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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 지키는 청년 다이버들, 위험 감수하고 바다로 뛰어든 까닭

동호회로 시작한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

9개월간 수거한 해양쓰레기 3.8톤

"올해는 데이터 수집에 집중…홍보 위한 자료"

한국일보

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가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인 '봉그깅'으로 수거한 쓰레기 더미 사이에 서 있다. 디프다는 고래 별자리의 가장 빛나는 별의 이름을 딴 말이다. 디프다제주 제공

"3명이 제주 바닷가 한 자리에서 딱 한 시간 동안 주운 페트병 양이 40ℓ짜리 마대로 스무개가 훌쩍 넘었어요. 페트병 600개는 될 거에요. 눈에 보이는 것의 10분의 1도 수거 못했는데도요. 바닷속은 더 심각해요."


취미로 프리다이빙(최소한의 장비로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포츠)을 하다 인생 경로가 확 바뀐 변수빈(32) 디프다제주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처음엔 별 생각없이 보이는 쓰레기 한 두 개를 맨손으로 주워 나온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하는 '디프다제주'의 시작은 소소했다는 얘기다. 4년 전인 2018년 물고기가 쓰레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충격은 그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디프다제주는 취미 모임에서 환경 단체로 성장 중이고, 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인 그에게는 명함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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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디프다제주 멤버들이 프리다이빙으로 바다 안 쓰레기를 수거해 육지로 가져오고 있다. 디프다제주 제공

현재 디프다제주는 제주도에서 디자이너, 공항 소방대원 등 각자 본업이 있는 3명의 고정멤버가 일한다. 여기에 90명 정도되는 '봉그깅 클럽' 멤버들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봉그깅'은 '줍다'의 제주어 '봉그다'와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다. 변 대표는 "제주도민부터 이 활동에 공감하고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말"이라고 설명했다. 봉그깅으로 지난해 9개월간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3.8톤에 달한다. 최근에는 상점들과 연계해서 해양쓰레기를 주워오면 커피값을 할인해주는 '봉그깅 마시깅'과 같은 캠페인으로 지역 네트워크도 쌓아가고 있다.


활동 중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은 매번 벌어진다. 디프다제주 멤버인 이영범(32)씨는 "바닷속에서 수거한 캔 안에 독성이 강한 파란고리문어가 나온 적도 있다"면서 "맨손으로 접촉했으면 큰 일이 났을 것"이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수온 상승으로 열대성 맹독 어종 출현이 잦아진 것이다. 그래도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제주 바다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쓰레기 속에서 주사바늘이나 날카로운 유리 등에 찔리고, 낙상 사고를 겪는 위험이 항상 있다"면서도 "그래도 인간의 손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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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다제주 멤버들이 프리다이빙으로 바닷속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디프다제주 제공

올해로 활동 5년차가 된 디프다제주는 두 번째 장으로 접어들었다.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그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편으론 해안가는 물론 바닷속 쓰레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동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힘이 모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활동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변 대표는 "해안가도 그렇지만 바닷속 쓰레기에 대한 데이터는 정말 없다"면서 "이런 객관적 데이터를 쌓아야 사람들에게도 심각성을 알릴 수 있고, 정책 변화도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친환경 활동을 많이 하는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데이터 수집을 할 계획이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열변을 토하던 변 대표는 자신도 가끔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는 생각도 한다고 웃었다. 미술학도를 꿈꿨던 삶과는 전혀 다른 일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대한 걱정도 있다. 몸이 힘들기도 하고 "그걸로 환경 문제가 해결되냐"는 지적도 듣는다. 하지만 그는 '하는 데 의의를 둔다'는 좌우명을 되새기며 할 수 있는만큼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홍보글 등에 항상 쓰는 말인데요. '함께 해요, 같이 갑시다' 각자의 작은 실천이 모여서 변화의 물결이 될거라고 봅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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