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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패션 브랜드의 실수는 왜 반복되는가

박세진의 입기, 읽기

한국일보

논란이 된 돌체 앤 가바나의 광고. 바이두 캡처

하이 패션에서 인종, 성별, 문화적 다양성은 시대의 모토가 됐다. 세상 흐름의 영향이 크다. 고급 브랜드의 디자이너나 관련 인물이 어떤 실수를 하든 인터넷 뉴스에나 살짝 실리거나, ‘기분은 나쁘지만 그래도 옷만 멋지고 예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혐오와 차별을 드러내면 바로 반격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브랜드의 실수는 반복된다. 최근 중국 출신 모델이 젓가락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돌체 앤 가바나’의 광고 캠페인은 중국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모델이 피자, 스파게티를 쌓아놓고 이를 젓가락으로 먹는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을 한 탓이다.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패션쇼는 취소됐고 커다란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검정 원숭이 인형에 빨강 입술이 그려진 ‘프라다’의 키체인은 19세기 초반 미국 문학 등에 자주 등장한 인종 차별적인 흑인 캐리커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고, 프라다는 결국 사과 했다. ‘구찌’의 빨강 입술이 그려진 스웨터도 마찬가지 이유로 비난을 받았고 역시 공식 계정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이런 인종적 메시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대응 방식은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적극적인 불매 운동을 벌여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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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구찌 스웨터. 인터넷쇼핑몰 캡처

그렇다면 브랜드 입장에서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면 해결될까.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이번 구찌의 논란을 보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빨강 입술이 그려진 검정 니트는 화려한 화장과 의상을 애용했던 예술가 레이 보워리를 헌정하는 뜻을 담고 있다. 원래 차별 의도는 없었으니 보는 사람의 오해나 무지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못은 잘못이다. 미켈레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했다. 어떤 행동의 의도와 그 결과는 이처럼 아주 손쉽게 방향을 벗어날 수 있다.


해결법은 있다. 우선 구성원의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이다. 비슷한 인종, 성별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은 자기들끼리 아무리 공정성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한계를 넘어서기 힘들다. 또한 브랜드 고위 인사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하위 직군만 그런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구찌와 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대퍼 댄 등 흑인 인사들은 유럽 패션 브랜드의 고위 인사들이 인종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션 브랜드가 상대하는 것이 전 세계의 소비자인 만큼, 다양성과 발언권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무수한 인종과 고유 문화를 가진 민족이 있고, 기업이 모두를 포섭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영향력 있는 주요 고객층만 염두에 둔다는 식의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양성은 기업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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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프라다의 키체인. 프라다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대안은 모니터링 강화다. 만약 구찌의 빨강 입술 니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면, 니트 색상을 화이트로 바꾸든가, 옷 어딘가에 레이 보워리 이름이라도 적어놓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을 수도 있을 거다. 즉, 실수는 피할 수 없으므로 패션 상품이 세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철저한 검수를 받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브랜드들은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프라다는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하고 미술 작가 티에스터 게이츠와 영화감독 에바 두버네이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구찌는 다양성 분야를 총괄할 디렉터 직책을 신설하고 다국적 디자인 장학금 제도와 글로벌 학습과 교류 프로그램 등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제도들이 실수를 막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양성을 포괄하며 새로운 패션의 세계로 나아갈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다.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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