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과 혼불, 라벤더와 흑돼지…남원에선 하루가 짧다
[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작지만 확실한 행복…남원 여행 제안
남원 운봉읍 지리산 허브밸리 허브체험농원의 경관정원. 다양한 색깔의 메리골드가 활짝 피었다. |
전북 남원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장이다. 이도령과 성춘향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깃든 광한루원, 최명희의 대하소설 배경지 혼불문학관, 사계절 내내 꽃 향기 가득한 지리산 허브밸리, 쫀득쫀득 씹는 맛이 일품인 지리산흑돼지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친다.
서울→남원은 KTX나 고속버스, 현지 이동은 렌터카
기차든 버스든 남원까지 가는 교통편은 비교적 편리하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1시간50여분(3만9,200원),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우등고속버스를 타면 3시간(2만5,200원)가량 걸린다. 빨리 가려면 KTX, 조금 더 걸리더라도 편히 가려면 우등고속버스를 선택한다. 남원에 도착한 후에는 렌터카를 이용한다. 시내를 벗어나면 버스 운행 간격이 길어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천상의 정원을 거닐다…광한루원
남원여행 일번지 광한루원으로 향한다. 충녕대군(세종)의 왕세자 책봉에 반대하다 폐서인되고 남원으로 유배된 황희가 1419년 광통루(나중에 정인지가 광한루로 개칭)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천상의 궁전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조성한 정원이다.
광한루원 정문. 달나라 궁전을 의미하는 ‘청허부’ 현판이 걸려 있다. |
광한루와 오작교앞 은하수(연못). |
수중 누각 완월정. |
상징적 건물인 광한루는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으로 꼽힌다. 천상의 궁전 광한루,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과 오작교 등을 천천히 거닐면 여행자도 잠깐의 신선놀음에 취하게 된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백년가약을 맺은 월매집, 수면에 비친 누각이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완월정을 지나 견우와 직녀 전설을 떠올리며 오작교를 건너면 은하수(연못)다. 지금은 용이 승천하기 전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던 잉어 천국이다. 유유히 헤엄치다 먹이를 던지면 순식간에 몰려든다. 잉어 먹이(1컵 2,000원) 주는 맛에 점심값 날리게 생겼다. 연못 뒤편이 광한루(보물 제281호)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계급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춘향전’의 배경이자 인증사진 촬영 명소다. 대나무 숲이 조성된 방장섬, 백일홍으로 장식된 봉래섬과 영주섬으로 이동해 광한루를 다시 본다. 물에 비친 누각의 모습이 가히 천상의 궁전에 비할 만하다.
광한루원의 오작교. |
오작교 아래 연못은 잉어 천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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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한루 건립 600주년이다. 견우가 직녀가 만나는 칠월 칠석을 나흘 앞둔 8월 3일 광한루원 일대에서 축하 공연과 기념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광한루원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작가 최명희의 열정을 보다…혼불문학관
남원 사매면 혼불문학관은 최명희와 그의 대하소설 ‘혼불’의 모든 것을 담은 공간이다. 문학관 앞마당에 ‘일천 번의 가을 동안 즐겁고 일만 년의 세월 동안 복을 누린다’는 의미를 담은 천추락만세향(千秋樂萬歲享) 기념석과 소나무 장식이 눈길을 끈다. 단아한 한옥 전시관 뒤로는 노적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문학관에는 1930년대 매안 이씨 종부의 3대 이야기를 비롯해 효원의 혼례식, 인월댁 베짜기, 청암부인 장례식, 조왕신 습속, 윷점 이야기 등 소설 속 대표 10장면을 디오라마로 전시하고 있다.
혼불문학관 마당. 천추락만세향(千秋樂萬歲享) 기념석과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
소설 속 대표 10장면을 디오라마로 표현했다. |
혼불문학관의 최명희 사진과 유물. |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 나가는 것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고를 때마다 혼신을 다했다는 작가의 열정에 절로 숙연해진다. 혼불문학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향기에 취해…오감만족 지리산 허브밸리
지리산 허브밸리는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 북측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허브의, 허브에 의한, 허브를 위한’ 대한민국 허브 메카다.
지리산 허브밸리의 라벤더 힐 페스타 포토존. |
지리산 허브밸리 자생식물공원의 라벤더와 나비. |
자생식물공원에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
축구장 40개 면적에 허브체험농원, 허브사이언스파크, 자생식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허브체험농원의 경관정원에는 요즘 메리골드가 활짝 꽃을 피워 황홀한 여름을 맞고 있다. 허브사이언스파크의 허브식물원에 들어서면 상큼하고 강력한 허브 향에 막혔던 코가 뻥 뚫리다. 일상 속에서 허브 활용법을 배우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생식물공원의 동화마을, 놀이마을, 사랑마을은 산책과 피크닉을 즐기기 좋다. 지리산 허브밸리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쫀득쫀득한 맛 일품 지리산흑돼지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추어탕과 흑돼지다. 남원추어탕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비해 지리산흑돼지는 누구나 좋아한다. 이름대로 못생긴 검은 돼지지만 고기 맛은 대반전. 비계가 적어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남원까지 가서 안 먹고 오면 무조건 손해.
쫀득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지리산흑돼지 삼겹살. |
알면 유용한 남원 여행 정보
유료관광지 이용 시 남원투어패스를 구입하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온라인 최저가 4,900원짜리 1장으로 광한루원을 비롯해 춘향테마파크, 수지미술관 등 7개 유료관광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식당, 카페, 체험, 숙박 업소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이나 광한루원, 남원 종합관광안내센터, 남원역에서 구입할 수 있다. 1일권은 첫 사용 후부터 24시간이 적용된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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