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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초소형 몰카 설치… 1,600명 사생활 인터넷 생중계

한국일보

박씨 등이 유포한 영상

모텔 방에다 초소형 무선 인터넷카메라(IP)를 몰래 달아 인터넷 생중계를 시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외부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촬영 피해자만 1,600여명에 이른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일 성폭력처벌법(카메라 이용 촬영) 위반 등 혐의로 박모(50)씨 등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4명 가운데 주범 박씨와 김모(48)씨는 구속, 이들을 도운 임모(27)씨와 최모(49)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와 김씨는 지난해 6월 해외 성인사이트를 본 뜬 실시간 몰래 카메라 동영상 사업을 구상했다. 음란물 배포 혐의 등 전과가 있는 이 두 사람은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서로 알게 된 사이였다.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10개 도시를 떠돌며 투숙객인 것처럼 모텔에 들어가 TV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다 카메라를 몰래 달았다. 몸통은 10㎝ 정도 되지만, 렌즈 직경 1㎜에 불과한 초소형 카메라였다. 김씨는 카메라의 원격 작동, 실시간 영상 전송 여부를 확인했다. 이렇게 30개 모텔, 42개 객실에다 카메라를 달았다. 임씨는 이들에게 중국의 카메라 장비를 구해다 줬고, 최씨는 투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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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에 설치된 몰래 설치된 카메라. 경찰청 제공

이들은 설치작업이 착착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해외 서버에다 유료 사이트를 열고 지금까지 모두 803건의 영상물을 올렸다. 사이트 회원은 4,099명, 이 가운데 월 5만원씩 내는 유료 회원은 97명을 모았다. 유료 회원에겐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겠다고 유혹했다.


이들은 차츰 몰래카메라 설치 대수를 늘릴 계획을 세웠지만 ‘이상한 사이트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 수사로 붙잡혔다. 경찰은 박씨 등을 검거하고 해외 서버를 압수수색한 뒤 전국의 모텔방을 찾아 다니며 몰래카메라를 제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자신이 찍힌 사실도 모르거니와 피해자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어 피해자 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기법) 방식을 썼기 때문에 촬영한 영상이 사이트 밖으로 유출된 정황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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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카메라가 설치된 모습

경찰은 숙박업소 이용 때 몰래 카메라 설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이 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핸드폰이다. 불을 모두 끈 상태에서 핸드폰 손전등을 객실 여기저길 비쳤을 때 번쩍 반사되는 곳이 있다면 거기에 렌즈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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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텔방 몰카 설치 사건 개요도.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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