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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오늘도 1.06kg의 쓰레기를 만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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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잘하고 싶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의식 있는 시민으로서, 늘 최소한의 쓰레기를 만들려 노력했다. 음식을 포장해야 할 때는 집에 있는 그릇을 챙겨갔고, 부득이하게 일회용기를 사용했을 때도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 뒤 분리 배출했다. 장을 볼 때는 늘 장바구니를 챙겼고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늘 가방에 텀블러를 넣어 다녔다.


그런데도 쓰레기는 매일 생겼다. 평균 한 사람이 매일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1.06kg이다. 그 중 대부분이 재활용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현대사회에서 소비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방법을 몰라서 지레 포기하고 마는 열등생이 된 기분이었다. 소일의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는 이처럼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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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1년과 2016년 각각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을 직접 경험한 이후 ‘윤리적 최소주의자’가 됐다. 아무리 소중한 물건이라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환경, 사람, 사회에 나쁜 영향을 최소한으로 끼치고 싶다는 바람으로 나아갔다. 삶에서 덜어 낼 1,000가지 물건들에 대해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책은 저자가 다년 간의 실천을 통해 터득한 ‘제로 웨이스트’ A to Z가 풍성한 자료사진과 함께 정리돼 있다. 소비, 위생용품, 외출, 화장, 장보기, 외식, 먹거리, 재활용, 직장생활, 취미 생활, 여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꿀팁’ 모음집이다. 책에 소개된 ‘제로 웨이스트’ 수칙 중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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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쓰레기란 무엇인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쓰레기’에 대한 정의다. 쓰레기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물건을 사용하고, 활용하고, 다시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예쁜 그림엽서, 언젠가 공부해야지 싶은 외국어 교재,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입겠다 다짐한 원피스는 사실상 쓰레기다. 어쩌면 ‘쓰레기’에 불과할지 모를 물건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소비하는 날’을 정하자

아무리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해도 소비를 하면 자연스레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소비 자체를 줄일 것을 제안한다. ‘소비하는 날’을 따로 정해서 소비하거나, 3개월 동안 33개의 옷과 신발 등의 소품으로만 살아보는 이른바 ‘333프로젝트’를 통해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유용하다.

언제 어디서나 ‘이것’들을 휴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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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텀블러, 개인 식기 휴대는 외부활동 중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특히 손수건은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일회용 접시 대신 사용하면 초간단 도시락이 되고, 화장실 티슈나 손 건조기 대신 물기를 닦을 수도 있다. 면적이 넓은 손수건 혹은 보자기는 각종 물건을 담을 수 있으니 만능 포장재 겸 예쁜 가방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없이’ 혹은 ‘대신’을 고심하자

생활에 필수적일 것 같은 일회용품도 조금만 고심하면 쓰레기가 적게 배출되는 대체품을 찾을 수 있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만 개 남짓 사용하는 일회용 월경대는 월경컵으로,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화장품 섀도 브러시 대신 손 브러시로 대체할 수 있다. 고장 나거나 오래된 물건은 새로 구입하는 대신 가능한 고쳐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역시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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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유엔에 의하면 전 세계 음식의 3분의 1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 우리가 낭비하는 식량을 만드느라 매년 4.4기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에 중요한 이유다. 책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가능한 과일은 껍질째 먹고, 식당에서 남은 음식은 포장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품을 선택하고, 조리과정에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고심해보자.


물론, 작가도 언급하고 있듯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비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인 목표다. 하지만 100에서 90으로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실천한다면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제로’에 집착하기보다는 ‘하나’라도 도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시작을 도와줄 것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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