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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전기차 시대, 왜 로고부터 바꾸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시선 끈 기아의 새 로고


시트로엥, 아우디, 베엠베, 폴크스바겐 등도 이미 교체


기존 3D 로고는 전기차 실내 디자인에 부적합


2D 디자인으로 로고 교체는 전기차 시대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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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는 ‘이매진 바이 기아’ 콘셉트를 공개했다. 이 콘셉트는 빠르면 4월께 우리 앞에 등장할 전기차 전용 모델인 EV6의 기반이 되는 모델이다. 당시 기아는 ‘이매진 바이 기아’의 첨단 기술과 날렵한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기아의 새 로고다.(당시 기아는 로고 변경 계획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얼마 뒤 새 로고를 상표 등록했다.) 새 로고는 외형적으로는 2D 디자인을 선택했다. 기존처럼 K, I, A 로마자 알파벳을 활용해 필기체와 유사한 형태를 띠며 기존 타원형에서 벗어나 날렵하고 매끄러운 선 하나로 이어진다. 해외에서는 기아차가 아닌 신흥 브랜드로 오해받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기아는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로고를 바꾼 기아의 선택이 어쩌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로고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은 시각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명확하게 전달될수록 소비자의 관심은 커진다. 그 관심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런 이유로 이미 자리를 잘 잡은 로고를 바꾸는 일은 엄청난 결단이다. 하지만 2015년 미니를 시작으로 시트로엥, 아우디, 베엠베(BMW), 폴크스바겐, 닛산, 푸조 등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기존 3D 로고를 버리고, 간결하고 단순한 2D 로고로 교체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비재인 자동차의 로고가 3차원에서 2차원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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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전기차(혹은 전동화)는 ‘시기상조’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테슬라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늦추려 했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의 카르텔을 무너뜨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탄소 중립’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목표가 됐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기차 생산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를 방증하듯 2021년부터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를 내놓는다.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새 간판이 필요했다. 그게 디지털화, 전동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새 로고 탄생 배경이다.


오늘날 자동차 로고는 운전대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 심지어 자동차 안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그래픽이어야 하는데, 음각이나 그림자가 있는 3D 로고는 갈수록 커지는 디스플레이 화면에선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면과 선이 간결한 2D 디자인은 시인성(視認性·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이 높고 소비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다가가 기억하기 쉽다. 게다가 최근에는 발광 효과 이슈도 있다. 발광 효과는 로고를 구성하는 면과 선을 단색으로 처리해 빛 투과 시 형태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 맥북의 발광형 로고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대체할 디지털 스크린 패널에 발광형 로고가 들어가야 할 텐데 글씨체가 복잡하거나 선이 굵으면 빛 퍼짐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직진성이 약한 조명의 특성을 고려해 형태를 조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베엠베는 기존 로고에서 볼륨감을 없애고 원형 테두리와 알파벳 글자(BMW)를 흰색으로 바꿨다. 글자 굵기도 전보다 가늘고, M과 W의 모양도 조금 달라졌다. M자 중간에 꺾이는 부분, 그리고 W자 중간에 위로 꺾이는 부분이 짧아져서 더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활동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줄이고 간결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뿐만 아니라 베엠베 서브 브랜드인 i와 M의 로고 역시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새 로고를 얹은 차는 i4이지만, 양산차로 우리에게 첫선을 보일 차는 iX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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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로고의 음각을 빼고 면과 선, 한 가지 색상으로 단순화한 폴크스바겐의 로고도 빼놓을 수 없다. 본질에 집중하려는 브랜드 가치를 반영해 선은 가늘고 또렷하며 색은 대담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만 남았다.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한 닛산은 전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단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직관성을 높인 새 로고를 최근 공개했다. 원 중앙을 지나는 바를 삭제하고 알파벳을 날카롭고 가는 모양으로 만들어서 역동성을 챙긴 게 특징이다. 미래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새 이미지 구축이지만, 회장 카를로스 곤 구속 사태로 어수선해진 닛산의 브랜드 이미지를 일신하려는 이유도 없진 않다.


올해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진다. 지난 1월 초 지엠(GM)은 로고를 대문자에서 소문자로 바꾸고 소문자 m에 밑줄을 그어 기존의 지엠 로고 디자인을 이어간다. 새 로고는 청명한 하늘색을 입었는데 ‘탄소 배출 제로’가 실현된 미래의 하늘을 표현한 것이다. 지엠 또한 전기차 대중화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한 새 로고를 선보였다. 지난 2월25일 푸조도 새 로고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힘찬 도약을 알렸다. 그동안 푸조는 사자가 앞발을 들고 서 있는 입체적인 로고를 사용했는데, 이젠 평면으로 된 사자의 얼굴이 로고다. 전보다 로고가 한눈에 들어와 보기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브랜드 글씨체도 바뀌었는데 날렵하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다.


2021년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자동차 브랜드엔 매우 중요한 해다. 자사 전기차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고 경쟁하는 출발점이다. 이런 때에 발맞춰 로고를 교체하는 건 꽤 시의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로고 교체가 단순히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소극적인 선택인지, 아니면 브랜드가 새 비전을 세우고 성취하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인지, 그 이유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전자는 수동적이고, 후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미가 크다. 이런 차이는 브랜드의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로고를 멋있게 바꾼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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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관(<모터트렌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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