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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피카레스크 장르 유행…이유는?

K-드라마 속 피카레스크 장르 유행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성 부각

확실한 목표로 '사적 복수'…큰 카타르시스 남겨

한국일보

최근 피카레스크 장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피카레스크 장르는 직접적으로 세태를 풍자하거나 메시지를 피력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몸값' 스틸컷

과거 선한 인물을 내세웠던 이야기와 달리 최근 인기를 끈 작품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처음부터 악인이거나 목표를 위해 악인이 된다. '몸값'부터 '약한영웅' '커넥트' 등 개인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범죄물에서 볼 수 있는 피카레스크 장르는 직접적으로 세태를 풍자하거나 메시지를 피력한다. 자극적이지만 그만큼의 여운도 큰 편이다. 최근 대중들이 이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다크 히어로' 캐릭터의 인기는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수십년 간 대중 또는 소비자가 정의구현을 외치는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특성 중 하나가 '선의'였기 때문이다. 최근 이른바 사이다식 결말과 에피소드 형태의 플롯이 결합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다크 히어로가 빠르게 부흥하고 있다. 송중기가 맡은 드라마 '빈센조'가 한국형 다크 히어로의 대표적인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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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속 연시은 캐릭터가 복수를 위해 악인을 처단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웨이브 제공

최근 인기를 끈 웨이브 '약한영웅'은 소재와 캐릭터성을 두고 큰 호평을 받았다. '약한영웅'은 모범생 연시은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 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연시은은 선한 의지로 움직이기보다는 자신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반격'을 목적으로 삼았다. 연시은을 몰아붙이는 이들은 '금수저'이거나 경찰과 결탁한 부조리한 인물이다. 극중 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모들이 자식을 지켜주지 않는 장면들이 주로 나온다.


연시은은 직접 가해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복수하는데 시청자들은 이 대목을 주목했다. 제목처럼 약한 소년이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장애물을 헤쳐가는 과정이 묘한 쾌감을 남겼다. 앞서의 연시은도 다크 히어로의 계열이자 피카레스크 장르물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작품 속 다크 히어로의 부흥은 착한 주인공의 매력 절감에 따른 것이다. 주인공의 선함은 작품 속 정의 구현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함을 안긴다. 착한 주인공의 행동이 예상 가능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크 히어로, 피카레스크 장르 속 인물들은 오롯이 욕망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생존이거나 복수가 이 인물들의 목표이며 주로 입체적인 서사를 갖고 있다. 마냥 선하기만 한 캐릭터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형 피카레스크 장르들은 주로 학교, 사회 등 일반적인 곳을 배경으로 삼는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현실 속 안타까운 결말이 이 장르 안에서 각색을 기반으로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된다. 여기에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사이다'도 잇따른다.


사회 규범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는 주인공들을 향한 대중의 열광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장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선한 인물이 악을 처단하고 정의를 외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물기 때문에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각박해진 현실 속 '정의'보다 '처단'에 대한 니즈가 더욱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시대의 이야기들도 시청자들의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사적 복수'를 소재로 다루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악인을 처단하는 방식이 비록 정의롭지 않지만 보는 이들에게 희열을 남겼다.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다크 히어로는 악인을 반드시 처단한다.


사회의 병폐로 인해 탄생하게 된 다크 히어로 열풍이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꼭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진 않다. 오히려 사회에 직접적으로 물음표를 던진다. 가해자가 죄값을 치르지 않을 수 있었던 시스템의 부재 등을 함께 다루면서 경각심을 강조한다. 잘 만든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청소년 범죄와 소년범을 조명해 촉법소년에 대한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국형 다크 히어로가 수없이 던지는 의문이 변화의 가능성으로 직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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