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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키즈들, 4DX의 마법극장에 재집결하다

17년만에 재개봉 ‘…마법사의 돌’ 돌풍

개봉 6일째 연일 ‘전석 매진’ 행렬

새벽에 보고 첫차 귀가…‘암표’도 극성

다른 지역 공략하는 ‘메뚜기 관람’까지

2030 ‘추억소환’, 10대는 기술력에 열광

“시리즈 8편 모두 재개봉 요구 빗발”

해리 포터 키즈들,  4DX의 마법극

스스로를 ‘해리 포터 세대’라 부르는 이수진(29)씨는 17년 만에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4DX버전으로 재개봉했다는 소식에 지난 25일 예매를 하려고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주말·평일 할 것 없이 서울지역 모든 극장이 ‘전석 매진’을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주 가는 영화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개봉(24일) 일주일 전부터 예매가 폭주해 주말 황금시간대부터 순식간에 매진됐다고 한다”며 “예매에 실패한 사람들이 서울에서 가까운 부천·일산 지역으로 ‘원정 관람’을 가는 바람에 수도권 쪽에서는 표를 구하기 힘들더라.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무한클릭을 반복하며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추억의 힘’과 ‘기술의 힘’이 결합해 만들어진 ‘해리포터 4DX 재개봉 관람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29일 기준으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창궐>, <퍼스트맨> 등 신작 개봉영화를 제치고 실시간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개봉 5일 만에 10만3776명을 동원하며 지난 주말에는 박스오피스 순위 7위에 올랐다. 더 놀라운 것은 좌석판매율이다. 24일 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토요일인 27일 좌석판매율이 88.4%, 일요일인 28일 84.4%를 기록했다. 4DX 시설을 갖춘 서울 8개관(전국 33개관)에서만 재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지역 대부분의 관이 관객으로 가득 차고 있는 셈이다.


좌석을 구하기 위해 ‘원정 관람’을 나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몇몇 맘 카페나 영화 카페 등에는 “일산이나 부천, 인천 등 서울 인접 지역을 공략하면 가능성이 있다”, “새벽에 보고 24시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뒤 첫 전철을 타고 귀가하면 된다”는 팁이 올라오고 있다. 4DX관이 없는 강원지역에 사는 관객에게선 “지역 차별”, “서럽다”는 등의 원망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표’까지 등장했다. 중고나라 등에는 ‘해리포터 4DX 대리 예매해 드린다’거나 ‘해리 포터 4DX 좌석 판매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영화사이트 ‘익스트림 무비’에서 한 누리꾼은 “해리포터 4DX 암표팔이가 너무 심하다. 이번 주말 용산 프라임석 2연석 10만원을 부르더라”고 한탄했다.

해리 포터 키즈들,  4DX의 마법극

해리 포터의 4DX 재개봉 관람 열풍의 중심에는 해리포터와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해리 포터 세대’의 추억이 자리한다. 1997년 소설로 나온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2001년 처음 영화화된 뒤 해리 포터 시리즈는 2011년까지 10년 동안 8편 모두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개봉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8편까지 모두 28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초·중학생이었던 관객들은 이미 20~30대 가 됐고 이들이 관람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10~20대가 열광하는 ‘4DX 기술’의 힘이 재개봉 관람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리 포터는 이미 10대들 사이에서도 ‘고전’이 됐고, 지난달 해리 포터 시리즈 기반의 스마트폰 게임인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가 출시돼 안드로이드 게임 인기순위 2위(아이폰에서는 5위)에 진입하면서 이를 4DX로 구현한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씨지브이(CGV) 리서치 센터의 통계를 보면, 해리 포터 4DX는 10~20대 관객의 비율이 같은 기간 다른 영화들에 견줘 월등히 높다. 해리 포터는 10대 관람 비율이 8.9%로, 같은 기간 다른 영화 3.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대 관람 비율 역시 63.7%로, 다른 영화 38.9%의 1.6배를 넘었다.


이주영(24)씨는 “부모님 세대가 크리스마스에 해주는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자랐다면, 우리는 부모님이 틀어주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며 성장했다. 해리 포터는 모든 마법영화의 고전”이라며 “해리가 님부스 2000(해리포터의 마법 빗자루)을 타고 퀴디치를 하는 장면에서 의자가 사방으로 흔들리고 바람이 귀 뒤에서 휙휙 뿜어져 나오니 기술의 진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개봉 전에 사전 예매를 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어린 시절 해리 포터 세례를 직접 받은 현재의 20~30대뿐 아니라, 2000년대부터 10년 이상 이어진 해리 포터 열풍에 익숙한 부모 손에 이끌려 텔레비전이나 책 등을 통해 해리포터를 자연스럽게 접한 10대들 또한 광범위한 해리포터 세대로 볼 수 있다”며 “해리 포터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비한 동물 사전 2>(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이벤트성으로 재개봉을 추진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해리 포터 시리즈 8편을 매년 4DX로 재개봉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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