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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by 한국일보

"사라야, 너 지옥행이래" 동은 괴롭힌 광기의 눈 연기한 김히어라

'더 글로리' 마약 중독된 화가 이사라 역 김히어라

"송혜교, 문동은 그 자체…덕분에 사라 더 몰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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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는 14일 사라는 살아야 해서 사는, 약에만 의존하는 캐릭터로 고양이나 뱀처럼 나른한 성향으로 캐릭터를 구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김히어라.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배우로서는 최고의 이름이다. 희고 깨끗하게 살라는 아버지의 뜻이 담겼다. 하지만 대중에게 각인되기까지는 14년이 걸렸다. 지난 10일 파트2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차트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차지한 '더 글로리'에서의 '약쟁이 화가' 이사라를 연기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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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가 맡은 학교 폭력 가해자 사라는 마약에 취해 결국 파멸을 맞이한다. 사진은 '더 글로리' 파트2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히어라(34)는 "확신 없는 오디션을 반복하던 차에 '더 글로리'에 캐스팅이 돼 '이제까지 연기 잘하고 있었구나'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으로 데뷔해 주로 무대에서 활약했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꿈이 있었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김히어라는 "20대 때 영화 오디션에서 '눈이 너무 세서 주인공 옆에 서기엔 에너지를 너무 잡아 먹는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센 눈'은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을 영혼까지 파괴하는 광기 어린 사라의 눈으로 빛을 발한다. 대형 교회 목사의 딸이자 마약 중독자인 사라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살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인물. 김히어라는 "사라는 살아야 해서 사는, 약에만 의존하는 캐릭터"라면서 "자신만이 믿는 신을 따르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 사라를 고양이나 뱀처럼 나른한 성향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마약이나 욕설 등 파격적인 연기보다 신경 썼던 건 적당한 선이었다. 그는 "가해자인 사라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톤 조절에 신경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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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김히어라의 '더 글로리' 첫 촬영은 동은(송혜교)과 사라가 교회에서 만나는 신이었다고. 이 신에서 동은은 사라의 머리채를 잡는다. 김히어라의 뇌리에 남은 건 송혜교의 미세한 떨림 연기였다. "한 번도 누구에게 가해해본 적 없는 동은의 떨림까지 계산해 표현한 송혜교 언니의 모습은 문동은 그 자체였어요. 그때, 배우들 말로 하자면 저도 '눈이 확 돌았어요'. 그 모습이 저를 더 사라로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나와 사라는 딱 반 정도 닮은 것 같다"는 김히어라 역시 전시회를 열었을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다. '더 글로리'에서도 김히어라가 직접 칠을 한 그림들이 등장한다. 김히어라는 "단약 상태의 중독자들이 그리는 그림은 어떨지 조사를 많이 해서 작품을 그려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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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히어라가 맡은 역할인 사라는 대형 교회 목사 딸이자 마약 중독자다. 넷플릭스 제공

사라는 결국 마약에 취해 파멸을 맞이한다. 완벽한 복수를 그린 '더 글로리'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학폭 폭로'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히어라는 "동은처럼 인생을 바쳐 복수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최소한 '더 글로리'를 통해 용기를 가지시게 될 분들이 많아질 거란 기대가 있다"면서 "아이들은 물론 이들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도 (드라마를 통해)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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