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m 지상 최대 스릴… 두 달만 즐길 수 있는 ‘악마의 수영장’
물 없는 빅토리아폭포 감상법
빅토리아폭포는 현지어로 ‘모시오아툰야’(천둥소리가 나는 연기)
건기 분당 1000만, 우기 5억 리터 물 쏟아져
헬기에서 내려다 본 빅토리아폭포 아래로 말발굽 형태의 강이 흐르고 있다. |
11월 중순의 빅토리아 폭포는 물이 말라 있었다. 폭포에 도착한 날 건기가 끝나고 비가 한 방울 뿌렸다니 1년 중 물이 가장 없는 날 빅토리아를 찾은 셈이다.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현지어로 ‘모시오아툰야’로 불린다.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라는 말이다. 폭 1.67㎞ 최대 낙차가 108m인 이 폭포가 우기에 물을 토해내면 천둥소리가 날 법도 했다.
폭포는 국경지대였다. 폭포는 잠비아에, 전망 포인트는 짐바브웨에 있었다. 옛날 로디지아라는 나라에서 분리된 터라 미화 50달러를 주고 ‘카자 비자’를 받으면 두 나라 모두 왕래가 자유로웠다.
빅토리아폭포를 발견한 영국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동상이 폭포 앞에 세워져 있다. |
짐바브웨 쪽에서 폭포를 눈에 담았다. 해마다 조금씩 침식 폭을 넓히는 폭포 상류부터 말발굽 모양으로 굽어지는 하류까지 생수 한 병 들고 걸었다. 땀이 비오듯 흘렀다.
16개의 전망 포인트에는 모두 그럴싸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악마, 메인, 말발굽, 무지개, 안락의자, 동쪽 폭포를 지나면서 물보라를 맞았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분당 1,000만 리터라고 했다. 우기인 2, 3월에는 50배가 많은 5억 리터라고 하니 상상만으로 입이 벌어졌다. 현지 가이드 러브모어 씨는 “물이 가장 많을 때는 물보라 때문에 60m 거리의 전망 포인트에서는 폭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지 않는다”며 “건기와 우기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폭포가 건기인 11월 중순쯤 물이 떨어지는 절벽과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우기에는 이곳이 물로 가득 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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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에만 볼 수 있는 경치가 있었다. 물이 말라붙은 폭포의 절벽과 바닥이 그것이다. 하얀 폭포수가 검은 현무암, 사암과 대조를 이루며 포말로 부서지는 순간은 건기라야 건질 수 있는 컷이다.
눈길이 폭포를 쫓다 묘한 광경에 멈췄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눈에 보일 듯 말 듯 사람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수영복을 입은 관광객과 가이드가 절벽 바로 위에서 허리까지 물에 담그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악마의 수영장’이었다. 웅덩이 둘레 현무암을 밟고 떨어지면 곧 바로 절벽이었다. 정작 물놀이하는 관광객들은 여유로웠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짜릿함을 느끼는 묘한 곳이었다. 이 수영장은 건기 2달 정도만 문을 연다.
여행객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찔한 빅토리아폭포 '악마의 수영장'(원형)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를 멀리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짜릿한 곳이기도 하다. |
폭포여행에서 스스로 금기를 하나 만들었다.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하나같이 권장사항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것만큼 여행의 맛을 좀먹는 것도 없다. 비옷과 우산이다. 물을 맞지 않기 위해서란다. 물을 찾아 가는데 물을 피하는 컨셉은 설정부터 잘못됐다.
2년 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접경지역의 이과수 폭포를 갔을 때 푸른색 싸구려 비옷을 입은 적이 있었다. 보트는 폭포수 아래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온몸으로 맞는 폭포물은 짜릿했다. 비옷은 웅대한 자연과 궁합이 맞지 않는 꼴불견이었다. 자연이 학교다.
빅토리아 폭포로 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리빙스턴이 있었다. 1855년 이 폭포를 발견해 지금의 이름을 붙인 영국의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동상이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에 영국 여왕 이름을 붙여야만 했던 그의 귀에는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나보다.
헬기 한 대가 빅토리아폭포 주변 헬기장을 날아오르고 있다. |
아프리카에는 두 개의 큰 빅토리아가 있다. 하나는 폭포고, 하나는 호수다. 세계 제2의 담수호인 빅토리아 호수는 우간다와 탄자니아, 케냐의 국경지대에 있다. 이 호수 오른쪽으로 세렝게티 사파리로 통하는 길도 있다. 이곳은 1858년 영국인 J. H. 스피크가 발견해 역시 여왕 이름을 붙였다. 전혀 다른 두 곳의 지명이 탐험가들의 충성경쟁 탓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됐다.
빅토리아 폭포는 하늘에서 보는 맛이 달랐다. 폭 4.5㎞에 240여 물줄기로 나눠진 이과수와 달리 빅토리아는 한 눈에 들어온다. 여행책자에 165달러로 소개된 헬기투어였다. 110달러로 흥정했다. 잠자리처럼 생긴 헬기에 올라타니 금방 폭포다.
빅토리아폭포는 건기에도 나름 세계 3대폭포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
폭포 하류쪽은 몇 갈래나 꺾어진 갈지자(之) 형태의 물길이 선명하다. 건기라도 폭포의 위용은 대단했다. 헬기는 폭포를 중심으로 짐바브웨와 잠비아 하늘을 번갈아 선회했다. 새의 눈으로 내려다 본 빅토리아 폭포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저녁에 원주민의 민속춤 공연이 곁들여진 보마식 식당에서 일행 한 명이 설사를 만났다. 식중독이 의심됐다. 러브모어와 함께 현지 병원을 들렸더니 의사 진료를 받는데 미화 70달러라고 했다. 하룻밤 병원 입원에는 651달러라고 해서 링거만 맞고 처방전만 끊었다. 221달러였다.
빅토리아폭포 도시의 흑인가 약국이 밤에 플래시를 켜고 약을 팔고 있다. 이곳 흑인가는 야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암흑이 따로 없다. |
링거를 맞는 동안 러브모어와 약을 사러 빅토리아폴즈 도심으로 나왔다. 러브모어가 흑인이다보니 병원이나 약국이나 모두 흑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안내한다. 도심 밤풍경은 그야말로 흑백으로 구분됐다. 흑인마을은 암흑, 백인마을은 밝았다. 가난한 흑인 주거지역에는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병원은 백인 주거지역에 있었지만 약국은 달랐다. 불꺼진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비상플래시를 켜고 조제를 한다.
임팔라들이 빅토리아폭포 인근 골프장을 거닐고 있다. 골프장 그린에는 이 녀석들의 배설물이 가득하다. |
엘리펀트 힐즈 호텔은 자연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었다. 바오밥 나무의 개코원숭이를 뒤로 하고 걷고 있는데 임팔라가 풀을 뜯고 있었다. 사파리에서 임팔라와 가젤은 지겨울 정도로 봤지만 호텔 옆 임팔라는 느낌이 또 달랐다.
코끼리가 밤에 빅토리아폭포 인근 도로를 건너고 있다. 차량들은 무조건 정차해서 코끼리 도로횡단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
직원처럼 보이는 흑인이 호텔 주변 안내를 자처했다. 동물이 뛰노는 이곳은 바로 골프장이라고 했다. 그린에는 공 모양의 새까만 똥 천지였다. “공을 어떻게 치냐”고 했더니 배설물을 발로 살짝 밟아 문질렀다. “하쿠나마타타”(문제없다)라며 히죽 웃는 그는 골프장 캐디였다.
글ㆍ사진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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