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50년 석회석 광산이 테마파크로
동해 무릉계곡 초입 무릉별유천지
동해 무릉계곡 초입의 무릉별유천지. 전망대에 오르면 석회석을 캐내던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
무릉도원은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365~427)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상향’ ‘별천지’를 이른다. 동해 두타산의 무릉계곡 또한 이 세상 밖의 절경을 비유한 작명이다. 지난해 11월 무릉계곡 초입 삼화동에 ‘무릉별유천지(武陵別有天地)’라는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무릉계곡 암반에 새겨진 글귀를 그대로 따왔다.
환상적인 별세상, 유토피아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겉모습은 얼핏 현대 산업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극대화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층층이 깎인 산자락이 절벽을 이루고, 가운데 푹 파인 지형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1968년부터 2017년까지 석회석을 캐내던 광산이었다. 50년 채석장이 축구장 150배 면적의 테마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황폐한 모습을 적당히 가리는 일방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고, 채석장 흔적을 그대로 노출해 일반에 개방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풍경이고 별난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무릉별유천지의 이동형 크레인. 전시실로 개조한 쇄석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
무릉별유천지에 석회석을 실어 나르던 대형 운반차량을 전시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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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석 원석을 잘게 부수던 쇄석장 건물은 내부를 단장해 전시실과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 이동형 크레인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돌에 구멍을 내는 기계와 원석을 실어 나르던 운반 차량도 있다. 채석장이 워낙 넓어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실제 바퀴 하나가 어른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차량이다.
산을 표고 300m 가까이 파낸 터라 바닥에는 수심 5~30m에 이르는 2개의 커다란 호수가 생겼다. 작은 호수는 계곡의 명칭을 살려 ‘금곡호’로, 큰 호수는 ‘청옥호’로 명명했다. 석회석 성분이 녹아 은은한 에메랄드 빛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청옥호 옆에는 ‘거인의 휴식’이라는 거대한 조각상이 앉아 있다. 50년의 고된 노동 후에 비로소 맘 편히 다리를 편 모습이다. 긴 세월 상처 입은 자연도 이제는 쉴 시간이다.
호수 옆 절개지는 지난해 화제를 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유진)가 차량과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도 정식 개장 전 이곳을 다녀갔다. 아찔하고 괴기스러운데, 이상하게 편안한 공간이다.
무릉별유천지의 루지 출발 정류장. 석회석을 캐낸 흔적이 층층이 선명하다. |
'무릉별열차'가 청옥호 옆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촬영한 곳이다. |
무릉별유천지 상부의 두미르전망대. 크레인 모양의 대형 전망대가 장난감처럼 보인다. |
층층으로 형성된 절개면 상단, 해발 270m 절벽에는 대형 크레인 모형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낯설고 광활한 채석장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산 소유주이자 시멘트 제조업체인 쌍용C&E의 명칭을 살려 ‘두미르전망대’라 부른다.
무릉별유천지는 현재 4개의 놀이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독수리 눈빛이 날카로운 ‘스카이글라이더’가 가장 특징적인 기구다. 4인이 동시에 125m 상공을 777m 왕복 활강하며 짜릿함을 체험할 수 있다. 하부 정류장에서 탑승해 왕복하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역방향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이 외에 1.5㎞ 레일 위를 달리는 ‘알파인코스터’, 채석장 내 임시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오프로드 루지’, 소나무 숲에 설치한 300m의 ‘롤러코스터형 집라인’이 있다.
동해 무릉별유천지의 스카이글라이더. 125m 공사장 상공을 활강한다. |
특수차량 모형의 '무릉별열차'. 입장료를 내면 무료로 탈 수 있다. |
입구에서 놀이시설과 전망대까지는 특수차량 외관의 ‘무릉별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입장료(비수기 기준 성인 4,000원)를 내면 무료다. 공사 차량이 다니던 절개지를 따라 지그재그로 천천히 이동한다. 공원 중앙에는 대규모 라벤더정원이 조성돼 있다. 아직은 삭막한 공원 풍경이 봄이 되면 한결 화사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해=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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