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30년 연구자가 보니 “이만희 박해 받는 모습은 연출… 내부 결속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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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떨리고 어수룩하게 큰절하는 이만희(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씨 모습을 보고 ‘아, 이게 신천지의 민낯이구나’ 느끼기보다 ‘마귀의 짓이구나, 신천지가 환란을 겪고 있구나’ 생각한 신도들이 더 많았을 겁니다.”
탁지일(56) 부산장신대 교수가 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지난 2일 ‘이만희 사죄 기자회견’에 대한 소회였다. 종교학자인 탁 교수는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이다. 그의 선친이 1964년 ‘현대종교’를 설립하고 사이비와 유사 종교 문제를 파헤친 탁명환 전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이다. 그 뒤를 이어 탁 교수가 신천지 연구를 시작한 게 1990년이니, 신천지와의 인연만 해도 벌써 30년째다.
탁 교수는 “신천지 신도들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2일 기자회견 때 이만희 모습을 지켜본 신도들, 그것도 이미 탈퇴한 신도들 중에서도 감정적으로 크게 공감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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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교수가 보기에 지난 기자회견 당시 사람들이 지켜본 ‘고령(89세)의 평범한 노인’ 같은 이 총회장의 언행은 고도의 연출일 공산이 크다. “밝은 색 양복을 즐기고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그런 시계를 차고 하는 건 모두 이만희 스타일이에요. 디테일이나 행간이랄 게 없을 겁니다.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분노 조절을 못해 호통 치고 하는 것에도 신도들은 익숙해져 있어요. 다만 이번 기자회견으로 신천지가 노린 건 내부 결속일 거예요. 이만희가 박해 받고 대중에게, 적들한테 둘러싸인 모습을 신도들에게 보여주려 한 거죠.”
이런 의심을 하는 데는 기자회견 당시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대(對)신도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탁 교수는 “정말 이만희가 했어야 할 일은 대국민, 대정부 사과가 아니라 ‘이제 나와 협조하라’는 신도들을 향한 설득이었는데 그게 빠졌다”며 “신도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국가적 재난’이 아니라 ‘신천지 환란’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이 지속되는 한 정부와 방역 당국에 협조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천지의 이런 특성은 이단 종교의 특성이기도 하다. 신천지는 12지파 위 이만희 총회장을 영생불사의 존재로 모시는 이단이라는 게 개신교계 인식이다.
“신천지는 지파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 하루 2시간, 1주일 4번 이뤄지는 교리 교육이 6개월간 이뤄지고 시험을 통과한 교육생만 신도로 등록됩니다. 신도가 돼도 지속적인 포교 활동을 강요 당해요. 신도에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그러면 가족으로부터 분리되고 신천지와의 관계도 깊어지죠. 신천지 재산 5,000억여원은 그들이 선교하고 헌금한 결과입니다. 종교적 헌신이라는 미명하에 신도들이 지도부에게 착취 당하고 있는 셈이죠.”
신도들에 대한 신천지의 막강한 영향력은 언제까지 갈까. 탁 교수는 일단 이 총회장이 사라진다고 신천지가 쉽게 무너질 조직은 아니라고 봤다. “신천지는 체계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라 상징적 수장이 없어져도 조직 관리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탁 교수의 진단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포스트 이만희 체제 구축 작업’이 가동에 들어갔으리라는 게 탁 교수의 추정이다. 이 총회장을 영생불사의 존재로 믿고 있는 신천지 입장에서 공식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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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갈등이 이어질 소지는 있다. 탁 교수에 따르면 ‘절대적 2인자’로 꼽히던 이 총회장의 소위 ‘영적 배필’ 김남희 전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탈퇴한 상태여서다. 탁 교수는 “지금 구도로는 12개 지파의 지파장들 중에서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이 일단 크다”고 봤다. 서울ㆍ경기 요한 지파장, 충청 맛디아 지파장, 전남 베드로 지파장 등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변수는 있다. 베일에 싸인 신흥 세력이다. 탁 교수는 “‘새천지’라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규모나 영향력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이만희 반대 조직인지 이만희 주변 간부에 반발하는 건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감금 폭행 강요 등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에 대해 탁 교수는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 부친인 최태민의 영세교, 세월호 사건 때 구원파에 이어 신천지에서 보듯, 종교 단체가 사회적 역기능을 할 때 마땅한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게 다종교 사회인 한국의 맹점”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