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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남쪽' 운남... 땀과 빛의 합작품 하니족 다랑논

<89> 윈난 민족 ① 젠수이(建水)와 위엔양(元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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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하니족 다락논 일몰 풍광. 노동과 자연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이다.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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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성 발품기행 지도. Ⓒ최종명

서남부 공맹의 고향, 젠수이 고성

‘구름의 남쪽’이라? 지구 어디에나 있으니 분명 이 구름이 누구나 아는 그 구름은 아니다. ‘윈난(雲南)’이란 명칭은 원나라 시대에 처음 등장했다. 기원전 한나라 무제의 꿈에 등장한 지방이라는 소설은 잊자. 남조국(南詔國) 왕이 당나라 장안을 방문해 ‘남변운하(南邊雲下)’에서 왔다고 했다. ‘구름’은 운산(雲山)이었다. 지금의 다리(大理) 북쪽 계족산이다. 현이었다가 군, 다시 성 이름이 됐다. ‘구름’에서 내려와 지도를 보면 정답이 보인다. ‘한서(漢書)’는 전국(滇國)이라 했다. 쿤밍 남쪽 뎬난(滇南)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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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의 쌍룡교. Ⓒ최종명

쿤밍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젠수이(建水)는 역사문화 도시다. 먼저 쌍룡교(雙龍橋)를 찾는다. 구멍이 17개인 석공교(石拱橋)로 길이가 거의 150m다. 베이징 이화원의 십칠공교와 견줄 만하다. 청나라 건륭제 시대에 구멍이 3개였다. 하천이 범람해 둑이 무너지는 바람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졌다. 도광제 시대에 14개를 새로 만들어 연결했다. 커플 용이 됐다. 쭉 뻗은 모양이 용이 요동치는 듯하다. 볼수록 정감 넘치는 다리가 봉긋하게 수면을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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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의 고성 거리. Ⓒ최종명

동쪽으로 4㎞ 거리에 고성이 있다. 9세기 초에 처음 구축됐다. 거리는 깨끗하고 활기차다. 큰 길도 있지만 민가 사이로 좁은 골목도 많다. 당나라 시기 윈난은 여러 민족이 할거했다. 나라의 기틀을 세운 여섯 세력이 있었는데 이를 육조(六詔)라 한다. 그중 이족(彝族)이 건립한 몽사조(蒙舍詔)가 두각을 나타내 세력을 확장했다. 역사에서 남조국이라 부른다. 성을 쌓고 혜력(惠歷)이라 명명했는데 이족 말로 ‘대해(大海)’라는 뜻이다. 왜 바다라고 했는지 아리송하다. 원나라 이후 전략 거점이 돼 젠수이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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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문묘의 반지(泮池). Ⓒ최종명

고성 중심에 문묘가 있다. 원나라 시대에 건축됐으니 700년 역사를 자랑한다. 규모나 건축 수준, 보존 상태가 취푸와 베이징의 공묘에 버금간다. 취푸에 비해 절반 정도지만 골격은 비슷하다. 베이징보다는 3배 이상 크다. 서남부의 ‘추노(鄒魯)’라 했다. 맹자와 공자의 고향을 일컫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반지(泮池)가 나타난다. 공자 사당은 크든 작든 연못을 만든다. 유교 학당을 상징한다. 그래서 학해(學海)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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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문묘 '수사연원' 패방. Ⓒ최종명

수사연원(洙泗淵源) 패방으로 이어진다. 춘추 시대 노나라 수도 취푸에 두 갈래 하천이 흘렀다.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다. 물줄기가 교차하는 곳에서 공자가 태어났다. 강의를 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유교사상의 발원이란 뜻이다. 돌기둥 4개에 딱 붙은 용과 기린, 사자와 코끼리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정교하다. 양쪽 벽화는 공자에 대한 예우다. 오른쪽은 이룡희주(二龍戲珠)이고 왼쪽은 쌍봉조양(雙鳳朝陽)이다. 용과 봉황은 황제의 심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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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문묘의 선사묘.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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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에 있는 문묘 선사묘의 만세사표. Ⓒ최종명

대성전으로 간다. 지붕 아래 걸린 선사묘(先師廟) 편액이 무거워 보인다. 대성이나 선사 모두 ‘위대한 스승’에 대한 호칭이다. 열린 문으로 만세사표(萬世師表) 편액이 보인다. 청나라 강희제의 어제다. 바로 밑에 걸린 생민미유(生民未有)는 옹정제의 솜씨다. ‘맹자’를 인용했다. ‘천지가 인간을 만든 이래 공자처럼 위대한 인물은 없다’는 예찬이다. 전국 어디나 똑같은 황제의 덕담은 사실 백성을 향한 아부다. 그다지 감흥이 없다. 열린 격자문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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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문묘 선사묘 격자문. Ⓒ최종명

문짝이 22개나 된다. 건물이 높으니 길쭉하다. 윗부분을 꼼꼼히 앞뒤로 살핀다. 들짐승과 날짐승이 현란하다. 흔하디 흔한 용도 있고 원숭이와 학이 나무를 오르내리고 구름을 휘젓고 있다. 소재와 테마가 다채롭고 조각도 정밀해 이리저리 들락거리며 살피는 재미가 푸짐하다. 아랫부분 문양은 평범해 보였다. 쪼그리고 앉으니 꽤 깊은 뜻이다. 흐르는 물살을 헤치고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영락없이 잉어다. ‘잉어가 용문을 뛰어오른다’는 이어도용문(鯉魚跳龍門) 전설이다. 과거 시험에 급제해 관직에 오른다는 말이다. 문묘 근처에 과거시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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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과거시험장인 학정고붕 용문.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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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정고붕(學政考棚)이라 부른다. 학정은 성 단위 교육장관을 말한다. 고붕은 시험장으로 공원(貢院)이라고도 부른다. 윈난 일대 인재가 모여 과거를 치르던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잉어가 거센 황하를 거꾸로 뛰어오를 정도로 힘든 과정을 거치는 일이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용문이 결코 가벼이 보이지 않는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황하의 잉어가 이마를 부딪혀 용이 되지 못하고 그저 그런 물고기와 어울리네’라 읊었다. 등용문 통과는 그만큼 어렵다. 반대말인 낙제가 이마를 부딪힌다는 점액(點額)이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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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동문인 영휘문과 성루인 조양루. Ⓒ최종명

천천히 걸어 고성 동문으로 간다. 가로수와 건물에 가린 거리를 벗어나니 성문이 화창하다. 오후의 태양이 강렬하게 조양루(朝陽樓)를 비추고 있다. 붉게 채색한 나무 기둥이 불타는 듯하다. 3층 추녀에 걸린 비하류운(飛霞流雲) 편액이 하늘 배경과 어울린다. ‘노을이 날아오르고 구름이 흘러간다’는 뜻이니 풍광과 찰떡궁합이다. 당나라 시대 초서의 달인 장욱(張旭)의 필체다. 탁본을 모사했다는데 정말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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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천안문. Ⓒ최종명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1389년 중건했다. 토성이었던 성벽을 벽돌로 쌓았다. 고성 동서남북 사대문 모두 있었다. 명나라 말기 민란의 전화에 휩싸여 사라지고 조양루의 영휘문(迎暉門)만 남았다. 베이징 천안문보다 28년이나 먼저 생겼고 자태도 훨씬 멋지다. ‘중화인민공화국만세’와 ‘세계인민대단결만세’ 구호도 없다. 마오쩌둥 초상화를 통과할 때마다 느끼는 위압감도 없다. 문을 통과해 바깥으로 나선다. 노을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정면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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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조양루 정면에 '웅진동남'이라 쓰여 있다. Ⓒ최종명

광장으로 이어진다. 아래부터 영휘문과 조양루를 후다닥 지나 웅진동남(雄鎮東南)에 시선이 꽂힌다. 청나라 건륭제 시대 지역 서예가인 도탁의 솜씨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면 뜻도, 필체도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뜻밖의 속살 이야기가 쏠쏠하게 구미를 돋운다. 땅 위에 종이를 깔고 붓을 들었다. ‘웅’을 쓰자 마치 용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진’은 흔들림 없는 태연자약, ‘동’은 활개 치며 씩씩한 활보, ‘남’은 높고 멀리 바라보는 자태가 느껴졌다는 감탄을 함께 남겼다. 우레 같은 박수를 연상해보면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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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수이 고성 조양루 야경. Ⓒ최종명

‘동’을 쓸 때다. 세로로 획을 쭉 뻗어 내리고 다시 위로 살짝 삐칠 타이밍이었다. 그때는 손의 힘이 빠질 찰나다. 순간 발로 붓을 차올렸더니 뜻밖에 명품이 탄생했다는 전언이다. 신들린 솜씨였다는 말이다. 보고 또 쳐다보며 발길질을 느끼려 한다.


조명을 밝히니 점점 또렷해 보인다. ‘진’에는 구설수가 있다. 어느 날 나무판자가 아래로 떨어져 반으로 쪼개졌다. 왼쪽 금(金)은 살았고 진(真)은 산산조각이 났다. 도탁의 필체를 연구하는 후학이 다시 썼건만 ‘세 마리 용이 죽은 뱀 사이에 끼어 있다’고 아쉬워한다. 조금 멀리서 보니 황홀할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빛의 치장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다니 건축미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최대, 하니족의 고원 다랑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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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입구의 팻말. Ⓒ최종명

남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위엔양(元陽)이다. 다시 산길로 달라붙어 1시간을 오르면 천지 사방이 다랑논이다. 하니티텐(哈尼梯田)이나 위엔양티텐이라 불린다. 계단식 다랑논이니 사다리 제(梯)를 쓴다. 해발 2,000m가 훌쩍 넘는 고원에 억척스레 다랑논을 일군 하니족 터전이다.


고대 강족(羌族) 계열로 티베트 고원에서 남하해 정착했다. 민족 이름이 여럿이었다. 마오쩌둥 정부의 민족 정책에 따라 ‘하니’가 됐는데 발음이 너무 달콤하다. 201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자연의 선물로 평가받는 자연유산이 아니다. 인간 노동이 창조한 산물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중국 최대, 최고라 꼽는 다랑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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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안내도. Ⓒ최종명

전체 면적이 100㎢가 넘는다. 하니 다랑논도 꽤 넓어서 걷기 힘들다. 무념무상으로 걷고 싶기는 하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간다. 절경을 담으려는 사진작가의 요람이다. 한번 입장하면 1주일을 머물 수 있다. 어디를 가도 다랑논 세상이다. 지도를 보니 순환할 수 있고 관망 장소도 알려준다.


원주민은 늘 보는 풍광이지만 외부인을 위해 촬영 포인트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일몰 명소와 일출 명소가 다르다. 방향이나 시선에 따라 포토존이 달라진다. 입장료 받는 명분도 있다. 호텔이나 객잔도 많다. 다랑논 한가운데에서 잠을 잔다고 생각해보라. 하니족은 농사를 지을 뿐인데 관광수입은 나날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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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풍경. Ⓒ최종명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환호성이 저절로 나온다. 소문보다 첫인상이 훨씬 좋았다. 고인 물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둑 따라 끼워 맞춘 조각 다랑논이 반짝거리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취해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멀리 마을이 보이고 다랑논이 아득히 줄줄 이어지고 있다. 일하는 아낙네도 보인다. 물소는 땅을 갈아엎는다. 초입부터 너무 강인한 체취를 풍기면 어떡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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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커우촌 관망대에서 바라본 다랑논. Ⓒ최종명

차에서 내려 언덕을 내려가면 하니족 마을 칭커우촌(箐口村)이다. 마을 아래에 관망 장소가 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인데 날씨 덕분에 유난히 하늘색과 닮았다. 물빛이 빙판 같다. 영화 촬영 장소이기에 꼭 보고 싶었다. 장원 감독의 2007년 영화 ‘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太陽照常升起)’다. 사계절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4편의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된 폴립티크 형식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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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언제나 떠오른다’ 영화 포스터. 출처 Taihe Media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영화다. ‘1958년 겨울 중국 서부’의 촬영지는 칠채산이다. 칭커우촌은 ‘1976년 봄 남부’ 촬영지다. 두 에피소드가 끈끈해 봄과 겨울만 봐도 한 편의 영화다. 미친 엄마가 아들과 함께 살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동네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감동의 서막이다. 다랑논이 펼치는 대자연에 젖어 영화 보는 내내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그런 곳이니 어찌 흥분을 감출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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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지고 창커우촌 골목을 이동하는 하니족.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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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커우촌에서 만난 하니족 엄마와 아이. Ⓒ최종명

아낙네들이 벽돌을 지고 골목을 오가고 있다. 농사에 단련된 여인의 가벼운 발걸음이다. 옛집을 부수고 현대식으로 공사 중인 집이 많다. 골목이 좁아 길을 비켜주고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낙네의 어깨가 자꾸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로 다가온다. 말을 건네기 어렵다.


아이 업은 엄마와 만났다. 감청 빛깔 도는 옷이 담백하다. 아이는 알록달록하고 자수 붙인 옷을 입고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인사를 한다.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모자 덕에 드라마에 나오는 왕자 같다. 노동에 익숙한 엄마지만 차림새가 깔끔하니 곱고 순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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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라오후쭈이 풍광.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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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라오후쭈이 일몰. Ⓒ최종명

일몰이 아름답다는 라오후쭈이(老虎嘴)로 간다. 칭커우촌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다. ‘호랑이 부리’라는 말이다. 호랑이를 직접 본 사람만 알리라.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다. 사진 찍으려는 사람으로 북새통이다. 해 질 때까지 좋은 자리 잡자고 경쟁이 치열하다. 기본이 서너 시간 전부터다. 잘못 건드리면 떼싸움으로 번질 듯하다.


넓기만 하고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하는 듯하다. 해넘이 각도와 노을의 물량 공세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위치가 좋으면 사진의 수준이 높아지는가. 알 길이 없다. 어둠은 푸른빛을 수놓고 노을은 연붉은 빛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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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바다(壩達).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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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바다(壩達)의 붉은 하늘. Ⓒ최종명

일몰이 예술인 다랑논은 또 있다. 칭커우촌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바다(壩達)다. 다랑논이 끝도 없이 내리막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니 시선이 아래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몰려 든 곳에서 카메라 준비 동작만 몇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고산으로 해가 넘어간다. 서서히 하늘이 붉어진다. 역시 셔터 소리가 시끄럽다. 기다림에 지친 관광객은 나름대로 실컷 구경한 후 자리를 떠난다. 30분이 더 지나니 하늘에 불이 났다. 다랑논으로 시시각각 오래오래, 고스란히 파고든다. 일몰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다랑논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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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둬이수 일출. Ⓒ최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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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랑논 둬이수 일출. Ⓒ최종명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향해 둬이수(多依樹)로 간다. 하니 다랑논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약 15km 떨어져 있는데 길이 좁고 차량은 많아 시간이 꽤 걸린다. 먼 산에 아침의 기운이 솟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관망 장소가 길어 자리를 두고 다투지는 않는다.


새벽녘 다랑논은 을씨년스럽다. 점점 따뜻해지기 시작하니 풍광동 포근한 느낌이다. 해가 뜨고 구름을 비춘다. 구름은 그 빛을 반사해 다랑논으로 투영한다. 전경을 봐도 멋지고 구석구석 눈길을 던져도 예쁘다. 반질반질한 신부의 뺨에 연지 하나 꼭 찍은 듯하다. 가까이 가서 어루만지고 싶다. 상쾌한 아침에 공연히 낯부끄럽다. 구름이 쏜 화살이다. 여기는 ‘구름의 남쪽’이다.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작가 pine@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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