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반려견 물어죽인 로트와일러, 견주 처벌 왜 어려울까
입마개 없이 목줄 풀고 현관 방치…목격자 국민청원도
현행법상 동물은 '소유물'…관리소홀도 과태료 300만원
법조계 "재물손괴 '고의성' 입증해야…거의 인정 안 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에서 25일 소형견 흰색 스피츠가 대형견 검은색 로트와일러에게 물려 사망에 이르렀다. 연합뉴스TV 캡처 |
산책 중 맹견 로트와일러가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죽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29일 온라인상에 공분이 일고 있다. 이 로트와일러가 당시 목줄이 풀리고 입마개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유사한 일이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견주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건은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에서 벌어졌다. 연합뉴스TV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주인과 산책을 하던 스피츠는 로트와일러를 발견하자 고개를 돌려 관심을 보였고, 로트와일러는 2m 이상의 거리를 가로질러 달려와 스피츠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피해견주가 11년을 함께 했다는 스피츠가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1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상태였고, 입마개마저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뒤늦게 로트와일러 견주가 달려와 피해견주와 함께 두 개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피해견주 또한 말리는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정도는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견주는 가해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은평경찰서에 고소했으나, 경찰은 "혐의 입증이 어렵다"며 그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목격했다는 이웃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로트와일러 개물림 사망 사건 해당 가해자 견주는 개를 못 키우게 해달라'는 글을 올려 "가해자는 오래전부터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채 대형 맹견인 로트와일러를 주택가에 풀어놨다"며 "컨트롤하지도 못 하는데 자기 집 현관에서 목줄도 잡지 않고 방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패턴의 사고가 벌써 5번째"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런 살생견이 집 앞에서 살고 있는데 견주에게 아무런 처벌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대형맹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라이센스를 발급받게 하고, 입마개 없이 맹견 산책시 1,000만원 이상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발 강력한 규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로트와일러는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맹견으로 분류돼있다. 맹견 관리에 관한 동물보호법 13조는 소유자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목줄·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게끔 규정하고 있다. 견주는 정기적으로 농림부에서 정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다만 이 조항을 어겼을 때의 처벌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견주가 가해견주의 목줄 등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신체적 상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동물보호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형법 266조 과실치상 또한 적용이 가능하며,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현행법은 동물을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상해·사망에 이르게 됐더라도 형법 366조 재물손괴에 해당하고, 이 조항은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손괴죄는 '과실손괴'를 인정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도 과실범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관건은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의도적 고의는 없을지라도 가해견주가 '반려견인 로트와일러가 다른 개 또는 사람을 물어 피해를 입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방치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동물자유연대 한재언 변호사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보통 재물손괴를 인정하는 경우는 사람이 타인의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로, 동물이 동물을 물었을 경우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며 "다만 과거 다른 개를 물었던 전력이 있는데도 입마개를 하지 않은 점, 맹견임에도 목줄을 놓고 방치한 점, 바로 떼어놓지 못한 점 등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만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개만 피해를 입었다면 현행법으로는 사실상 형사처벌이 아니라 단순 과태료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물을 물건으로 보기에 현행법상 완전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것인데, 부주의나 과실로 동물이 상해·사망에 이르렀다면 손괴죄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사람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