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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의 보존처리 끝에…1200년전 신비 드러낸 ‘고대 불상’

선림원터 통일신라 금동보살 전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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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보존처리 뒤 전모를 드러낸 선림원터 출토 금동보살입상. 9세기께 통일신라 작품으로 추정된다. 보존처리 결과 상을 만들 당시 입힌 금칠(개금)이 거의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고, 먹과 안료로 눈썹과 눈동자, 눈매, 수염 등을 그린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출토지가 확인되는 한반도 고대 금동보살상 가운데 가장 크며 조형미도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된다.

출토지가 확인된 한반도 고대 금속불상 가운데 가장 크고 장식미도 뛰어난 국보급 걸작이 새로이 출현했다.


2015년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한 통일신라 말기 선종 사찰 선림원터 땅속에서 흙덩이와 뒤엉킨 채 발견된 높이 52㎝의 대형 금동보살입상이다. 통일신라 말기인 9~10세기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5년간 보존처리 하는 과정에서 금빛 찬란한 보살상의 자태가 생생히 드러났다. 선림원터 조사 과정에서 불상을 발굴해 연구소에 보존처리를 위탁했던 한빛문화재연구원은 30일 <한겨레>에 제 모습을 찾은 불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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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입상의 왼손에 들려 있었던 정병. 불상의 몸체와 따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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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보살상 뒤에 따로 제작해 붙였던 광배를 따로 수습한 모습. 불꽃무늬와 넝쿨무늬, 가부좌한 불상 무늬 등이 보인다.

보존처리 된 불상의 세부를 살펴보면, 이 보살상은 좌우에 공양보살좌상을 새긴 화려한 보관을 썼다. 목과 팔에는 목걸이와 팔찌를, 상반신에는 주름진 천의와 영락을 둘렀다. 특히 몸체 전면에 입힌 개금(금칠)이 거의 벗겨지지 않고 선명한 광택을 머금고 있으며, 먹과 남색 안료로 그린 눈동자와 눈매, 수염 등 얼굴의 세부까지 양호하게 보존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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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보살상의 머리 부분을 확대한 사진. 머리카락과 눈매, 수염 등을 그린 먹과 남색 안료의 자취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고대 불상의 얼굴 세부에 먹과 안료를 쓴 흔적이 확인된 것은 이 불상이 첫 사례다.

먹과 남색 안료로 눈매와 눈동자 등을 그린 고대 불상은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보관, 목걸이, 팔찌, 어깨띠, 영락 장식, 광배 등은 모두 따로 만들어 붙였는데, 이런 사례도 국내 고대 불상 가운데서는 처음 확인되는 것이다. 이런 장신구들 또한 만들 당시의 원형이 거의 보존된 상태라는 점에서 고대 불상의 제작 방식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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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보살상 몸체 옆에 따로 떨어져서 출토된 대좌. 연꽃잎으로 장식된 발판 위에 불상의 오른발만 떨어져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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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떨어진 채 수습된 금동보살입상의 정교한 장신구들.

몸체를 빚어낸 조각 기술도 빼어나다. 보살입상은 옷 주름을 돋을새김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하반신의 경우 왼쪽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오른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발끝을 벌린 형태로 양감을 살렸다. 보살상을 분석한 임영애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불상의 개금과 얼굴의 먹선 등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불상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사태 등으로 곧장 절과 함께 땅속에 파묻혀 외부 환경과 단절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21세기 들어 발견된 국내 불상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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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선림원터 불상이 출토된 직후 수습됐을 때 모습. 광배와 붙은 금동보살상이 흙덩이들과 엉켜 있다.

연구원 쪽은 올해 하반기 불상의 보존처리가 끝나는 대로 보고서를 내고, 국고로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보존 상태나 조형성 등이 워낙 빼어난 유물이라 여러 국립박물관에서 벌써 인수 관련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림원은 9세기께 창건된 통일신라 말기 주요 선종 사찰로, 절 안에 있는 3층 석탑, 석등,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이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빛문화재연구원·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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