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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집콕생활] 높이 2m 트리, 방마다 달린 리스…여기가 ‘홈파티 맛집’

한국일보

3,000여개의 전구를 단 높이 2m의 대형 트리는 순식간에 집안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트리 주변에 추억이 담긴 소품을 배치해 가족들이 둘러앉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영아씨 제공

경기 성남시 판교동의 한 아파트에 최근 ‘트리 맛집’이 생겼다. 연말 도심 호텔 로비에서나 볼 법한 높이 2m가 넘는 대형 트리가 집 안에 들어왔다. 트리를 휘감은 3,000여개의 전구와 트리 끝에 매달린 별, 천사 등의 오너먼트는 고급스럽게 빛을 발한다. 트리 아래에 깔린 양털 러그에는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게 된 지인들이 보내온 선물상자가 가지런히 자리잡았다. 장작과 랜턴 등 캠핑용품까지 어우러지며 깊은 산속 고요한 별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이 아늑한 집에는 주부 이영아(41)씨 부부와 두 아이(6세ㆍ3세)가 함께 산다. 이씨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이 창 앞에 트리를 두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라며 “공간을 고려했을 때 좀 큰 트리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했다. 트리 뒤로 눈 내린 산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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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선반 위에 붉은 오너먼트를 단 리본을 테이프로 고정시켜 늘어트리는 것도 집을 예쁘게 꾸미는 방법이다. 이영아씨 제공

눈길 닿는 곳마다 크리스마스

코로나19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풍경을 바꿔놨다. 거리는 썰렁해졌고, 대신 집에선 온기가 넘친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도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판매량은 수직 상승했다. ‘집콕’ 생활의 연속이었던 올해의 마지막도 마땅히 ‘홈파티’다. 연말이면 이리저리 송년모임이 많았던 이영아씨도 올해는 조촐하게 가족끼리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낼 계획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질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집에서 가족과 오손도손 보내는 것도 좋아요. 평소보다 집을 꾸미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됐어요.”


집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에는 트리만한 게 없다. 이씨처럼 대형 트리만으로도 공간은 이내 훈훈해진다. 하염없이 트리를 바라보게 되는 일명 ‘트리 멍’도 가능하다. 작은 전구와 다양한 오너먼트를 이용해 취향껏 꾸미면 된다. 이씨는 되도록 전구와 오너먼트의 색상과 모양을 같은 톤으로 맞추는 것을 권한다. 자칫 너무 알록달록하거나 지나치게 모양이 다양하면 집안 전체가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트리가 없다면 집에 있는 화분에 장식을 하거나, 전구가 달린 줄과 장식이 달린 나뭇가지를 이용해 만드는 ‘벽트리’, 집에 있는 책을 트리 모양대로 쌓은 뒤 전구 달린 줄을 살짝 얹어 완성하는 ‘책트리’ 등으로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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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는 산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 창 앞에 있어 마치 깊은 산속 고요한 별장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느낌이 든다. 이영아씨 제공

트리에 곁들여 각 공간의 적당한 소품들도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데 제격이다. 이씨도 집안 곳곳 눈길이 닿을 때마다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게 소품을 이용했다. 집 현관 맞은편 벽에는 고향인 경북 안동시에서 직접 주워온 소나무 나뭇가지와 붉은 남천 열매로 만든 리스 장식을 걸었다. 아이들의 방과 부부의 방에도 나뭇가지와 열매, 오너먼트 등을 활용한 작은 리스를 달았다. “보기에도 좋지만 걸어두면 곳곳에서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때문에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포근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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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화분을 이용해 작은 방울을 달아주고, 사이사이 소품을 넣으면 집안에서도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영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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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직접 주워온 소나무 나뭇가지를 활용해 만든 리스를 부부의 침대 머리 맡에 걸어뒀다. 이영아씨 제공

음악과 향도 중요…예쁜 게 다가 아냐

요란한 풍선이나 화려한 조명 없이 소품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청기린, 청산호, 삼각잎아카시아, 올리브나무, 고무나무, 아라오카리아 등 거실 곳곳에 뒀던 조형미 넘치는 화분을 이용해 잎에 크리스마스 색인 붉은 공을 작게 달아주거나, 트리 모양의 향초나 촛대 등을 장식장 위에 올려만 둬도 존재감이 살아난다. 주방 선반 위에는 다양한 모양의 오너먼트를 매단 리본을 살짝 테이프로 끝만 고정시켜 떨어트려주는 것만으로도 연말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씨는 주방의 행주걸이에는 펠트지로 만든 잎사귀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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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구석구석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느낄 수 있는 소품을 배치했다. 이영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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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이 예쁜 대형 러그를 벽에 걸어두면 한결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 든다. 이영아씨 제공

눈에 보이는 집안 꾸미기가 끝났다면 다음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 만들기다. 음악과 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요즘에는 캐럴이나 재즈, 클래식을 주로 듣고, 나무 향이 나는 향초를 켜요. 가장 손쉽게 따뜻한 연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죠.” 대형 러그를 한쪽 벽면에 붙이면 시각적으로도 변화를 주면서 따뜻해 보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조언이다.


예쁘게 꾸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꾸민 시간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예쁘게 꾸미는 것에만 집중하면 정작 가족들과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 놓칠 수 있어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낼 공간을 먼저 떠올려 보세요.”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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