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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헹가래 중독됐다는 용진이 형 “구단주 역할은 지원과 응원만…운영은 전문가에게”

미국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야구 철학 밝혀

"선수들 최고 성과 내도록 하는 게 내 역할"

2023시즌 전망 4중 평가에도 우승 목표

가장 욕심나는 건 홈 관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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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SSG 구단주가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를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SSG 제공

정용진 SSG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야구가 열리는 시즌 때 인천 홈경기를 셀 수 없이 ‘직관(직접 관전)’하더니, 비시즌엔 머나먼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선수단을 찾아갔다. 야구에 진심인 정 구단주를 보고 선수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둘러본 정 구단주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야구 철학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정 구단주가 언론 앞에 선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야구팬들에게 ‘용진이 형’으로도 불리는 정 구단주는 “선수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게 구단주의 역할”이라며 “구단 운영은 대표, 단장, 감독 등 야구 전문가에게 맡기고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야구가 결국 가야 할 길은 산업화인데 구단들의 열정이 식어가면서 그 길이 희미해지고, 어려워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우리가 야구판을 선도해서 야구의 산업화로 가는 길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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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가운데) SSG 구단주가 WBC에 나서는 김민재(왼쪽부터) 코치, 최지훈, 최정, 김광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 제공

실제 정 구단주는 구단 인수 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약 40억 원을 들여 사우나 시설을 완비한 메이저리그급 클럽하우스로 만들었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직접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전력 안정화를 위해서도 통 크게 지갑을 열고 김광현(4년 151억 원) 박종훈(5년 65억 원) 한유섬(5년 60억 원) 등에게 거액을 안겼다.


정 구단주는 적극적인 투자에 대해 “다른 구단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투자와 관심 확대로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게 정말 내가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투자가 ‘통 큰 투자’라고 생각되는 것 자체가 아쉽다”며 “앞으로 우리 구단의 투자가 통 큰 투자가 아닌 ‘최소 투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정 구단주가 다양한 스포츠 종목 가운데 야구단 창단을 결정한 배경은 유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교롭게도 야구장에 오는 팬들과 우리 기업의 고객이 동일했다. 야구장에 오는 팬들은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고, 오후에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신세계푸드에서 식품을 먹는 등 하루 동안 우리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며 “그만큼 야구는 유통업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난다. 시간을 점유하는 점, 소비자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유통업과 잘 맞는 스포츠가 야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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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SSG 구단주가 선수단을 격려하는 모습. SSG 제공

프로야구 구단주 가운데 현장 출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정 구단주는 “야구장에 가서 우리의 진정성과 기업의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또 선수들이 어떤 환경, 분위기 속에 경기를 뛰는지 알아야만 내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직관은 정말 중요하다”며 “TV로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미국 스프링캠프를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구단주의 야구 열정은 선수들도 피부로 느낀다. 투수 박종훈은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방문하신 구단주는 이례적인 것 같다. 선수 생활 동안 스프링캠프까지 오신 구단주님은 처음”이라며 “선수들에게 더 큰 힘과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내야수 박성한은 “구장에서만 구단주님을 많이 뵀는데 이렇게 미국에서 뵈니 더 감회가 새롭다”면서 “그만큼 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뒤 헹가래를 받고 중독됐다고 밝힌 정 구단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승을 바라본다. 야구 전문가들이 전망한 ‘3강 4중 3약’의 2023시즌 판도에서 SSG가 4중에 포함된 것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정 구단주는 “우승이 목표가 아닌 팀은 없다”며 “작년에도 우승 후보는 아니었는데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는 지난 시즌 개인 타이틀이 없는 우승 팀으로 작년과 비교해 비슷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작년처럼만 한다면 우승을 다시 꼭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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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SSG 구단주가 전체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SG 제공

마지막으로 정 구단주는 “지난해 우승 소감에서 홈 관중 1위(98만1,546명)가 제일 기뻤다고 했다”며 “이는 올해도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이다. 이왕이면 100만 관중도 넘겼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비로비치=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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