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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가 다시 재밌어졌어요"... 잊혀지던 '천재' 홍성찬, 부활 날개 활짝

한국일보

홍성찬(471위·세종시청)이 28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테니스가 다시 재미있어졌어요. 더 발전해서 홍성찬이라는 선수도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남자 테니스 홍성찬(25·세종시청)은 주니어 시절 ‘최고’ ‘천재’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 붙던 선수였다. 현재 세계 랭킹 471위인 그가 한때 세계 주니어 랭킹 2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골수 테니스 팬들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 2학년때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들어선 홍성찬은 6학년이 되던 2009년 전국에서 열린 1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자그마치 106연승으로 이어지면서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으로 남아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홍성찬은 그 해 겨울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 권위의 주니어대회인 오렌지볼 12살부와 14살부, 에디 허 국제주니어대회 14살부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이름을 알렸다. 홍성찬은 2015년 호주오픈 주니어 준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성인 무대 도전 후 그의 존재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한 명의 ‘테니스 천재’가 사라지는 듯 했으나 최근 그가 부활의 날개 짓을 시작했다.


28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홍성찬을 만났다. 비어있는 연습 코트에서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 볼을 주고 받고 있었다.


홍성찬은 이틀 전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 이 대회에서 세계 163위의 우치다 가이치(일본)에게 0-2(4-6 2-6)로 패했다. 점수는 분명 차이가 났지만 경기 내용만으로 보다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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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찬(왼쪽)이 28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연습 파트너인 신산희와 연습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우선 화려했던 주니어 시절의 기록으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주니어 시절 기억은 크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는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했다.


홍성찬은 이번 코리아오픈에 1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세계 랭킹 2위의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를 주니어마스터즈 우승 당시 결승에서 꺾은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에 대해서도 그는 “그땐 어려서 실수가 많았던 것일 뿐 이미 파워 등에서는 크게 될 선수로 보였었다”며 “지금 내가 누구인지도 기억 못할 것”이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성인 무대 데뷔 후 ‘테니스 천재 홍성찬’은 사라졌던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홍성찬은 성인 무대 데뷔 후도 화려했다.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퓨처스 경기 4개 대회에 처음 출전해 3차례 우승과 1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홍성찬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후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그는 “갑자기 해외 나가는 것도 싫어졌고 테니스에 질렸다. ‘내가 꿈꾸던 대학생활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아직은 한창 더 성장해야 할 나이에 그의 방황은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퓨처스 무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나날이 하락세를 걸었다.


팬들에게서 잊혀져 가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홍성찬은 지난해 11월 다섯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좋은 쪽으로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린 나이에 결혼을 결정했다”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와이프가 흔들리던 멘털도 많이 잡아줘서 테니스에 더 충실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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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찬(471위·세종시청)이 28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연습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결혼과 함께 테니스에 대한 즐거움도 다시 찾아왔다. 테니스 자체가 재미있고 또 경기에서 지면 눈물이 나던 주니어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경기를 막 끝내고 났는데도 또 경기를 하고 싶을 만큼 테니스를 하는게 재미있고 즐겁다”면서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변화는 경기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홍성찬은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렸던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서 본인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 시켰다. 비록 3경기 모두 패하기는 했지만 세계 상위권 선수들과 초접전을 벌였다.


홍성찬은 데이비스컵과 코리아오픈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 큰 무대를 통해 느낀 점이 더 많았다. 그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확실히 경험 차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기회는 오는데 아직까지는 이겨내지를 못하는 것 같다”면서 “진짜 딱 한 번만 이기면 뭔가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그래서 아쉬운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웃었다.


홍성찬은 10월 첫주부터 3주간 광주, 서울, 부산을 돌며 펼쳐지는 ATP 챌린저 대회에 참가해 새로운 경험 쌓기에 나선다. 그는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한국에 정현, 권순우도 있지만 저 홍성찬도 있다는 것을 테니스 팬들에게 많이 인식시켜드리고 싶다. 많이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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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찬(471위·세종시청)이 28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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