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운석, ‘퍼시비어런스’ 타고 60만년만에 고향으로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에 실려
1천년 전 지구에 떨어졌다 1999년 발견
화성 흙·암석 표본 수집 판단 자료로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화성 운석. 나사 제공 |
30일 저녁(한국시각 기준) 발사돼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인내라는 뜻)엔 60만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화성 운석이 실려 있다.
‘SaU008’(Sayh al Uhaymir 008)란 이름의 이 운석은 1999년 오만에서 발견됐다. 이후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에 귀향길에 오르게 됐다.
4억5천만년 전 화성에서 형성된 이 운석은 60만~70만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로 떨어져 나온 뒤 우주를 떠돌다 약 1천년 전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무암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가져가는 것은 동전 크기만한 조각이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확인된 화성 운석은 225개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 이 귀한 화성 운석을 다시 화성으로 가져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로봇팔에 장착된 레이저 분석기 셜록(SHERLOC)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판별하고 오류를 보정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화성 땅에서 어떤 표본을 수집할지를 판별하는 잣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수집 대상으로 판단되면 내장된 원통형 티타늄 용기에 담는다. 한 용기에 담을 수 있는 표본 용량은 15그램이다.
나사의 차세대 우주복 시제품 ‘Z-2’. 나사 제공 |
미래의 화성 우주복 소재들도 함께 간다
셜록에는 이것 말고도 향후 화성에서 사용할 우주복과 장갑, 헬멧 소재가 실려 있다. 나사는 셜록을 통해 실제 화성 환경이 이 소재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에 가져간 우주복 소재는 소방관 복장에 사용하는 내열성 소재인 노멕스, 통기성 방수 소재인 고어텍스,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케블라 3가지를 합쳐서 만든 것이다. 장갑 소재로는 잘 찢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진 벡트란(손바닥용), 손등 부분에 쓸 테플론을 보냈다. 방진 코팅을 한 테플론도 함께 실었다. 헬멧 소재로는 잘 부서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실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에 쓰고 있는 소재다.
셜록에 실린 운석이 화성으로 가는 첫 운석은 아니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에 이미 자가미(Zagami)라는 운석이 실려 있다. 퍼시비어런스의 슈퍼캠에도 자그마한 운석 조각이 하나 있다. 이것 역시 카메라 보정을 위한 것이다.
한편 ‘마스 2020’ 퍼시비어런스는 발사 직후 한때 과냉각 상태를 보여 안전모드에 진입했으나 지금은 정상 상태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