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돛배·향나무길... ‘작은 한양’ 나주로 한여름 낭만 여행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과거로의 여행, 나주읍성과 영산포 황포돛배
여름 낭만 만끽, 산림자원연구소와 빛가람호수공원
나주의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향나무길. 여러 드라마와 광고에 등장하면서 요즘 '인생사진' 명소로 뜨고 있다. ⓒ박준규 |
전남 나주는 북쪽 금성산과 남쪽 영산강이 어우러진 지세가 서울과 쏙 빼닮았다. 호남의 행정 중심이었던 까닭에 ‘소(小)한양’으로도 불린다. 나주읍성 4대문, 영산강 황포돛배,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빛가람전망대와 음악분수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작은 한양'으로 불리는 나주의 나주읍성 남고문. ⓒ박준규 |
고샅길 따라 ‘작은 한양’ 여행
첫 목적지는 나주 여행의 출발점인 금성관. 고려 공민왕 22년(1373) 금성군의 정청(관청)으로 사용하려고 세운 뒤, 조선 성종 때 이유인이 나주목사로 부임한 후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웅장한 팔작지붕 건물로 완성했다. 나주목을 찾은 손님이 묵거나 외국 사신과 정부 고관이 행차할 때 연회를 베푼 장소이기도 했다. 수 백 년 동안 수많은 인물이 거쳐 간 곳으로, 현재는 시민과 여행객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나주목 관아의 중심 건물인 나주읍성 금성관. ⓒ박준규 |
고샅길을 걸으면 나주의 과거와 현재를 두루 만난다. 서부길과 동부길이 있는데, 서부길 코스가 유적이 풍성하고 걷기 쉽다. 금성관→정수루→징고샅길→나주목문화관→목사내아 금학헌→예수재림교회→최부와 양 부자 집터→보리마당거리→서성벽길과 서성문→연리지→나주향교→사마재길→이로당과 소나무→명당거리→사매기와 향청터→사창거리와 느티나무→연애고샅길→남파고택→일제강점기 하수도길(중앙교)로 이어진다.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나주목문화관, 500년 수령의 팽나무가 벼락을 맞으며 지켜낸 목사내아 금학헌은 전통 숙박 체험 공간으로 변신했다. 서성문은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호남 대부분의 지방 관아를 점령한 농민군은 금성산에 진을 친다. 1894년 7월 5일 관군이 방어하는 서성문을 두 차례 공격했지만 3,000여명의 사상자를 남긴 채 대패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완전히 헐렸다가 2011년 복원했다. 동부길 코스에는 북망문·동점문·남고문이 있다. 서울의 4대문과 비교돼 자연스럽게 ‘작은 한양’을 떠올리게 된다.
전통 숙박 공간으로 이용되는 금학헌의 벼락맞은 팽나무. ⓒ박준규 |
동학농민군의 아픔이 배어 있는 서성문. 2011년 복원했다. ⓒ박준규 |
2006년 복원한 나주읍성 동점문. ⓒ박준규 |
2018년 복원한 나주읍성 북망문. ⓒ박준규 |
영산강 황포돛배와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숲 체험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나주의 젖줄은 영산강이다. 바닷물이 강을 따라 오르내리던 시절엔 이 뱃길로 황포돛배가 쌀 소금 미역 홍어 등 온갖 생필품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육로 교통이 발달하고, 상류에 댐이 들어서고, 영산강 하구둑으로 바닷길이 막히자 황포돛배도 운항을 멈췄다. 1977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던 황포돛배는 2008년 여행객을 위한 유람선으로 부활했다.
영산강 황포돛배는 2008년 유람선으로 부활했다. ⓒ박준규 |
영산강 앙암바위 풍경. ⓒ박준규 |
황포돛배에서 보는 영산강의 평화로운 풍경. ⓒ박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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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돛배는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영산강의 풍경을 부려놓는다. 앙암바위에는 아랑사와 아비사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부근에서 배는 강가로 조금 더 붙여 사진을 찍는 여행객을 배려한다. 이용료는 성인 8,000원이다.
선착장 인근에는 영산포 역사갤러리, 일본인 지주 주택 등 나주의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영산나루’는 카페 겸 펜션으로,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도 볼 수 있다.
카페와 펜션을 겸하고 있는 '영산나루'의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 ⓒ박준규 |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산림자원의 보전과 관리, 임업인 교육과 산림 치유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이지만, 요즘 나주의 ‘핫플레이스’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 드라마 ‘구미호외전’ ‘프레지던트’ 외에 여러 뮤직비디오와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녹음이 가득한 숲에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길과 향나무길은 ‘인생사진’ 명소로 소문나 있다. 산포면 다도로 7번지. 200·701번 시내버스 도래삼거리 하차.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길. ⓒ박준규 |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의 향나무길. ⓒ박준규 |
한여름밤의 낭만, 빛가람호수공원
2016년 7월 개관한 빛가람전망대(배메산전망대)는 나주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전시관은 혁신도시 확정과 건설까지의 과정을 영상과 그래픽 패널로 소개한다. 이주민기념관은 혁신도시 건설로 사라진 금천·산포 일대의 옛 모습과 이주민들의 추억을 아트월로 보여 준다.
2016년 개관한 빛가람호수공원의 빛가람전망대. ⓒ박준규 |
전망타워까지는 걸어서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모노레일(1,000원)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전망대의 컨템포러리 아트월에는 나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통유리창으로는 빛가람혁신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 밝힌 공기업 건물과 빛가람호수공원이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빛가람전망대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나주혁신도시 야경. ⓒ박준규 |
빛가람호수공원의 음악분수 쇼는 한여름 밤의 낭만을 선사한다. ⓒ박준규 |
빛가람호수공원에서는 하루 세 번 음악분수 쇼가 펼쳐진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물줄기가 춤을 추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분수 쇼는 매일 정오, 오후 8시, 8시40분에 20분간 진행된다. 빛가람호수공원은 목포 유달산유원지, 광양 느랭이골 자연리조트와 함께 전라남도에서 7월의 추천 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3곳 모두 한여름 밤의 낭만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77·999번 시내버스 호수공원 하차, 7001번 버스 부영1단지 하차.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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