위의 비난 담화를 내는 등 공개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어요. 김 위원장의 ‘그림자 수행원’ 역할에서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밝히는 ‘입’이 된 거죠.


김여정은 북한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 못지않게 언론에 자주 조명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돌던 시기 외신에서는 그를 유력한 후계자로 앞다퉈 지목하기도 했어요.

최고존엄 비웃는 ‘간 큰 여성’으로 주목

한국일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 여동생인 김여정이 2014년 3월 김일성정치대학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연합뉴스

김여정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슬픔에 잠긴 앳된 얼굴이던 그는 바로 다음해 7월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김정은ㆍ리설주 부부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죠. 화단을 폴짝폴짝 뛰어넘거나 김정은이 근엄하게 거수 경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이 ‘간 큰 여성’의 정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 후인 2014년 3월 북한 매체는 그를 공식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고 호명했습니다. 그 동안 김여정은 주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 존재 여부가 대외적으로 알려졌을 뿐 북한 내부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이후 그는 오빠를 바로 곁에서 보좌하며 ‘문고리 권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또 북한 고위층 인사 중 우리 정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인물로도 꼽히는데요.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특사로 방한한 이후 남북, 북미의 대화 무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사망하자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려 판문점에 내려온 것도 바로 그였습니다

결혼ㆍ임신설 등 사생활 추측도 ‘무성’

한국일보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뒤쪽 가운데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추측도 이어졌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4년 김여정이 이미 결혼했다고 조선족 기업인을 인용해 알렸습니다. 다음해에는 그가 왼손 약지(네 번째 손가락)에 기혼자를 상징하는 반지를 낀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고, 한 국내 매체는 이에 김여정이 최룡해 당비서의 아들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같은 해엔 리수용 외무상의 조카와 결혼했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국가정보원은 2015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여정을 두고 “5월 첫 출산 예정이며 남편은 김일성대학 동기생으로 추측된다”고 보고했죠. 반면 2016년 방북한 일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는 “아직 독신이라고 들었다”고 정반대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어요.


이처럼 북한 정권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김여정의 신상과 관련해 정확히 알려진 건 많지 않습니다. 태어난 연도조차 1987년, 88년, 89년이라는 설이 공존하다가 2018년 말에야 1988년으로 정부가 공식 판단(통일부ㆍ2019 북한 주요 인물정보)했죠. 또 김여정은 같은 해 방남 당시 정부 관계자에게 ‘둘째를 임신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결혼 및 출산설은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해외선 “김정은 유고 시 후계자 유력”

한국일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밝게 웃고 있다. 백악관 제공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에서 해임됐던 김여정은 1년 만인 올해 4월 초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다시 복귀, 권력 ‘2인자’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과거에도 북한 최고권력자의 여동생들은 노동당의 핵심 요직을 꿰차 왔는데요.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 발표 때 김일성을 대신해 서명하고, 여러 차례 대남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또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 역시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목된 즈음부터 당의 주요 직책을 맡기 시작한 바 있어요. 때문에 김여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를 ‘제2의 김경희’로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죠.


그러나 김정일의 수행보다는 김일성의 ‘딸’ 역할에 충실했던 고모 김경희와 달리 김여정은 처음부터 김정은 주변에서 의전 등을 맡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섰죠. 이 때문에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김정은 유고 시 그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여전히 통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최고지도자의 등장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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