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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만 식히고 나갈건데 일회용컵에 달라” 고객들 곳곳서 점원과 실랑이

커피전문점 단속 첫날

실내 앉았는데 플라스틱컵 주거나

고객 의사 묻지 않는 등 혼란

머그컵 부족해 종이컵에 찬 음료

환경부 “테이크아웃 여부 확인을”

“땀만 식히고 나갈건데 일회용컵에 달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카페 내에서 고객들이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한 일회용 컵 남용 단속은 2일부터 시작된다. 연합뉴스

“더워서 조금만 앉아 있다가 바로 갈 거라니까요.”


2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강남구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김모(23)씨에게 주문을 하던 손님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랑이 중심에는 이날부터 단속을 시작한 ‘일회용 컵’이 있었다. 김씨는 ‘땀 좀 식히고 바로 나갈 테니 일회용 컵에 담아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내줬다. 김씨는 “고작 세 테이블 갖춘 작은 카페라 동네 단골 손님이 중요한데, 컵 때문에 다투기 싫어 손님 요구에 모두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 컵 남용 단속을 본격 시작했다.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부랴부랴 시행을 하루 늦췄지만, 현장에선 점원도 고객도 혼선을 빚는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오전 8시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송모(26)씨는 실내에 자리를 잡았는데도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받았다. 송씨가 “왜 나에게 유리잔에 받을 것인지 묻지 않느냐”고 묻자, 점원은 “물어보는 것을 깜빡 했다”고 답했다. 송파구 한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려던 직장인 유모(28)씨는 실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과자로 만든 ‘콘’에만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유씨는 “날이 더운데 아이스크림이 녹기라도 하면 낭패”라며 차가운 음료로 주문을 바꿨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단속이 개시되자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권모(30)씨는 “정책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화장실만 잠시 쓸 거다, 곧 나갈 거다’라 말하며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고객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들고 나간다는 의사를 밝힌 손님에게 점원이 굳이 설득할 필요는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카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계도 기간이던 7월 한달 동안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철두철미 준비를 해 와서다. 스타벅스는 단속에 앞서 매장에 비치한 유리컵을 전년 대비 20~30% 늘렸다. 낮 12시30분쯤 강남구 삼성동 A 프랜차이즈카페에는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카페 아르바이트생 김모(32)씨가 “본사에서 지난달부터 교육을 해 큰 혼선은 없다”고 말했지만, 매장에 비치된 유리잔 80개가 소진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몰려드는 손님에 미처 설거지를 하지 못하자, 차가운 음료를 종이컵에 담아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예 차가운 음료를 담는 ‘전용 종이컵’을 만든 프랜차이즈카페도 있다. 현행법상 종이컵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탐앤탐스는 7월부터 안쪽이 코팅된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컵을 덮는 뚜껑은 플라스틱이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정책 취지가 무색하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손님이 몰려 컵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을 때만 종이컵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속의 핵심은 주문을 받을 때 고객에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를 고지하고 테이크아웃 여부를 확인했는지”라며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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