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여름옷 관리를 부탁해!
ESC
무더운 여름날 악취는 최악
유튜버 ‘세탁설’·피앤지 연구원 알려주는
뽀송뽀송한 여름옷 관리법
“인체 분비물 제거 중요”
습하고 뜨거운 여름은 의류 관리가 어려운 계절이다. 땀에 젖은 옷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악취와 얼룩으로 고생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올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다. 6월, 벌써 물 젖은 빨래처럼 몸이 축축 쳐지기 시작한다. 지난 8일 서울, 대전, 경북 등 일부 지역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경북 경산은 36.6℃를 찍는 등 전국 곳곳이 달아올랐다. 기상청은 지난달 22일, 올 6~8월 날씨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기온이 평년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도 많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뜨겁고 꿉꿉한 이 계절, 의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탁 전문가들에게 에스오에스(SOS)를 보냈다. 18만 구독자가 따르는 유튜브 ‘세탁설’을 운영하는 설재원 ‘셀럽세탁’ 대표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피앤지 알앤디(R&D)센터 관계자에게 답변을 듣고 정리했다.
Q. 반소매 면 티셔츠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몇 번 빨면 후줄근해지고, 빨면 빨수록 옷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면은 소재 특성상 세탁 시 필연적으로 줄게 되어 있어요. 면 티셔츠 원단과 같은 편성물 조직은 실이 고리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세탁할 때 이 고리에 마찰이 가해지면 고리끼리 서로 당겨지면서 공간이 줄게 됩니다. 제작할 때부터 옷감이 더는 줄어들지 않도록 워싱 가공한 경우가 아니라면 면으로 만든 옷은 찬물에 빨아도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옷감이 줄지 않길 원한다면 가급적 손세탁을 해서 마찰력을 줄이거나, 옷을 당겨가며 다림질해서 다시 늘려야 합니다.
또한 세탁 후 옷이 후줄근해 보이는 이유는 새 옷에 묻어 있던 풀기가 빠져서 그럴 수 있어요. 면제품뿐 아니라 리넨, 마 등 여름철 자주 입는 얇은 소재의 옷들이 너무 후줄근해 보인다면 스프레이형으로 된 가정용 다림질 풀을 구매해 살짝 뿌린 뒤 다려보세요. 새 옷처럼 반듯해진답니다.
Q. 장마철이 다가옵니다. 아무리 옷을 잘 말려도 냄새가 나요.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여름철에는 세탁을 최대한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나 피지에 오염된 빨랫감을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빨래통에 방치하면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오염된 빨랫감이 세균, 곰팡이와 만나면 오염물이 썩게 되고, 악취는 더 심해지겠죠. 이럴 경우엔 빨래하고 건조를 마친 후에도 악취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그 날 입은 옷은 그 날 빤다는 원칙으로 계절을 보내면 좋습니다. 그런데 매일 빨래를 하기란 쉽지 않죠. 며칠씩 모아서 할 때는 가급적 햇빛과 바람이 있는 곳에서 실외 건조를 하거나 삶을 수 있는 옷감이라면 종종 뜨거운 물에 삶아 세균을 박멸하도록 합니다.
혹은 세탁을 하기 전에, 젖은 빨래를 건조대에 널거나 건조기에서 먼저 말린 다음 세탁을 하고 다시 건조 과정을 거치는 것도 방법입니다. 빨래할 때 섬유유연제 등을 넣어 냄새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최근 ‘다우니 스프링 가든’ 등을 출시한 피앤지의 알앤디(R&D)센터 관계자는 “젖은 빨래를 바람이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 말리거나 인체 분비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의류 얼룩의 70%는 땀, 피지 등 인체 분비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악취를 단순히 섬유유연제의 향기로 덮으려 하면 시간이 지나 다시 악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내 건조용 세탁 세제 등 냄새를 중화해 없애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악취의 원인인 세균을 없애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탁 전문가들은 여름철에는 인체 분비물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기 위해 가급적 자주 세탁하고, 상황에 맞는 세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Q. 리넨, 인견 등 여름옷 소재는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리넨, 인견, 면 등 식물에서 유래한 소재는 땀 배출을 잘하고 통기성이 좋아서 여름철에 많이 입습니다. 그런데 이 식물성 옷감의 가장 큰 단점은 세탁 후 수축, 구김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소재의 의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울 코스를 설정하는 등 최대한 마찰을 줄이는 방법으로 세탁하도록 합니다. 인견과 면의 경우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옷감이 부드러워지고 기분 좋아지는 향이 나기도 합니다. 피앤지의 알앤디(R&D)센터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은은한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설재원씨는 “리넨의 경우 섬유유연제의 종류에 따라 가루 같은 섬유 부산물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Q. 지난여름 입었던 옷을 꺼냈더니 누런 얼룩이 있어요. 틀림없이 세탁을 잘한 후 보관했는데, 왜 그런 거죠?
여름철 옷에 남은 땀자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합니다. 이런 오염물이 의류에 남은 채 보관됐다면 공기와 접촉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색깔이 변할 수 있습니다. 땀은 물세탁을 통해서 더 잘 제거됩니다. 한 계절을 잘 보낸 뒤 내년을 기약하며 세탁소에 맡길 경우에도 드라이클리닝이 아닌 웨트클리닝(세탁소에서 하는 특수 물세탁)을 부탁하세요. 드라이클리닝은 기름으로 하는 세탁이라 백번 해도 땀 성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옷을 창가 등 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보관하거나 세탁소 비닐을 벗기지 않고 보관할 경우 변색이 될 수 있습니다.
옷에 남은 땀은 산화해 지우기 힘든 얼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Q. 여름철 의류 관리법을 정복하려면 땀을 잘 알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땀을 이해하면 세탁이 쉬워질까요?
사람에게는 두 종류의 땀이 흐릅니다. 땀샘에는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이 있어요. 에크린샘은 몸의 대부분 부위에 분포하고,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 눈꺼풀, 항문 주위에 있습니다.
에크린샘에서 나는 땀은 99% 이상 수분으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다만 수분이 증발하면서 암모니아 성분이 남아 빨래의 악취를 유발할 수는 있습니다. 아포크린샘은 지방, 단백질 등 성분이 섞인 점도 높은 땀을 내보냅니다. 이 땀이 피부나 털에 있는 세균과 만나 부패하면 심한 악취가 유발할 수 있어요. 지방 성분이 많은 땀은 산성을 띄고 있어 알칼리로 중화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킹소다 등을 세제에 첨가하면 도움이 될 수 있죠.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는 냄새를 중화시켜주고 세제의 보조제 역할을 해 세척력을 높입니다.
Q. 여름에 자주 입는 흰 티셔츠, 더 하얗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흰옷을 더욱 희게 하기 위해 과탄산소다나 시중에 판매하는 산소계 표백제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산소계 표백제에는 과탄산소다와 이를 활성화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과탄산소다는 물에 넣으면 탄산나트륨과 과산화수소로 분해되는데, 알칼리성인 탄산나트륨이 세탁력을 극대화합니다. 극상의 흰색을 원한다면 과탄산소다를 넣고 세탁한 옷을 햇빛에 말려보세요. 세탁 후 의류에 남은 과산화수소가 자외선에 반응해 더 강력하게 표백된답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