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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가 궁금한 당신을 위한 꼼꼼 가이드

아이돌 엔에프티 나온다… 엔터사 진출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 증명서

엔에프티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

재판매 수익, 자동으로 창작자와 공유

한겨레

장콸 작가의 ’미라지 캣 3’ NFT가 지난 11월 경매에서 3.5098BTC(당시 2억45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블루 자회사 XXBLUE 제공

긴 흑발을 한 여성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검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이 그림은 장콸 작가의 디지털 작품 ‘미라지캣3’의 대체불가능토큰(NFT)입니다. 신문 지면에는 담을 수 없지만, 실제 작품은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품 속 여성과 고양이의 눈도 신비롭게 깜빡입니다. 이 그림은 얼마 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엔에프티 경매에서 비트코인 3.5098개, 당시 약 2억4500만원에 팔렸습니다.


엔에프티의 세계에서 2억4500만원은 그리 ‘억!’ 소리 나는 가격이 아닙니다. 또 다른 국내 디지털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의 작품 ‘머니 팩토리’는 지난 4월 이더리움 200개에 팔렸습니다. 당시 시가로 11억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이런 소식이 잇따르면서 엔에프티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을 대체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샌드박스(SAND), 엑시인피니티(AXS), 디센트럴랜드(MANA), 위믹스(WEMIX) 등 엔에프티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코인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위메이드와 게임빌, 비덴트, 에프에스엔 등 엔에프티 관련 주식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최근엔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기업들도 엔에프티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넥슨, 엔씨(NC)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엔에프티 사업 계획을 발표했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제이와이피(JYP)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아티스트 엔에프티를 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들 엔에프티를 얘기하는데 나만 잘 모르는 것 같나요? 그런 분들을 위해 엔에프티 기초 정보를 문답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Q. 엔에프티가 뭔가요?


A. 엔에프티는 디지털 파일의 권리 증명서입니다. 블록체인은 온라인 등기소 역할을 합니다. 미스터 미상의 엔에프티를 낙찰받았다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이 파일의 소유권자가 나로 바뀐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소유권자가 기록된 것과 비슷합니다.


디지털 파일의 특성은 복제가 무한정 가능한 점입니다. 엔에프티로 블록체인에 소유권자를 기록하면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고, 원본 디지털 파일의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다른 점은 대체할 수 있느냐(fungible)입니다. 제가 가진 1비트코인(BTC)은 다른 이가 가진 1비트코인과 가치가 같습니다. 하지만 엔에프티는 같은 모습을 지녔더라도 가격은 다를 수 있습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판화 시리즈가 판본 번호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Q. 엔에프티를 왜 사나요?


A. 엔에프티를 사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팬심’입니다. 아이돌이 수량이 한정된 포토카드를 출시하면, 팬들이 서로 이를 갖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번째는 나중에 엔에프티 가격이 오르면 처음 구매한 것보다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즉, 보기에도 예쁘고, 나중에 ‘슈테크’(슈즈+재테크) 수단으로도 쓸 수 있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수집하는 이들의 심리와 비슷합니다.


세번째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 가방, 명품 시계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고, 대학교 이름과 학과명이 적힌 점퍼로 소속감을 드러내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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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미상 작가의 ‘머니 팩토리'는 올해 4월 NFT 거래소 슈퍼레어에서 200이더(당시 11억2000만원)에 팔렸다. 미스터 미상 제공

Q. 포토카드 엔에프티를 사면 저작권도 나한테 오나요?


A. 엔에프티를 소유한다고 모든 권리가 내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영상 엔에프티나, 디지털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 엔에프티를 구매했다고 해서 그걸 만들어 판 기업이나 원작자가 갖고 있던 저작권까지 갖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시디(CD)를 샀다고 해서 그 안의 음원을 변형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Q. 팬들이 엔에프티를 사면 창작자에겐 뭐가 좋나요?


A. 엔에프티 세계에선 블록체인에 미리 설정해둔 스마트계약을 통해 2차, 3차 판매 수익의 일부를 창작자와 자동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창작자가 한번 작품을 누군가에게 판매하면, 구매자가 이를 재판매해도 창작자에겐 이익이 돌아가기 어려웠습니다. 미술,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창작자와 최종 소비자 사이의 유통 플랫폼이 큰 수수료를 가져가던 분야에서 엔에프티에 관한 관심이 특히 큰 이유입니다.


Q. 누구나 엔에프티를 만들어 팔 수 있나요?


A. 누구나 만들 순 있지만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대와 달리, 현실에선 유명 엔에프티 거래소에 작품을 판매할 자격조차 특정 요건을 갖춘 이들에게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가 만든 엔에프티 거래소 ‘니프티게이트웨이’, 엔에프티 예술품 전문 거래소 ‘슈퍼레어’ 등이 그렇습니다. 인증된 창작자만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엄격한 큐레이션을 거친 작품만 장터에 내놓아야 그 장터의 작품 전체의 가치가 함께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Q. 엔에프티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A. 엔에프티 프로젝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커뮤니티의 규모와 결속력입니다. 창작자와 수집가, 팬 등이 엔에프티의 가치를 외부로 활발히 알려야 비로소 가격이 올라갑니다. 일부 엔에프티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결속력을 높이려 ‘화이트리스트’를 활용합니다. 엔에프티를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뿐 아니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까지 제한하는 겁니다.


엔에프티를 발행하기 전에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에서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용자들에게만 엔에프티를 사전에 싸게 구매할 자격을 줍니다. 사려는 쪽은 처음에 싼값에 사서 비싸게 되팔 수 있습니다. 엔에프티를 발행한 쪽은 사려는 이용자들이 거래 생태계 확장에 자발적으로 이바지하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Q.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엔에프티 가격은 왜 수십억원도 넘나요?


A. 여러 요인이 있지만, 비슷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특정 엔에프티의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는 수년 전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투자해온 이른바 ‘크립토 고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상승장에 시장에 들어온 ‘새내기’들도 있습니다. 비에이와이시 등은 고인물들이 가상자산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1만개만 발행된 비에이와이시의 최고 거래가는 이더리움 740개(약 38억원)입니다. 현재 오픈시에는 이더리움 최저 40개(약 2억원), 최대 100조개(약 514경원) 가격에 비에이와이시가 올라와 있습니다. 정말 그 가격에 살 사람이 나타나길 기대하기보다, 이더리움 한두개 가진 새내기는 범접조차 말라는 거죠.


이렇게 높은 가격 자체가 일종의 정체성 표현 수단입니다. 실제로 비에이와이시 이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엔에프티 이미지를 에스엔에스 프로필그림(PFP)으로 씁니다. 에스엔에스 프로필만 보고도 “이 사람은 코인 부자구나!”하고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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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NFT 거래소 누리집 이미지 갈무리

Q. 어떤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엔에프티를 사야 하나요?


A. 내가 사려는 엔에프티가 어떤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됐는지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이용자가 적은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엔에프티라면 원칙상 재판매가 허용된 경우에도 실제로는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엔에프티는 이더리움 전용 지갑으로만, 클레이튼에서 발행된 엔에프티는 클레이튼 전용 지갑으로만 보낼 수 있습니다.


엔에프티 거래소마다 지원 블록체인 종류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 엔에프티 거래소인 오픈시에선 이더리움, 폴리곤,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엔에프티만 사고팔 수 있습니다. 솔라나 기반 엔에프티만 사고팔 수 있는 솔시, 솔라나트 등도 있습니다.


Q. 남의 그림이나 사진을 엔에프티로 만들 수도 있나요?


A. 실제로 꽤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씨는 지난 8월 자기 작품을 무단 도용한 엔에프티 수천점이 오픈시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 작가의 작품을 도용한 이가 거둔 총수익은 이더리움 79개(약 3억1000만원)에 달했습니다.


도용, 위작 사고가 거듭되자 대부분의 엔에프티 거래소는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엔에프티 거래를 금지하고 나섰습니다.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엔에프티가 나올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를 엔에프티 거래소들이 마련하기도 합니다. 오픈시 등 거래소들은 유명 작가 본인임이 확인된 계정에는 인증 마크를 부여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 본인이 운영하는 계정임이 확인되면 이름 옆에 ‘블루 체크'를 붙여 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사려는 엔에프티가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필 책임은 구매자에게도 있습니다. 그리고 불미스러운 일로 가격이 폭락하면 결국 구매자가 손해를 봅니다.


Q. 엔에프티도 비트코인처럼 지갑 주소만 알면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나요?


A. 엔에프티를 구매한 거래소가 전송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오픈시 등 대부분 국외 엔에프티 거래소는 이를 허용합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하는 ‘클립 드롭스'와 ‘업비트 엔에프티’ 등은 외부 전송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클립 드롭스에서 구매한 엔에프티는 클립 드롭스 내의 다른 이용자에게 전송할 수도 없고요. 다만 두곳 모두 앞으로 그런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Q. 비트코인처럼 엔에프티도 쉽게 현금화가 가능한가요?


A. 어렵습니다. 엔에프티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단위당 가격이 높고 분할 구매가 어렵기 때문에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코인 고래’가 아니라면 엔에프티를 덜컥 샀다가 목돈이 묶여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개 2, 3차 거래가 꽤 활발한 엔에프티라도 자전거래로 누군가 가격을 너무 높게 만들어놓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피에프피 엔에프티 프로젝트인 크립토펑크에서는 지난 10월 말 엔에프티 한점이 역대 최고액인 이더리움 12만4457.07개(약 6292억원)에 거래됐습니다. 그러나 이틀 만에 같은 이용자가 사고판 자전거래라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엔에프티에 관심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합니다. 당신은 수집가와 투자자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수집가보다는 투자자의 마음을 가졌다면, 더욱이 단기투자가 목적이라면 엔에프티 구매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정인선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re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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