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걸음으로 느릿느릿... 지겟길 따라 작은 섬 한 바퀴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는 두 섬의 상징물이다. 연대도까지는 산양읍 달아항에서 배로 20분, 접근이 쉬우면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섬이다. |
거제에서 여수까지 이어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71개의 무인도와 29개의 유인도가 점점이 흩어져 있다. 그 중에서 통영 앞바다의 연대도는 가까우면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산양읍 달아항에서 배를 타면 학림도 송도 저도를 거쳐 20분 만에 도착한다. 기항지마다 지체될 것 같지만, 차와 사람이 오르내리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머무는 것만큼 짧다.
연대도는 전체 주민이 8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마을은 포구에 형성돼 있다. 외벽을 산뜻하게 단장한 오래된 집과 별장 형식으로 지은 새집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장식이 조화롭다. 섬의 북측 해안에는 1987년 태풍 ‘셀마’ 때 토층이 잘려 나가면서 패총 유적이 발견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3차례 조사에서 토기와 석촉, 어망추, 낚싯바늘, 조개 팔찌 등 신석기시대 유적이 발굴됐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안내판 하나 찾기 힘들다.
연대도 포구와 연대봉. 지겟길은 연대봉 허리를 한 바퀴 돌아오는 걷기길로 넉넉잡아 2시간이 걸린다. |
연대도 마을 뒤로 가면 아담한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바위 절벽에 둘러싸인 옴폭한 지형이어서 아늑하다. |
연대도 마을 위쪽 지겟길 표지판. |
연대도 ‘지겟길’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걷기길이다. 주민들이 비탈밭을 오가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솔길을 다듬었다. 마을 뒤편에 우뚝 솟은 연대봉(220m)의 허리춤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로 2.3㎞, 넉넉잡아 2시간이 걸린다.
본격적으로 지겟길로 접어들기 전 마을 뒤편 언덕을 넘으면 몽돌해변이 보인다. 바위 절벽에 둘러싸여 오목하고 아담한 해변에 주먹만한 자갈이 깔려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또 투명한 바닷물이 밀려들 때마다 조용한 해변에 달그락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에코 음향으로 번진다. 통영 앞바다에는 굴을 비롯해 다양한 양식 시설이 밭고랑처럼 설치돼 있다. 맑고 풍성한 어장이라는 징표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바닷물에 씻겨 반짝거리는 자갈밭에 스티로폼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이 내내 눈에 거슬린다.
연대도 지겟길 초입은 그늘이 짙은 대나무숲 오솔길이다. |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지겟길을 걸으면 오른쪽으로 내내 쪽빛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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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겟길의 두 번째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에메랄드빛 바다 뒤로 오곡도의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
하늘색 페인트를 따라 마을 골목을 통과하면 곧장 지겟길로 이어진다. 시작 지점은 대숲 오솔길이다. 키가 크지 않은 대나무가 한 사람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대숲을 통과하면 길은 오른편으로 내내 바다를 끼고 이어진다. 험하지는 않지만 제법 가파른 오르막도 있어 아주 쉬운 길도 아니다. 서두르지 않고 황소걸음 하는 지게꾼처럼 한 발 두 발 내딛다 보면 쉼터 겸 전망대에 닿는다. 시린 쪽빛 바다에 햇살이 부서지고, 갑갑했던 가슴에도 차고 맑은 바람이 일렁인다. 특히 두 번째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와 오곡도 풍경이 일품이다. 에메랄드빛 바다 뒤로 초승달처럼 길쭉하게 휘어진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코로나 걱정도 일상의 번잡함도 푸른 바다가 모두 가져갈 듯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이정표가 다소 불친절하다. 전망대 부근에 2개의 이정표가 있는데, 한쪽은 ‘마을 입구’, 반대쪽은 ‘선착장’까지 거리를 표기해 놓아 다른 곳으로 오해하기 쉽다. 길은 단 하나, 순환 코스이기 때문에 개의치 말고 걷기만 하면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연대도 선착장으로 들어서는 여객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만지도와 연결되는 출렁다리다. |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 다리 양편으로 맑고 푸른 통영 바다가 펼쳐진다. |
두 시간 산책이 부담스러우면 해상 출렁다리로 연결된 만지도와 해변 산책로 걷기를 추천한다.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는 길이 98.1m 현수교로 2015년 완공됐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다리가 출렁거리고, 발 아래로는 투명한 바다가 일렁거려 아찔하면서도 시원하다. 배가 포구로 들어올 때는 이 다리만 눈에 띄어 두 섬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만지도 마을까지 약 300m 구간에 해상 덱이 이어진다. 왼편 산자락에는 남부지방 특유의 활엽상록수가 푸르름을 자랑하고, 오른쪽으로는 양식어장과 함께 풍성한 통영 바다가 펼쳐진다. 만지도에도 섬의 서쪽 끝까지 왕복 2km 걷기길이 조성돼 있다. 수평선 부근에 아련하게 욕지도가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울창한 동백숲을 통과한다. 연대도 지겟길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왕복 약 1시간이 걸린다.
만지도의 해안 산책로. 산자락의 활엽상록수가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뽐낸다. |
만지도 끝자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울창한 동백숲을 통과한다. |
연대도가는 여객선은 산양읍 달아항에서 하루 4회 운항한다. |
달아항으로 나올 때는 만지도 선착장에서 그냥 배를 타면 된다. 연대도를 경유한 여객선이 만지도를 들러서 되돌아온다. 달아항에서 연대도 가는 배는 하루 4회 운항한다. 연대도 출항 시간은 달아항 출항 시간(오전 7시50분, 11시10분, 오후 2시10분, 4시10분)에서 20분을 더하면 된다. 승선료는 왕복 1만원이다.
통영=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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