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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 사찰 유치원 공금 수억원 횡령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조계종 포교원장이자 서울 송파구 불광사 창건주인 지홍 스님이 사찰 유치원 공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최근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이 과정에서 지홍 스님의 횡령을 도운 유치원 원장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송파경찰서는 지홍 스님과 불광사 내 유치원 원장 A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지홍 스님은 불광사 창건주로서 2004년부터 최근까지 사찰 회주(會主ㆍ법회를 주관하는 사찰의 가장 큰 스님) 자리에 있었다. 2016년 3월부터는 조계종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포교원(전국 조계종 신도를 관리하는 기관)의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1974년 만들어진 불광사는 현재 신도 수만 5만명에 달하는 조계종 내 2, 3위 규모의 주요 사찰이다.


지홍 스님은 불광사 산하 유치원 원장과 공모해 상근직원에 이름을 거짓으로 올려 2013년부터 약 5년에 걸쳐 매달 200여만원씩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월급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포교원장 등 상근자가 또 다른 상근자로서 월급 등을 받는 것을 조계종 역시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치원 원장은 경찰에서 “지홍 스님 지시를 받고 월급을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광사 신도들로 구성된 ‘불광사정상화추진위원회(추진위)’는 7월 서울동부지검에 “유치원 공금 1억3,000만원을 빼돌렸다”고 지홍 스님을 고발했다. 이후 검찰로부터 사건을 내려 받은 경찰은 지홍 스님 관련 계좌를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진위 주장보다 5,000만원 더 많은 금액이 유치원에서 지홍 스님 관련 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지홍 스님은 의혹이 제기되자 6월 회주 자리에서 물러났고, 최근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창건주 자격 등 불광사 내 모든 권한과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를 제출한 뒤 사찰을 떠났다. 조계종 포교원장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조계종 내 적폐 청산을 주장하고 있는 불교개혁행동은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유치원 교비를 개인 돈처럼 빼서 쓰고도 포교원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홍 스님의 포교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8일 열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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