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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일본을 배워라…‘재팬스 웨이’란?

[김창금의 무회전 킥]

한국 각급 대표팀 일본에 추월당해

과정 중시 ‘저팬스 웨이’의 만개

일본의 지도자 중시, 디테일 참고해야

한겨레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3차전 일본과의 경기 뒤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금까지 모방했다. 세계 톱10을 위해 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저팬스 웨이(Japan’s Way)’다.”(일본축구협회 누리집)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7일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마지막 3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배(0-3)한 뒤 한·일간 전력 격차가 커진 배경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평가전에서도 0-3으로 졌다. 다른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23살 이하 아시안컵 8강에서도 한국은 21살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0-3으로 무너졌다. 16살 이하 대표팀도 최근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0-3으로 패했고, 대학선발팀은 0-5로 대패했다.


일본은 한국(1983년)보다 늦게 프로리그를 출범(1993년)시켰다. 하지만 오랜 준비를 통해 ‘100년 구상’이라는 모토를 제시할 수 있었고, 2000년대 들어 ‘저팬스 웨이’를 통해 내용을 채우고 있다. 패스 중심의 ‘아기자기’한 축구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결정력까지 갖추게 됐다.


통상 축구 발전의 기본은 지도자 육성, 유소년 양성과 발굴, 대표팀 강화로 꼽히며, 이 바탕에서 축구 시장이 확대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이 앞서갔다면 아시아 나라들은 이를 좇았다. 하지만 일본은 모방의 단계를 넘어 ‘저팬스 웨이’라는 새 개념을 창조했다.


일본축구협회 누리집을 보면, “일본이 체격과 힘에서 뒤진다면 기술, 기민함, 영리함, 조직력, 부지런함, 집요함, 페어플레이를 발전시키면 된다. 일본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저팬스 웨이’다”라고 정의한다.


출발점은 패스, 패스, 또 패스다. 이런 한결같은 축구 스타일은 6~16살 선수들을 위한 코칭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파된다.


벤투호는 27일 일본과 경기하면서 처절하게 경험했다. 패스로 공을 운반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인 일본 선수들을 체격에서 앞서는 한국 선수들이 경기 끝날 때까지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대길 축구 해설위원은 “일본이 바르셀로나 축구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패스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은 몸싸움이나 투쟁심에서도 한국을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적은 방증이다. 최근 11년간 한·일 대표팀간 전적은 2승2무4패로 열세이고, 프로팀 경쟁 무대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017~2021년)에서도 우승(K리그 1회·J리그 2회), 16강 진출(K리그 11회·J리그 13회)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본은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팀 수만 2만6천여개로 한국(3800여개)을 압도한다. 프로리그의 재정 규모도 크고 체제도 탄탄하게 돼 있다. 클럽팀의 지역 밀착도가 높아서, 팬들은 유럽팀과 함께 J리그 팀을 응원팀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국내 축구팬들의 프리미어리그 팀 편애 경향과도 다르다.


물론 양적인 규모나 하드웨어가 한·일 두 나라 축구 경기력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과 과정을 중시하는 일본 스포츠 문화의 특징을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미드필드 패스에 의해 골 기회를 만들고 싶은 그들은 ‘우당탕 골’을 원하지 않는다.


‘저팬스 웨이’는 “언제나 ‘선수가 우선’이며, 국내 경기에서 승패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의 기준은 세계”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과 중심의 한국 스포츠 문화에서 지도자들이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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