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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친 텐트 속 애정행각, 사생활일까요?

[더 친절한 기자들]

텐트 문 닫으면 이제부터 벌금

텐트에서 애정행위 민원 잇따라

그늘 목적 설치 허용 6년만에

시, 최대 300만원 과태료 부과

도심 캠핑 즐기는 세계 시민들

“안에서 뭘 하든 국가가 간섭 안해”

시는 한강공원을 공적 공간 판단

“사생활 위해 설치 허가한 것 아냐”

한겨레

22일부터 서울시 한강공원에서 텐트 문을 모두 닫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됩니다. 텐트 크기는 가로·세로 2m 이내여야 하고, 텐트 4면 가운데 2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놔야 합니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시간도 기존 밤 9시 이전에서 저녁 7시 이전으로 2시간 당겨졌습니다. 서울시는 237명의 단속반을 투입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한강에 텐트 설치가 허용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지금부터 6년 전인 2013년 4월의 일입니다. “한강에 나무그늘이 많지 않아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자, 서울시는 ‘그늘막 텐트’ 설치를 허용했습니다. 문제는 한강에서 텐트가 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텐트 설치가 허용되자, 이번에는 “텐트에서 애정행위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된 것입니다.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양민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애정행위와 음란행위로 다수의 (한강)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텐트 중 미성년자도 많다. 텐트의 문을 닫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굳이 조례를 만들지 않더라도 하천에서 야영을 금지할 수 있는 하천법에 따라,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텐트를 2면 이상 개방하도록 강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지구역에서 야영이나 취사행위를 할 경우 1회 적발 때 10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 부과가 가능합니다.

한겨레

국외에서는 어떨까요? 프랑스 파리에도 서울 한강처럼 도시 가운데로 센강이 흐릅니다. 센강도 한강처럼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다만 파리에는 텐트를 열어놓도록 강제하는 정책은 없다고 합니다. 프랑스 시민 안 시카르(55)는 “만약 텐트가 닫혀있고 사람들이 그 안을 볼 수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은가”라며 “프랑스에서 텐트를 열어놓게 강제하는 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이나 스위스도 비슷합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바다를 눈앞에 두고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인 메이하이 걸트바겐(37)은 “이스라엘에서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텐트 안에서 누가 무엇을 하든 국가나 시가 간섭을 하지 않는다”며 “이는 사생활과 청소년 성생활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스위스 시민 피터 에메흐(59)도 “텐트를 칠 수 있게 허용되는 곳이면 안에서 뭘 하든 그것은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견줘,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공적 공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사생활이 지켜지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애초 그늘을 만들기 위해 가림막 텐트 설치를 허용한 것이다.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텐트를 허가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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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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