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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부인”…이 지사 “망신주기 왜곡수사”

한국일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김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 상당부분을 반영해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지사와 김씨 측 은 모두 ‘망신주기 수사’, ‘발췌 기소’ 등의 표현을 쓰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로부터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양측간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오는 19일 오전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지난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트위터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이후 7개월 만이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도지사 경선을 앞두고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담긴 글을 올려 문 대통령과 준용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경찰은 김씨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면서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 지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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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해당 트위터에는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 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가면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 한테는 안 갈 테니” 등의 글도 게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 상당부분을 기소 의견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네티즌의 의혹은 크게 두가지다. 기존에 제기된 사실 외에 계정주와 김씨가 휴대전화를 바꾼 시기가 비슷하고, 가족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이재명 지사의 가족사진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우선 트위터 계정은 2013년 만들어졌다. 계정의 소유주는 성남에 거주하고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 있고, S대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도 44로 끝난다. 그런데 이 여성은 2016년 7월 휴대전화를 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모든 게 김씨와 일치했다. 김씨도 2016년 7월 아이폰으로 바꿨다.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씨가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을 올렸다. 김씨가 사진을 올린 뒤 10분 뒤에 문제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특히 이후 또다시 10분 뒤에는 이 지사의 트위터에 똑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 지사가 올린 2013년 5월 18일 광주항쟁 관련 사진을 다음 낮 12시 47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올라왔다. 김씨는 오후 1시에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김씨가 카카오스토리 올린 사진은 낮12시 47분에 캡처 했던 사진으로 확인됐다.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 접수 후 약 30여회에 걸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 통신허가서를 발부 받아 4만 여건에 달하는 문자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결과 김씨의 것이라고 판단,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라며 “다만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추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경절적인 증거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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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지사는 물론 김씨 측 변호인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08__hkkim이 김혜경이라는 스모킹건? 허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번잡한 캡처 과정 없이 원본사진을 공유하는 게 정상이지, 트위터 사진을 캡처해 카스(카타오스토리)에 공유한 건 두 계정주가 같다는 결정적인 증거(스모킹건)가 아니라 오히려 다르다는 증거”라고 적었다.


이어 “분당에서 트위터와 동일시기에 기기 변경한 사람은 아내뿐이라는 것도 증거가 될 수 없다”며 “계정주가 분당에 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결론으로 표적을 정한 꿰 맞추기 수사의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의 아내라는 이유로 경찰이 가혹한 망신주기 왜곡수사, 먼지털기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은 누군가 고발하고 신고한 그 수많은 악성 트위터글이나 댓글은 조사착수도 없이 각하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겨울 눈 덮인 숲 속 참나무 밑에 밤송이와 밤나무 입 가지 몇 개 흩어놓았다고 밤나무가 되지 않는다”며 “천둥번개 폭풍이 몰아쳐도 계절은 바뀌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봄이 되면 참나무임도 자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올해 4월 8일 전 의원이 자신과 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트위터 계정주를 고발하면서 시작돼 7개월여 만에 잠정 결론이 났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고발을 취하했으나, 경찰은 지난 6월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와 시민 3,000여 명이 김씨를 고발한 사건을 계속 수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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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와 김혜경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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