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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떠나는 반려견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한국일보

올해 16세인 반려견 풋코와 주인 정우열 작가는 어딜 가든 늘 함께 다닌다. 노견일기 웹툰 한 장면. 동그람이 제공

‘개의 삶은 짧다. 그것만이 개의 유일한 단점이다.’ 미국 작가 아그네스 슬라이 턴불이 남긴 말이다. 반려동물들은 눈 깜짝할 사이 주인의 나이를 훌쩍 뛰어 넘어 버린다. 처음 만났을 때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영원할 줄 알았건만, 이별은 너무 빨리 찾아온다.


‘노견일기’는 죽음을 앞둔 늙은 개와 이별을 준비하는 주인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웹툰이다. ‘올드독’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정우열 작가와 올해 16세인 반려견 풋코의 제주에서의 삶을 그렸다. 그는 풋코와 같이 헤엄을 즐기기 위해 바다가 있는 제주에 정착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동물공감’에 연재한 웹툰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정우열 작가는 5년 전 반려견 한 마리를 먼저 떠나 보냈다. 풋코를 낳은 어미 소리다. 정 작가는 아직도 소리와의 이별이 슬프고 아프다. 웹툰에서 소리의 이야기를 선뜻 그려내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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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코의 품종인 폭스테리어의 수명은 10~14년. 그러나 올해 3월 16세이 된 풋코는 주인의 사랑 덕분인지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동그람이 제공

하지만 그는 소리와의 이별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떠난 뒤에 후회하는 것은 소용 없다. 내 옆에 존재할 때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자.’ 그래서인지 정 작가는 풋코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마음을 쏟는다. 폭설이 내리는 눈밭을 함께 뛰어 놀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풋코가 즐거워하면 괜찮다. “아직은 건강하지만, 혹시 이게 내 개의 마지막 겨울일까 싶어 분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가르침은 풋코에게 배운 것이기도 하다. 풋코는 늘 그 자리에 한결 같이 머물며 정 작가를 바라보고, 지켜왔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먼저 와 위로를 건넸고, 기쁠 때는 언제나 함께였다. 둘의 믿음과 신뢰는 그렇게 쌓여갔다. 보통 반려동물을 사람들이 보살핀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사람이 동물에게 더 의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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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코와 정우열 작가가 제주 바닷가를 산책하며 장난을 치고 있다. 동그람이 제공

“평소에 우리는 언젠가 이별이 찾아온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곤 하잖아. 근데 개는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항상 최선을 다하지? 무슨 비결이 있니?” 대답 대신 정 작가 품에 꼭 안겨 행복한 표정을 짓는 풋코의 모습이 정겹다. 가볍게 집어 들었는데, 결코 가볍지 않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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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일기

정우열 지음

동그람이 발행ㆍ280쪽ㆍ1만5,0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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