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트럼프 컴백 앞두고도 '전동화 퍼스트' 전략 고수한 까닭은[CarTalk]
도쿄서 아·태 지역 최초 테메라리오 공개
윙켈만 CEO "하이브리드 적기는 지금"
순수 전기차는 2030년 출시 예정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11월 29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박지연 기자 |
모두가 순수 전기차를 향해 앞다퉈 달려가고 있지만 슈퍼카 회사의 수장은 속도 대신 안정성을 택했다. 2024년 11월 29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만난 스테판 윙켈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두 번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모델 테메라리오를 소개하며 밝힌 경영 철학이다. 이 회사는 '람보르기니 데이 재팬 2024'에서 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HPEV) 슈퍼 스포츠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공개했다.
우라칸의 후속 모델인 테메라리오는 합산 최고 출력 920마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4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2.7초다. 회사 측은 " 배기가스 배출량은 기존 대비 50%로 줄였고 내연 기관과 세 개의 전기 모터를 조화롭게 결합해 고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출시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 미국 통상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지만 윙켈만 CEO는 "전동화 전략은 계획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 시기를 애초 다른 회사보다 늦은 2030년으로 잡은 까닭에 회사의 전동화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두 번째 임기와 겹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발 빠르게 전략을 고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 람보르기니는 이미 모든 라인업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했다"며 "우리는 순수 전기차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브랜드가 될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전략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트렌드는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며 "현재 만들어지고 있거나 곧 생산에 들어갈 모든 차량은 최고의 라인업이며 (미국) 새 행정부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전기차 트렌드 완화 속에서도 전동화는 지속된다"
테메라리오. 람보르기니 제공 |
그는 유럽 자동차 업계의 수익이 감소하는 주요 원인으로 때이른 전동화를 꼽았다. 윙켈만 CEO는 "현재까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평준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너무 빨리 들여오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자사 하이브리드 전략에 대한 확신도 드러냈다. 그는 " 내연 기관에서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로 넘어갈 때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바로 가격"이라면서 "여기에 충전 시간과 배터리 밀도, 충전 인프라 등 네 가지 요소가 해결될 때 소비자는 물론 관련 법률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고객들이 수용하기에는 하이브리드가 최적이라는 얘기다.
중국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는 "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시장 적응력, 출시 속도, 품질, 디자인, 그리고 가격 측면에서 유럽 제조업체들이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며 "유럽은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윙켈만 CEO는 " 전기차 자체의 기술력과 차량에 담긴 소프트웨어 요소,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유럽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내년(2025년)에는 기술, 출시 속도,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람보르기니의 순수 전기차 출시 계획은 6년 뒤. 윙켈만 CEO는 "2030년까지 람보르기니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 레부엘토, 테메라리오, 우루스 SE 등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유지하며 네 번째 모델인 GT2+2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최초 순수 전기차가 될 이 차량은 지상고를 높여 설계했다고 한다.
CEO 윙켈만, 20년 슈퍼카 리더십의 비결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가 2024년 11월 29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 재팬'에서 발표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제공 |
윙켈만 CEO는 2005년부터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를 이끌어 온 베테랑 경영자다.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V10 우라칸, V12 아벤타도르 등 수많은 모델이 탄생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2015년 람보르기니의 세 번째 모델 라인업인 '슈퍼 SUV 우르스' 제작 계획 발표를 끝으로 아우디 고성능 차량 부문인 아우디 콰트로(현 아우디 스포츠)의 CEO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20년 12월 람보르기니에 돌아왔다.
도쿄 박지연 커넥트2팀장 jy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