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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만원, 287만원, 321만원, 진짜 평균임금은 얼마야?

경활 243만·일자리행정통계 287만·사업체 조사 321만

통계따라 다양한 평균임금 제각각

‘저임금 노동’ 포괄 정도에 따라 차이

조사방식·대상 따른 장·단점

243만원, 287만원, 321만원,

243만원(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87만원(일자리 행정통계), 320만7천원(사업체 노동력 조사).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월평균 임금을 나타내는 숫자들이다. 많게는 7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 이들 가운데 ‘진짜’ 평균임금은 무엇일까?


평균임금은 노동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복지정책을 만드는 데는 평균임금보다 중위소득이 좀 더 중요하게 쓰이지만, 소득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의 중요성은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놓고 묻기는 좀 그렇지만 솔직히 궁금한’ 다른 사람들의 임금을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준다.


문제는 정책적 목적, 통계 기술 발달에 따라 이런저런 통계가 추가되면서 ‘대한민국 평균임금’을 알리는 지표들도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대체 이들 임금 통계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왜 이렇게 다양한 평균임금이 등장하게 됐는지 대표적인 임금 통계인 ‘경제활동인구조사’, ‘일자리 행정통계’, ‘사업체 노동력조사’를 비교해 봤다.

① ‘임금’이란 무엇인가

우선 소득과의 차이를 통해 ‘임금’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임금이 누군가에게 고용돼 일을 한 댓가라면 소득은 임금에다 자영업자(사업자)의 사업소득,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자산소득, 국가나 가족에게 대가 없이 받는 이전 소득을 모두 아우른 개념이다. 임금은 고용의 질을 판단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소득은 삶의 질(복지)을 판단하는 데 주로 쓰인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일자리 행정통계·사업체 노동력조사 등 노동 조사에서 임금 조사가 이뤄지는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 같은 분배·복지 조사에서 소득이 조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차이는 조사단위를 가르기도 한다. 임금은 노동자 개개인을 기준으로 삼지만, 소득은 가구를 기준으로 공표된다. 임금이 각 개인이 임금 노동시장에 나와 일을 하면서 어느정도 댓가를 받고있나를 알기 위해 중요하다면, 소득은 개개인의 벌이를 떠나 실제로 한 사람이 가족이나 국가의 도움을 포함해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지 알아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243만원, 287만원, 321만원,

② 천차만별 평균임금 왜?

그런데 같은 임금 조사라도 통계에따라 평균임금은 천차만별이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질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형태가 특히 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워낙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포괄범위가 넓은 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라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매달 진행되지만, 전체 임금노동자의 평균임금 정보는 1년 한 차례(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통해 공표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노동 공급자)을 만나 통계를 작성한다.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않고 근로소득 신고도 하지 않아 제도적으로는 ‘숨겨진 노동’을 하는 이들이라도 “어딘가 고용돼있다”고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조사 대상이 된다. 이런 일자리는 저임금 영역에 포진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통계에서 나타나는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임금(255만8천원, 지난해 8월 기준)이 다른 임금 통계에 견줘 낮았던 이유다.


일자리 행정통계는 ‘행정자료를 활용해 대한민국의 임금지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재작년 처음 시험 작성된 뒤 1년에 한 차례씩 발표되고 있다. 다른 조사들이 추출된 일부 표본가구에만 문답 형식으로 조사하는 방식인데 반해, 일자리 행정통계는 행정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임금노동자의 ‘실제 임금’을 반영한다.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2017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직역연금에 가입된 1500만개 일자리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표본을 활용한 400만개 일자리의 임금추정치가 포함됐다. 이렇게 나온 2017년 12월 기준 대한민국 평균임금이 세전 287만원. 다만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근로소득도 신고하지 않은 이들은 통계작성에서 배제된다.


고용노동부에서 매달 발표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근로실태 부문)는 세 조사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포괄범위가 가장 좁은 편이다. 물리적 공간이 있거나 일정 지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1인 이상 민간사업체에게 노동자에게 얼마의 임금을 주는지 묻는다. 이때 파견이나 용역 노동자 같은 소속 외 노동자들은 제외된다. 공무원이나 농림어업 종사자 등도 조사대상이 아니다. 이런 영향으로 사업체노동력 조사에서 나타나는 월평균임금은 다른 조사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사업체노동력 조사의 월임금총액 평균은 310만2895만원이었다.

③ 평균임금들의 목적

단 하나의 대한민국 평균을, 신속하게 생산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 통계들이 각자의 정책적 목적에 맞춰 서로 다른 평균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장단점을 감안하며 평균임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는 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포괄범위가 넓어, 특히 체계적이지 않고 다양한 비정규직의 임금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일부 표본가구에게 직접 얼마를 버는지 물어보는 조사방식의 한계다. ‘당신의 임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정확히 얼마’라고 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한계를 딛기 위해 가장 현실에 가까운 노동자의 임금을 파악하기 위한 일자리 행정통계가 나왔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공식적인 행정자료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를 포착하기 어렵다. 행정자료 취합에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2017년 기준 통계가 지난 1월 발표될만큼 시차도 있다. 다만 포함돼 있는 이들에 한정해 보자면 현재까지 가장 정확한 임금 통계이고, 연령·성·기업 종류 등 결합하는 행정정보에 따라 다양한 임금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포괄범위가 좁고 역시 일부 사업체를 표본으로 선정해 문답 형식으로 조사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업에 묻는 조사인만큼 월 임금총액을 정액급여, 초과급여, 특별급여, 고정상여금 등 다양하게 제시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임금체계가 복잡한 우리 나라에서 최근 문제가 되는 통상임금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을 논의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또한 사업체 조사는 노동시간도 세세하게 조사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을 판단할 때도 기초적인 자료가 된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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