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4 심전도 측정, 국내선 ‘그림의 떡’
스마트워치 최초로 기능 탑재
신형 아이폰과 함께 첫 공개
국내선 식약처 의료기기 승인 필요
시장규모 감안 빠질 가능성 높아
한국 사이트에도 소개 항목 없어
선두 ‘삼성헬스’는 규제에 주춤
애플은 헬스케어 기업 진화 가속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 시리즈4'를 소개하고 있다. 쿠퍼티노=AP 연합뉴스 |
애플의 스마트워치 신제품 ‘애플워치 시리즈4’가 심전도(ECGㆍ심장 수축에 의한 활동전류 및 전위차를 파장 형태로 나타낸 것) 측정 기능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기기에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가 국내 규제에 막혀 멈춰 있는 사이 애플은 헬스케어 기업으로 진화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사옥 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형 아이폰XS(텐에스)와 XS맥스, XR(텐아르)를 최초로 선보이며 애플워치4도 공개했다.
전작과 비교해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이렇다 할 혁신이 보이지 않는 신형 아이폰보다 심전도 측정기능이 들어간 애플워치4에 시선이 쏠렸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스마트워치에는 심장 박동수를 재는 심박센서가 기본 탑재됐지만, 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한 스마트워치는 애플워치4가 세계에서 최초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체크는 사용자가 디지털 크라운(Crownㆍ아날로그 시계에서 태엽을 감는 부분)에 손가락을 대면 애플워치4가 가슴을 가로질러 전류를 전달해 심장의 전기 신호를 추적한다. 약 30초간의 과정을 거치면 심장 박동 분류가 이뤄지고 정상적인 리듬과 불규칙한 리듬을 판별해 애플 건강 앱에 저장한다. 위급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건강 앱에 PDF 형식으로 저장돼 의사와 공유할 수도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워치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워치이자 최고의 시계”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심전도 측정 기능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말 심전도 측정 앱이 출시되면 미국 소비자들은 399달러(약 45만원)부터 시작하는 애플워치4를 차고 다니다 어디서든 간편하게 심전도를 파악하고 의사에게 관련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애플은 이번 애플워치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이런 기능을 국내 판매용 제품에서도 구현할지는 불분명하다. FDA가 승인했어도 심전도 측정이 질병 진단과 관련된 기능이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그다지 크지 않은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애플워치4에서 심전도 측정 기능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애플 공식 사이트의 애플워치4 소개 페이지에는 심전도 기능이 소개돼 있지만, 한국 사이트의 소개 페이지에는 심전도 기능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
모델들이 지난달 말 국내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워치를 착용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2013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네 번째 제품 ‘갤럭시워치’를 출시했지만 심전도 측정 기능은 없다. 3년 전 스마트워치 형태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휴이노의 경우 지난 7월 초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캠프에서 “기존 의료기기 규정을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해 아직도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의료기기가 아닌 스마트 기기를 만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의 까다로운 규제를 의식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4년 4월 갤럭시S5를 통해 세계에서 처음 심박센서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혁신을 보여줬다. 하지만 ‘의료기기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며 헬스케이 기능 강화에 대한 전략이 좌절됐다. 오랜 논란 끝에 이듬해 7월 식약처가 융합ㆍ신산업 분야 규제개선의 일환으로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웰니스 제품)을 의료기기와 명확히 구분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에야 갤럭시 시리즈와 스마트워치에 심박센서를 넣었다.
2015년 4월 출시된 이후 누적 다운로드 5억건 이상에 매월 전 세계에서 6,500만명이 사용하는 건강관리 앱으로 성장한 ‘삼성헬스’는 국내와 해외의 규제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삼성헬스로 의사의 진단을 통해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반면 아직 원격의료가 불법인 국내에서는 건강상식 수준의 제한적인 의료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