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ESC] ‘빈센조’ 송중기처럼 슈트 입고 싶다고?

[ESC]

의류 소비 줄어드는 시대


하지만 슈트에 관심 있는 이는 여전


단추 3개 재킷은 가운데만 잠그고


2개인 경우는 위 단추만 채우기


액세서리 ‘포켓스퀘어’로 멋 내기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시기가 시기인지라 청첩장이 예년만큼 쌓이지 않는다. “턱시도는 어디서 맞추는 게 좋을까요?” 이런 용건의 전화도 부쩍 줄었다. 그런 전화에 “몇 시 예식인데 턱시도를 맞추느냐. 턱시도는 ‘이브닝 웨어’라 저녁에만 입는 것이다”고 하면 예비 신랑들은 놀란다. 첨언하면 턱시도를 예복으로 활용하는 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원칙은 저녁에 입는 옷이지만, 자장면을 모두 “짜장면”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자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것처럼, 옷의 활용도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만날 때마다 구두를 사고 싶다던 친구는 이제 ‘나이키 에어조던 1’을 신고, 실크 타이를 색깔과 패턴별로 모으던 후배는 타이를 중고장터에 내놓았다. 몇 년 전까지 한반도를 강타했던 ‘클래식 복식 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졌다. 이제 ‘턱시도 맞추는 곳’을 알려 줄 때 빼고는 슈트나 구두에 대해 언급할 일도 거의 없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대 분위기도 달라졌다. 슈트를 비롯한 정장은 격식에 기반을 둔 옷인데, 현재 사회 분위기는 격식을 준수하는 것보다 이를 해체하는 쪽에 관심이 많다. 많은 회사에서 권장하는 ‘노 타이 데이’(NO TIE DAY)나 ‘캐주얼 데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복식의 마지막 성역이었던 경조사 복장도 점점 캐주얼해지는 추세다. 결혼식장의 하객 중 슈트 차림이 아닌 이가 많고, 장례식장도 검은 옷만 보이는 건 아니다. 결혼식장에선 신랑과 신부보다 튀지만 않으면 되고, 문상 복장도 어두운색 옷이면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점점 캐주얼화 되는 추세는 옷을 덜 사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검은색 슈트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입는 옷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경조사 때 구두 대신 평소 신던 어두운색 스니커즈로 대체하는 식이다. 의류 소비도 과거에 견줘 지속해서 줄고 있다. 스파 브랜드(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 탑텐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의 약진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심사가 달라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옷 사는 대신 그 돈으로 외식을 더 자주 하고, 태블릿 피시(PC)와 게임기 같은 전자기기를 사며, 넷플릭스 같은 오티티(OTT) 서비스 콘텐츠 소비에 주력하는 것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의류 구입 비중이 줄었다고 옷이 사라졌거나 사라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복식에 관심이 있고, 규범에 따라 옷을 입고 싶은 이들이 있다. 회사가 특정 요일을 ‘노 타이 데이’라고 지정하면서 ‘타이를 매지 마라’는 주문은 ‘타이를 매라’는 요구와 개념상 큰 차이가 없다.


“<펜트하우스>의 주단태(엄기준)가 입는 슈트는 어디서 사?” 슈트 패션에 최근 눈 뜬 지인이 물었다. “우린 부동산 재벌도 아니고 드라마 캐릭터도 아니니 멋있고 화려한 슈트를 찾기보다 몸에 잘 맞는 슈트를 찾는 게 낫지 않아!”라고 말해 왜 동문서답을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007 스펙터>가 개봉한 2015년께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007 스펙터> 주인공인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최근 007시리즈에서 입은 슈트는 미국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가 제작한 제품이다. 이 브랜드에서 슈트, 구두, 셔츠 구매 비용은 경차 한 대 가격이다. 30대 초반 월급쟁이에게 추천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슈트의 기본색은 회색과 남색이다. 검은색 옷은 원칙적으로 문상 갈 때만 입는다. 일상복으로 활용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면접 같은 중요한 자리에 입을 슈트로 한 벌만 장만해야 한다면 남색과 어두운 회색 슈트를 사는 게 좋다. 형태상 정중한 순서는 베스트(흔히 ‘조끼’라고 부르는 옷)까지 입는 3피스 슈트, 단추가 2열로 배열된 더블브레스트 슈트, 양복 앞이 외줄 단추로 된 싱글브레스트 슈트 순이다. 드라마 <빈센조>(tvN)의 주연인 송중기가 극 중에서 3피스 슈트를 멋지게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슈트 상의 가슴 부분에 달린 주머니에 ‘포켓스퀘어’를 꽂아 정중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작은 액세서리가 슈트의 단정한 느낌을 살려주기도 한다.


이론은 이러한데, 지인들 경험담을 들어보면 3피스 슈트나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입고 회사에 가면 “멋쟁이”란 소리를 듣긴 하는데 뉘앙스가 묘해 놀림이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싱글브레스트 슈트의 경우 단추가 3개인 재킷은 가운데 단추만 잠그고, 2개인 경우엔 위 단추만 채워 입는 것이 좋다. 사이즈는 정장 어깨 부분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며, 품은 단추를 잠그고 섰을 때 배와 재킷 사이에 주먹 하나 들어갈 공간이 있으면 적당하다.

한겨레

회색 슈트를 입은 드라마 <빈센조> 의 송중기. 사진 tvN 제공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랫단을 접어 올려 박음질하는 턴업(흔히 ‘카브라’라고 부른다) 바지를 고르면 아랫단이 무거워져 바지 형태가 잘 잡힌다. 3.5~5㎝가 기본 폭인 턴업은 폭이 넓을수록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중요한 바지 길이는 주름이 구두 위에서 하나 정도 잡히는 게 적당하다. 섰을 때 양말이 보이면 짧은 기장이고, 주름이 여러 개 생기면 수선이 필요한 바지다. 그리고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지의 폭이 좁을수록 다리가 길어 보일 거라는 착각에 본인 체형보다 작은 바지를 고르는 것이다. 그렇게 입으면 머리가 커 보인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길어 보이는 실루엣은 ‘스키니 핏(FIT)’이 아닌 ‘슬림 스트레이트 핏’이라고 하는 낙낙한 일자 형태다. 배가 많이 나와 벨트를 매도 바지가 흘러내리면 멜빵을 착용하는 게 좋다.


구두는 발등 부분에 장식이 많을수록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격식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장식이 없는 ‘플레인 토슈즈’나 구두 앞코에 박음질이 한 줄 들어간 ‘스트레이트 팁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색깔은 진한 갈색과 검은색이 좋다. 활용도가 높아서다. 일반적으로 짙은 갈색 구두는 남색 슈트와 잘 어울리고, 검은색 구두는 회색 슈트와 스타일링하기에 쉽다. 묶는 끈이 없고 굽이 낮은 로퍼의 경우 슈트에 맞춰 입기 좋지만, 격식을 요구하는 자리에선 신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급 구두는 갑피와 밑창을 접착제로 붙이는 대신 실로 꿰매 연결한다. 이런 구두는 밑창이 고무가 아닌 가죽인 경우가 많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밑창을 가죽으로 만든 구두. 사진 로크 제공

요즘 회사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장려하는 편이다. 문제는 캐주얼 복장을 적당히 점잖게 입는 것이 슈트 고르기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슈트는 위아래가 한 벌이라 사이즈만 맞으면 고민할 게 없지만, 재킷과 바지를 따로 골라 맞추는 건, 경우의 수가 많아져 간단치가 않다. 얼핏 재킷과 바지를 같은 소재나 색으로 맞추면 될 거 같아도 실상 그렇지 않다. 위아래 옷이 확실히 구분되는 쪽이 보기 좋다. 남색 면 재킷에 회색 모직 바지를 입거나, 갈색 모직 재킷에 남색 면바지를 입는 식 말이다. 사업장이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청바지를 입어도 좋다. 어두운색 청바지는 어떤 상의와도 잘 어울려 활용성이 높다. 여기에 로퍼나 단정한 모양의 스니커즈를 신으면 수더분하면서 멋져 보일 것이다.


임건(<에스콰이어> 디지털 디렉터)

한겨레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 ▶4.7 보궐선거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hani
채널명
한겨레
소개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