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50m 높이 하늘다리에서 보는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캠핑의 정석: 세계지질공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연천엔 선사~조선시대 문화유적들
비둘기낭폭포, 멍우리협곡도 눈길
아이들과 여행 겸한 캠핑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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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준비하지 않고도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신나게 노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으리. 날이 더우니 다만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청명한 여름을 느끼며 경기 북부를 달렸다.
경기도 최북단 지역인 연천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아 가볍게 캠핑 기분을 내기 안성맞춤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에 특이한 지질 환경,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문화 유적도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전곡리선사유적지는 전곡 시가지 남쪽으로 한탄강이 감싸 안은 현무암 대지 위에 들어앉아 있다.
1978년 미 공군 그렉 보웬이 한탄강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우연히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고, 이것은 곧 세계 고고학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되었다. 동아시아 한반도 첫 인류의 주먹도끼가 발견된 것이다. 이는 30만년 전에 한탄강변에서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물적 증거로, 이후 2011년까지 여러차례 발굴조사를 진행하여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 등 대략 수천점의 유물이 채집되었다. 같은 해 전곡리유적지 내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했다. 1층 상설전시관에서 최초의 주먹도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5000년 전 얼음 미라 ‘외씨’도 발견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신비함을 더한다.
동아시아 한반도 첫 인류가 남긴 주먹도끼는 물론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의 날카로운 칼 등 교과서에 수록된 여러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 외 유적지 핵심 볼거리는 토층전시관, 구석기 생활상 복원존, 구석기 산책로, 발굴피트 전시관이다. 구석구석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좋다. 선사체험마을에서의 구석기 발굴 체험과 구석기 의상 체험이 주목할 만하다. 함께하기 좋은 주변 여행지는 삼국시대 고구려 3대 성 중 하나인 당포성, 신답리고분과 조선시대 임장서원 등이 있다.
환상적인 절경이 아름다운 동이리 주상절리는 임진강과 한탄강, 두 줄기의 강이 합해지는 물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놀라운 자연의 창조물로 연천과 포천 주상절리 일대는 자그마치 총 1165㎢의 면적을 가졌다. 비둘기낭폭포 등과 함께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기하학적인 형태의 주상절리가 마치 거대한 병풍으로 이어진 듯 수㎞에 걸쳐 만들어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때는 이런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모여든 캠퍼들이 적지 않았으나,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차량 출입이 통제됐다.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비둘기낭폭포는 멍우리협곡, 한탄강하늘다리를 포함한 포천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얼굴이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란 애칭을 가진 멍우리협곡은 약 50m 아찔한 높이의 한탄강하늘다리에 서면 시원하게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원대한 풍경에 마음마저 시원해지고 나면 이번에는 비둘기낭폭포를 만날 차례다.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파여 비둘기낭폭포라 불리는 이곳은 하식동굴, 주상절리, 판상절리, 협곡, 용암대지 등 한탄강 일대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단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이곳은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었고,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도 힘든 숨은 명소였다고. 10여년 전부터 <선덕여왕> <추노> <최종병기 활>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 비경이 소개되며 세상에 존재를 알리게 되었다. 비밀스레 숨어 있는 비둘기낭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데크를 따라 울창한 숲속 깊숙이 내려가야 한다. 17m에 이르는 폭포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에메랄드빛 소로 떨어진다. 초록빛 투명한 비둘기낭폭포를 마주하니 그 신비로운 색감에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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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오롯이 자연과 함께하는 야외 활동이다. 그래서 수많은 캠퍼가 가족과 캠핑을 한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어른들만 분주하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금세 질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캠핑을 하려니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상황이 이러하니, 캠핑은 부담이다. 점점 연례행사가 되고 만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어른과 아이들 모두가 행복하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어떻게 시간을 디자인하는지가 관건이다.
어른이라면 캠핑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쉽게 질려 하고 따분해한다. 그럴 때 유튜브나 영상을 보게 하기보다는, 주변의 액티비티 활동을 하거나 어른들의 일을 같이 하면 어떨까. 아이들은 확실히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며 몸을 쓰는 활동에 훨씬 만족도를 크게 느낀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직접 캠핑 장비를 꾸리게 하거나 요리에 참여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멜 배낭은 본인이 직접 꾸리게 하는 것도 좋겠다. 공부가 자기주도학습이라면 캠핑도 자기주도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라면 캠핑에만 방점을 찍지 말고, ‘캠핑 여행’을 추천한다. 아이들과 갈 만한 곳들을 먼저 둘러본 뒤 캠핑장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도 좋고,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선 뒤 찜해둔 여행지를 들러도 좋을 일이다. 아이들은 캠핑과 여행을 오가며 지루할 일이 없고, 어른들은 삼시 세끼 아이를 챙기느라 설거지와 밥 차리기만 반복하면서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올여름 캠핑은 여행과 함께 알찬 시간으로 디자인해보자.
홍유진 여행작가
1. 전곡리선사유적은 드넓은 유적지 내 그늘이 따로 없으므로 모자와 선크림, 생수를 준비하는 게 좋다.
2. 전곡선사박물관을 더욱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전곡 구석기나라 여권을 만들어보자. 전시를 관람하면서 여권을 만들 때 찍은 사진으로 구석기시대의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권은 뮤지엄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3. 2022년 상반기 신규 개장한 구석기체험숲 캠핑장은 전곡리선사유적과 연결된 곳으로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에서 캠핑과 체험 활동을 동시에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4. 3년 만에 열리는 2022 포천 한탄강 지오 페스티벌도 놓치지 말자. 오는 23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한탄강 비둘기낭폭포 일원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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