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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단일상품 흔치않죠? 그래서 냈다, 삼립호빵 책

SPC삼립 <호빵책> 제작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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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책: 디 아카이브> 표지. 실제 판매하는 호빵이 달라붙지 않도록 활용되는 유산지를 책 띠지로 활용했다. SPC삼립 제공

지름 10㎝, 높이 5㎝, 무게 90g. 1971년생


국내 첫 공산품 찐빵인 삼립호빵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다. 하얗고 통통한 호빵 나이는 어느덧 50살. 쉰이 된 중년이 본인의 인생을 돌아보듯, 짧지 않은 ‘빵생’을 돌아보는 <호빵책: 디 아카이브>(어반북스, 1만3천원)가 나왔다. 한정판으로 2천부만 찍었다. 회사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사’ 편찬도 줄어든 오늘날, 국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단일 제품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정리한 책(브랜드북)은 드물고 귀하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SPC) 본사에서 에스피씨삼립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을 만나, 50살에도 역대 시즌 최대 매출(1200억원 전망)을 바라보며 전성기를 이어가는 호빵과 호빵책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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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이 펴낸 브랜드북 <호빵책: 디 아카이브> 제작에 참여한 사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왼쪽부터 최현아 과장, 안혜민 대리, 안소은 과장(위), 김보하 대리(아래), 강수연 대리, 조준형 팀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단일 상품에 대한 브랜드북이 국내에서 흔치 않다. 책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


“50년이 넘은 단일 상품도 흔치 않다. 식품에서는 새우깡이나 칠성사이다 정도? 삼립호빵이 그만큼 대단한 브랜드라는 게 (책을 내기로 결정한) 출발점이다. 브랜드북은 큰 화제를 부르거나 돈을 벌지는 못한다. 그에 비해 어마어마한 수준의 디테일을 필요로 하고, 손도 많이 간다. 그래도 하기로 했던 이유는 50년이나 된 브랜드가 국민과 호흡해 온 지난 시간과 이야기에 대한 기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또 새로운 세대들에게 호빵을 둘러싼 사실들을 흥미롭고 단단하게 전해서, 더 오래오래 (호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 지시가 아니라 팀에서 올린 아이템이었다는 건가.


“그렇다. 초기엔 내부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웃음) 지금이 아니면 100주년 때 만들어야 한다고 50주년이라는 시기를 강조했다.”


— 어떤 얘기를 담고 싶었나.


“호빵의 역사와 이야기들, 요즘의 호빵 모습, 지금 우리가 하는 것들, 앞으로의 호빵이 지향하는 것들을 담백하게 소개하자는 생각이 컸다. 이건 기록이니까. 만화나 화보같은 재미와 감상 요소로 흥미를 더하려 노력했다.”


— 호빵은 일반명사인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찐빵을 공산품으로 만들면서 호빵이라는 네이밍(작명)을 한 거다. 그때엔 특허에 대한 인식도 낮아서 (독점적으로 쓸 수 있도록) 등록을 안 했다. 다른 기업들도 호빵이란 이름을 쓸 수 있는 이유다. 처음엔 고유명사였지만, 이제는 일반명사가 된 셈이다.”


에스피씨의 창립자 허창성 명예회장은 국외에서 가게마다 데워 팔던 찐빵을 보고 돌아와, 1969년 신제품 개발 연구팀을 꾸렸다. 1971년 10월에 첫 출시됐다. 호빵은 ‘뜨거워서 호호 분다’,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해 12월 하루 평균 출하량이 100만개를 넘었다. 당시 빵값인 5원보다 4배 비싼 20원이었지만, 소매상들은 공장 앞에 줄을 섰다. 호빵 대중화의 핵심은 ‘찜통’이었다. 가게들은 직접 쪄야 팔 수 있어서 번거롭다는 이유로 제품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972년 개발된 연탄을 활용한 원통형 찜통이 소매점에 배포되면서 호빵 시대가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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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삼립이 개발한 찜통은 오늘날에도 편의점에서 사용되고 있다. SPC삼립 제공

— 출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자료수집 단계 때 ‘옛 광고’는 초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당시 모델 소속사에 일일이 전화해 허락을 받았다. 책으로 내고나면 정말 기록에 남는 거니까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도 컸다. 책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호빵의 온기를 전하고 싶어서 사진을 여러 차례 재촬영했던 것도 힘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표지의 방향이었다.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폭신한 호빵 질감을 살려 촉감으로도 느낄 수 있는 표지도 그 중 하나다. 결국 결정된 건 힘을 쭉 빼고 호빵 자체를 잘 찍어 꽉 채워 넣은 현재의 안이다.”


— 호빵에 얽힌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책을 사사같이 풀면 독자들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금이라도 재밌고 공감대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 이유로) 세대별로 호빵에 대한 추억과 생각들을 담았다. 빵유튜버인 20대부터 관련 책을 쓰신 30대 등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전기밥솥 안에 호빵을 넣어두면 호빵에 밥풀이 묻어있었다는 기억도 담았다.”


— 책에 담지 못한 내용은?


“오랫동안 동네 구멍가게에서 호빵을 파셨던 곳을 인터뷰해서 담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책에 한 구멍가게 주인 인터뷰가 있지만, 그는 최근엔 호빵을 팔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만큼 소비자 트렌드가 변한 게 반영됐다고 본다. 예전엔 동네 작은 슈퍼들이 많았지만 점점 소비자들이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작은 가게들이 유지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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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삼립호빵 광고. 왼쪽 개그우먼 이성미, 오른쪽 위부터 개그맨 김병조, 김종석, 조정현. SPC삼립 제공

— 삼립호빵이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킬 것’과 ‘변화할 것’의 선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판매량의 반 이상을 단팥 호빵이 차지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고객들이 원하는 맛을 매년 몇 가지씩 개발해서 출시하고 있다. 호빵의 상징인 ‘호마크’를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며 지켜오면서도, 1입짜리 개별 포장지째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호빵 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데워먹을 수 있게 한 기술적 패키징, 호빵 전용 ‘발효미종’을 개발해 품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활동도 그런 예다.”


2019~2020년 시즌 기준 호빵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52.2%)은 단팥 호빵이다. 야채(24.3%)와 피자(12.6%)가 뒤를 이었다. 나머지 10% 남짓을 두고 매해 신제품들이 각축을 벌인다. 소다맛, 고추잡채맛, 맥앤치즈맛 등 이색 호빵이 등장한 배경이다. 이번 시즌에 판매하는 호빵은 모두 25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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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삼립호빵 지면광고. SPC삼립 제공

— 최근엔 ‘호찜이’(1인용 전자레인지 호빵 찜기) 굿즈도 인기였다. 어떤 아이디어로 제작했나.


“호빵 찜기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겨울이 되면 편의점마다 놓여 하얗고 따뜻한 증기를 내뿜었다. 그 모습은 대한민국 겨울 풍경 중 하나로 많은 사람에게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립호빵의 브랜드 유산 중 하나인 찜기 형태에 착안한 굿즈를 만들고 싶었다. 가정에서 찜통 사용이 어려운 1인가구와 엠제트(MZ)세대(80~2000년대생)도 고려했다. ‘호찜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인기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매출에도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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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 찜기 호찜이. SPC삼립 제공

— 팀원들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호빵도 궁금하다.


“‘이천쌀 호빵’을 좋아한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여 더 의미가 있고, 특히 달콤한 쌀 커스터드 맛이 고급스러운 디저트처럼 느껴져 매력적인 제품이다. 2019년도에 나왔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도 재출시됐다.”


— 이번 시즌에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릴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콕하며 간식 수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추운 날씨. ‘날씨 상무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날씨 역할이 크다. 누적된 마케팅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삼립호빵은 지난해 12월 한달 매출이 2019년 12월보다 15% 증가했다. 호빵 시즌은 10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다. 삼립 쪽은 이번 시즌(2020년 10월~2021년 3월) 호빵이 목표 매출 1200억원, 누적 판매량 61억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판매한 호빵을 일렬로 놓으면 지구를 약 15바퀴 돌 수 있다. 출시 당시 ‘고급 빵’이었던 호빵은 세월이 흘러 만만한 ‘대중 간식’이 됐다.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요즘에도 초당 9.1개씩 팔리며 겨울을 데우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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