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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콘텐츠는 가라? ‘덕심(心)’ 자극하면 산다

요즘 콘텐츠 흥행의 법칙 보여준 '킬링 로맨스'

팬덤 강한 스포츠 야구 주제로 한 콘텐츠도 늘어

"보편적 트렌드 사라져…특정 팬층 겨냥 콘텐츠 늘 것"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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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영화 '킬링 로맨스' 보고 오셔서 '여래바래 4기' 해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팬클럽 모집글을 가장한 팬들의 영화 홍보글이 넘쳐난다. 팬들의 '덕질'(특정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행위)로 뜬 영화 '킬링 로맨스' 이야기다. '여래바래'는 극 중 은퇴한 톱스타 황여래(이하늬)의 팬클럽 이름.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일부 '덕후'(특정 취미나 분야에 빠져 있는 사람)를 저격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 요즘 콘텐츠 시장의 단면이다.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원하는 콘텐츠를 취향 따라 골라 보는 행태가 정착되면서 생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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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결혼한 여래(이하늬)가 자신의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와 함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와 B급 감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는 평가. 하지만 공개 초반 "환불받고 싶다"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깔깔 웃고 있었다" 등으로 극명하게 호오가 갈렸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17만 1,12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SNS로 'B급 감성' 덕후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례적인 '평점 역주행'도 기록했다. 초반 61%로 출발했던 CGV 골든에그지수(관람한 후 작성하는 평점)는 1일 기준 77%로 급상승했다. 팬심에 호응한 이벤트도 연이어 열렸다. '여래바래 4기 창단식'은 물론 영화 속 화제의 노래인 H.O.T.의 '행복'과 비 '레이니즘'을 패러디한 곡 '여래이즘'을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 'JOHN NA 좋아단 행복 합창회'도 열렸다. 팬심이 이벤트로 연결되고 이벤트 후기로 또 다른 관객을 모으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침체된 한국 영화 산업에서 덕후의 취향을 건드린 적시타"라면서 "모두에게 통할 콘텐츠보다 개별화되고 독특한 지점을 겨냥해 덕후들끼리 입소문이 난 것이 좋은 전략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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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덕심(心)'을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타게팅하는 경우도 늘었다. JTBC '최강야구2'를 비롯해 최초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동시에 참여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풀카운트' 등 최근 쏟아지고 있는 야구 관련 콘텐츠들이 대표적인 예다. 팬덤이 강한 스포츠인 야구를 소재로 삼아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티빙은 아예 구단 중 LG트윈스만 다룬 다큐멘터리 '아워게임 : LG트윈스'를 공개했다. 특정 시청자를 겨냥했지만 공개 첫 주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3위를 기록했다. 열렬한 LG팬인 배우 하정우가 스토리텔러로 나서 "나무 방망이 그냥 툭 갖다 대면 되는 걸 그걸 못하나" 등 팬들이 공감할 내레이션으로 팬심을 자극한 것은 물론 더그아웃의 이면까지 공개한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콘텐츠 소비를 하면서 보편적인 트렌드는 오히려 그 누구의 취향과도 맞지 않게 된 시대"라면서 "특정 집단의 취향만 맞아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지며 대중성보다 '덕심'을 겨냥할 콘텐츠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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