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월 만에 靑 떠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예약’
文대통령, 26일 청와대 수석 3명 인사… 윤석열 신임총장과 투톱 나설 듯
정태호ㆍ이용선 수석도 교체… 후임 민정수석엔 김조원 KAI사장 내정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류효진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떠난다. 지난 대선 직후인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조 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보좌관 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의 후임으로는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장이 내정됐다.
청와대 참모들의 교체는 8월 초로 예상되는 대규모 개각, 내년 4월 총선 등의 정치 일정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조 수석은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거쳐야 하지만, 자체 검증을 끝낸 청와대는 조 수석의 청문회 통과를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사법ㆍ검찰개혁을 완성시킬 책임자’이라고 굳게 믿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불거지는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서 반대파와 설전을 벌이는 등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사법개혁에 관한 한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철학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조 수석은 ‘그림자 참모’는 아니었다. 스스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국면에서 보수 진영을 향한 ‘친일 대 반일’의 편 가르기 공세를 주도했다. 민정수석 자질 논란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정부 인사를 임명할 때마다 부실 검증 논란이 도마에 올랐는데, 공직 후보자 검증은 민정수석의 핵심 임무다. 야권은 그런 조 수석의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은 흔들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에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혁들은 다 했다. 이제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데, 조 수석이 그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조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쓰겠다는 문 대통령의 결심이 꽤 오래 됐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조 수석이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직행하는 모양새가 논란을 부를 것을 우려해 ‘조 수석을 위한 원 포인트 인사’를 할 것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그의 소임은 사법개혁 법제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법안 통과를 놓고 국회와 밀고 당기기를 하고, 내부적으론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다. 조 수석에게 국회 사법개혁안 통과와 이후 시스템 정착까지 맡기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검찰개혁 역시 문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맡길 숙제로 꼽힌다. 다만 검찰개혁에 있어선 법무부장관보다 검찰총장의 역할이 크다. 25일 임기가 시작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 수석이 ‘투톱’으로 나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드라이브를 거는 그림을 문 대통령이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 차기 민정수석으로 거론되는 김조원 KAI사장은 비법조인 출신이다.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총무처, 교통부를 거쳐 1985년 감사원으로 옮겼고, 2008년 감사원 사무총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법무부와 검찰에 개혁의 칼을 맡기고, 청와대 민정라인은 공직자 비리ㆍ인사 검증 등 업무에 충실하게 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뜻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쌓았다.
조 수석과 함께 정태호 일자리 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도 교체될 예정이다.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에서 지난해 6월 일자리수석으로 승진한 정 수석은 서울 관악을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수석 역시 내년 서울 양천을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