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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숨은 보석으로 뽑은 스타트업 '제제미미'

박미영 전제우 부부, 대기업 퇴사 후 공동 창업

아기가 범죄 표적되는 셰어렌팅 막는 ‘쑥쑥찰칵’ 개발


지난해 4월 신생기업(스타트업) '제제미미'를 만든 박미영(36), 전제우(37) 부부는 창업 전부터 유명한 스타였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1년 동안 세계일주를 떠나면서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1년간 25개국 117개 도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들이 창업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셰어렌팅’(sharenting)이다. 셰어렌팅이란 부모가 아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육아사진 공유 행위로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다. 문제는 인터넷에 올린 아기 사진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하고 아기의 초상권을 침해한다. 또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육아 사진을 싫어한다. 그래서 프랑스나 베트남은 셰어렌팅 금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셰어렌팅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기를 키우며 쌓이는 부모의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코로나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줄여주기도 한다.


부부는 셰어렌팅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클라우드 육아앨범 ‘쑥쑥찰칵’을 내놓았다. 아기 사진을 특정인들만 공유해 문제가 될 소지를 막고 부모의 즐거움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부부가 공들여 개발한 이 서비스는 지난해 말 미국 구글에서 전세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중에 25개만 선정하는 ‘올해의 앱’에 뽑혔다. 올해의 앱 중에서도 신인상에 해당하는 ‘숨은 보석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은 박 대표와 전 부대표 부부를 서울 망원동의 제제미미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일보

제제미미의 박미영(오른쪽) 대표와 전제우 부대표가 서울 망원동 사무실에서 여행 가방과 카메라 가방을 앞에 놓고 대기업 퇴사 후 세계일주를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3대가 함께 이용하는 무료 육아 앨범

-쑥쑥찰칵은 어떤 서비스인가.


박미영 대표: 날마다 자라는 아기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앱에 올리면 자동으로 육아 앨범을 만들어 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앱이 날짜별로 사진과 영상을 정리해 아이의 성장 앨범을 만든다. 여기에 배경 음악도 넣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을 앱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부모가 사진이나 영상 편집을 할 줄 몰라도 이용할 수 있다.


-어떻게 이용하나.


전제우 부대표: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한 뒤 사진을 올리면 된다. 일부러 앱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자동으로 가져오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부모가 사진을 방치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기 사진을 직접 고르며 육아의 기쁨을 느끼도록 했다.


박 대표: 사진을 찍으면 앱 달력에 아기 사진이 스티커처럼 나타난다. 만약 사진을 찍지 않는 날은 촬영하라고 알람을 보낸다. 이렇게 사진으로 달력을 채우는 재미를 준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예전 아기 사진을 보며 소중한 현재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용료는 어떻게 되나.


전 부대표: 1기가바이트(GB) 저장 용량을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다. 저장 공간이 부족할 경우 월 2,900원을 내면 10GB로 늘어난다. 여기에 용량을 대폭 늘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상반기에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또 올려놓은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이달 중에 유료로 선보인다.


-올린 사진은 누구와 공유하나.


박 대표: 초청한 사람만 사진을 볼 수 있다. 특정인이 아니면 볼 수 없어서 범죄 표적이 되는 등 셰어렌팅의 부정적 효과를 막아 준다. 가족 등록을 해놓으면 멀리 떨어진 조부모나 형제, 친지 등도 아기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조부모, 부모와 함께 3대가 같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된다. 아기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부모와 아이, 제제미미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박 대표: 올해 각각 네 살, 두 살 되는 아이가 둘 있다. 첫째를 키우며 기획했다. 아기 사진이 넘쳐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할 줄 몰라서 답답했다. 남편도 잘 도와주지를 않아서 서비스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경험에서 나온 서비스여서 이용자들이 “엄마가 만든 서비스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매달 아기 사진을 정리하는 기쁨은 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모른다.


전 부대표: 외국은 아기가 걷고 말하고 치아가 빠지는 등 매 순간을 기록하는 ‘마일스톤(이정표)' 문화가 있다. 이것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셰어렌팅으로 발전했다. 셰어렌팅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고자 개발했다. 셰어렌팅을 의식해서 아기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는 부모들도 있는데 슬픈 일이다.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


박 대표: 지난달 기준으로 9만명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 10명 중 1명은 ‘쑥쑥찰칵’을 쓰는 셈이다. 지난해 7월까지 이용자가 3,000명이었는데 6개월 사이에 20배 성장했다. 어머니들이 SNS에 사용후기 등을 올려 입소문을 내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특별한 성장 계기가 있나.


전 부대표: 이용자 제안으로 초대자 명단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친가와 처가 식구들을 나눠서 초대하고 싶어하는 이용자가 많아 초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용자들 의견을 기능 개선에 적극 반영했다. 의외로 남편과 할머니들이 카카오톡 메신저로 의견을 많이 준다. 조만간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의견을 준 사진 확대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박 대표: 지난해 7월에 교보생명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이노스테이지’에 선발돼 마케팅 방법을 배운 것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 전에는 어떻게 알려서 이용자를 모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이노스테이지’에서 마케팅 교육을 받은 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 광고 마케팅을 했다. 여기에 아기 사진을 올리던 어머니들이 많이 찾아왔다.


-코로나19 영향은 없나


전 부대표: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용자가 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물며 아기 사진 찍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 집에 있는 아기와 어머니가 핵심 사업 대상이어서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한국일보

부부인 박미영(오른쪽) 제제미미 대표와 전제우 부대표가 앱이 알아서 육아앨범을 만들어주는 '쑥쑥찰칵'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기업 퇴사 후 세계일주 떠난 부부

-부부가 대기업 입사 동기였다던데.


박 대표: 2011년 SK텔레콤에 같이 입사해서 2015년에 함께 퇴사했다. SK텔레콤에서 아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획했고 나는 전략본부에 배속돼 경영전략을 짰다.


-왜 그만뒀나.


전 부대표: SK텔레콤은 너무 좋은 회사여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그런데 SK플래닛 분사 때 위기를 느꼈다. 다들 신생회사로 가기 싫어하는 것을 보며 불안했다. 지금 힘을 키워놓지 않으면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안정적인 삶이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 투자도 안 한다. 회사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안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우리의 운명을 회사가 아닌 우리가 주도해야 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는.


박 대표: 아기를 낳기 전에 여행을 가고 싶어 남편에게 제안했다. 퇴사 1년 전부터 여행 준비를 했다. 당시 한 군데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가 화두였다. 그래서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꿈꿨고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간 여행했다.


-인상 깊은 곳이 있나.


전 부대표: 페루의 쿠스코, 태국의 치앙마이는 1주일 예정으로 갔다가 한 달 넘게 머물렀다. 쿠스코에서 고산병에 걸려 며칠 아팠고 강도와 소매치기를 당하는 등 위험한 일도 겪었다. 그런데도 사람들 사는 모습이 가난했지만 여유롭고 매력적이었다.


박 대표: 아이슬란드에서 본 오로라도 잊을 수 없다. 자연의 압도적 위용을 온 몸으로 절감했다. 아이슬랜드와 태국은 기회가 되면 살고 싶은 곳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만끽했나.


전 부대표: 혹독하게 경험했다. 이왕이면 여행하며 돈을 벌려고 출발 6개월 전부터 사업 준비를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런데 여행하며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뇌가 받아들이지 못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할 때는 오로지 여행만 하는 게 좋다.


-여행하며 어떤 사업을 했나.


박 대표: 여행지 기반의 SNS ‘에요트립’이라는 사업이었다. 여행 정보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따라서 현지 여행자들끼리 실시간 소통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여행지에서 앱을 켜면 해당 지역에 머문 여행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잘 됐나.


전 부대표: 아니다. 한 도시에 장기간 머물며 마케팅을 하면서 도시를 하나씩 늘려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 투자도 받을 수 없고 마케팅도 힘들었다. 고생만 하고 귀국 직전에 사업을 접었다. 그때 대상을 명확하게 사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제제미미가 탄생하게 됐다.


-제제미미는 무슨 뜻인가.


박 대표: 부끄럽지만 서로의 애칭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창업 전 4월에 사업 아이디어를 디캠프 행사에서 발표해 우승했는데 급히 사명을 제출해야 해서 만들었다.


한국일보

제제미미의 박미영(오른쪽) 대표와 전제우 부대표가 다시 돌아가도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할 것이라며 향후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퇴사한다…육아종합 플랫폼으로 키울 것”

-스타트업을 하는 것에 후회는 없나.


전 부대표: 은행 대출 받을 때와 예전 직장 동료들이 성과급 받는 것을 보면 후회된다. 하지만 후회는 잠깐이고 퇴사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퇴사할 것이다.


-올해 사업 계획은.


박 대표: 3분기 중에 영어판 앱을 준비해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해외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쑥쑥찰칵’은 전세계 어머니들이 모두 공감할 내용이어서 언어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직원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합류한 개발자 2명 등 전체 직원이 우리 부부 포함, 모두 4명이다. 개발자, 기획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직원을 뽑고 있다.


전 부대표: 서비스 대상과 종류도 늘릴 생각이다. 4세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4세때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며 어머니와 떨어지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때부터 부모 외에 어린이집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준다. 즉 사진 찍어주는 주체가 바뀐다. 그만큼 서비스 할만한 일이 많다. 임산부를 위한 태교일기 서비스와 임신 관련 사진을 올리는 ‘임밍아웃’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 목표는.


박 대표: 올해 해외에 진출해 100만 이용자를 확보하겠다. 여기 맞춰 게시판 등 커뮤니티 기능을 붙여서 육아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육아관련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창구가 될 것이다.


전 부대표: ‘8포켓’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 하나를 위해 8명이 호주머니를 연다는 뜻이다. 그만큼 4조원대에 이르는 육아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져도 매년 2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그만큼 신규 이용자가 늘어난다. 기존 이용자들은 아기 사진이 남아 있으면 떠나지 못한다. 장기 이용자들과 신규 이용자들이 함께 늘어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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